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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동부의 뉴잉글랜드 6개주를 가다 ⑥] 매사추세츠州 보스턴의 백베이, 코플리광장, 과학자 예수제일교회, 하버드대 캠퍼스 투어

↑ 보스턴의 신도시 백베이와 찰스강 (출처 위키피디아)

 

by 김정일

前 금융인·뭐라도학교 교장, 現 소나무 농사꾼

 

■매사추세츠주

▲백베이는 보스턴의 신도시

 

 호텔과 쇼핑의 도시

프리덤 트레일 구역이 보스턴의 구시가지라면 백베이는 신도시라 할 수 있다. 백베이의 중심부는 뉴베리(Newbury street)다. 호텔과 쇼핑의 거리다. 보행로가 널찍하여 여유있게 걸을 수 있다. 파라솔과 테이블을 놓아 포인트를 준 레스토랑과 카페, 그리고 곳곳에 그림이 가득한 갤러리와 반 육각형의 큼직한 돌출창 안에 개성있게 진열되어 있는 명품가게가 모두 즐길거리다.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는 명품가게는 아이 쇼핑으로 만족하고 코플리 광장(Copley square)으로 갔다. 코플리 광장을 중심으로 대단한 건축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올드 사우스 교회(1874년), 트리니티 교회(1877년), 보스턴 공공 도서관(1895년), 페어몬트 코플리 플라자 호텔(1912년), 존 핸콕 타워(1975년)는 모두 미국 건축계의 위대한 작품들로 평가받고 있는 건물들이다.

존 핸콕 타워(왼쪽)와 프루덴셜 타워

 

코플리 광장. 붉은색 건물은 트리니티 교회

 

프루덴셜 보험회사 50층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 보는 보스턴의 전경이 아름답다. 찰스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백베이와 케임브리지의 원경이 그야말로 안구를 정화시킨다. 건물의 동쪽 바로 아래는 백베이의 유명한 쇼핑거리가 보이고 멀리는 보스턴 시내의 고층빌딩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프루덴셜 타워 50층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백베이 전경

 

건물의 서쪽 바로 아래쪽을 굽어보면 인상적인 공간이 눈에 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길다란 ‘거울 연못(Reflection Pool)’과 하얀 비잔틴 돔 건물이다. ‘거울 연못’ 끝에 있는 부채꼴 건물, 그 너머 길 건너에 파랗게 녹이 슨 청동 지붕과 붉은 벽돌 건물로 지어진 보스턴 심퍼니 오케스트라 홀도 선명하다.

내려와서 보니 이 공간은 ‘과학자 예수 제일 교회(The First Church of Christ, Scientist)’의 영역이었다. ‘거울 연못’을 중심으로 화려한 돔 건물은 이 교회의 본당이고, 그 옆에 수십 개의 둥근기둥을 나란히 세워놓고 낮고 길게 누워있는 무채색의 콜로네이드 건물은 노스이스턴대학(Northeastern University)이다. 그 건너편 고층건물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The Christian Science Monitor)’ 신문사이고 기독교 과학 주일학교가 부채꼴 모양으로 끝을 차지하고 있다.

프루덴셜 타워 50층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과학자, 예수제일교회’와 ‘겨울연못’

 

‘과학자 예수 제일 교회’ 창립자는 문선명과 비슷한 존재

‘과학자 예수 제일 교회’의 정체는 무엇일까? 예배 시간에 성경과 아울러 창립자 메리 베이커 에디(Mary Baker Eddy) 여사가 지은 책 ‘과학과 건강 그리고 성서를 여는 열쇠(Science and Health with Key to the Scriptures)’를 같이 봉독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창립자는 성경을 읽고 불치의 병을 고친 치유경험을 강조하는데 미국의 문선명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 교회는 이곳 엄청난 건물들이 보여주듯이 교회가 보유한 막대한 재산을 통해 신문사를 설립하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교세를 확장해왔다.

‘과학자, 예수제일교회’와 메리 베이커 에디 여사

 

교회 건물은 19세기 말에 지은 로마네스크 건물에 20세기 초에 거대한 비잔틴 돔을 증축하여 매우 아름답고 웅장하다. 세계적으로 손꼽힐 만큼 대형 파이프 오르간도 금빛 찬란하게 설치되어 있다. 교회 뒤편 도서관에 있는 마파리움(Mapparium)은 3층 높이의 유리공 안에 그려진 세계지도(1935년 제작) 위에 찬란한 LED 빛이 비추는 가운데 공의 한가운데에 있는 투명유리 다리를 건너면서 세계의 중심에 서보는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교회 뒤편 도서관에 있는 마파리움 (출처 : 과학자, 예수제일교회)

 

‘거울 연못’은 길이가 200m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가물거리는 맞은편 끝에는 꽃모양의 분수가 솟구친다. 해가 지고 조명이 비치는 거울 연못과 주위의 야경이 색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창립 100년이 넘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퓰리쳐상을 7개나 받은 유력지이나 경영난으로 2009년 일간에서 주간으로 변경하여 명성이 바랐다.

멀리서 보는 프루덴셜 건물은 주변의 고층빌딩에 비해서 특징이 없어 보이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화려한 쇼핑몰이 열십(十자)로 늘어서 있고, 건물 안팍 주변 일대의 엄청난 면적이 실내외 공원으로 일반에게 개방되어 즐거운 광장을 제공하고 있다.

 

▲하버드 캠퍼스 투어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만큼 갖가지 전설과 루머가 돌아다녀

미국의 파워는 금융도시 뉴욕, 정치도시 워싱턴, 지식도시 보스턴에서 나온다고 한다. 보스턴은 그야말로 세계의 천재들이 한 곳에 모여 그들의 상상력과 네트워크를 확대 재생산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대학 하버드와 MIT, 그리고 보스턴대학교와 노스이스턴대학교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대학교가 이 도시에 몰려있다. 오바마 현 대통령을 비롯 미국의 권력자들과 지성인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노벨상을 받은 수많은 인재들이 보스턴에서 공부했다.

하버드대학교 캠퍼스 투어에 참가해서 따라 다녔다. 생각보다 캠퍼스는 크지 않았다. 매일 엄청난 하버드대학교 방문 관광객들이 캠퍼스를 누비고 다닌다. 존 하버드 동상의 발가락을 만지면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누군가 꾸며낸 얘기에 따라 너도 나도 만져대니 발가락이 반질반질을 넘어 반짝반짝하다. 지나가는 학생 하나하나가 세계적 천재인 듯 달리 보였다. 이에 비해 MIT는 캠퍼스 규모가 훨씬 크고 건물은 현대식 디자인으로 설계되었다.

학교 탐방은 하버드대학교 학생이 인솔했다. 하버드대학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만큼 많은 전설과 루머가 존재하고 갖가지 실제 스토리가 얼키고 설켜 관심과 흥미를 더해준다. 하버드대학교는 약 6,500명의 학부생과 1만 2,000여 명의 대학원생이 재학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의 정문은 ‘존스턴 게이트(Johnston Gate)’라고 불린다. 세계 최고 대학교의 정문이라기에는 소박하고 작아 보인다. 옛날엔 학생들이 학교에 입학할 때와 졸업할 때만 정문으로 출입할 수 있다는 미신이 있었다고 한다.

하버드대 ‘존슨 게이트’

 

정문을 들어서면 4, 5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들로 둘러싸인 잔디광장 하버드 야드를 만나게 된다. 이 고색창연한 붉은 벽돌 건물들은 대부분 기숙사들이다. 인솔 학생은 각 건물의 특정 방을 가리키면서 존 에프 케네디를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과 정치인들, 유명 배우들과 기업인들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그들이 언제 저 방에서 생활했다고 알려준다.

 

여성 차별 역사 길고 끈질겨

하버드는 원래 남학생만 입학을 허용했다. 그러다 1879년에 부설학교로 여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래드클리프 대학(Radcliff College)이 창설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버드대학교의 여성 차별의 역사는 길고 끈질겼다. 래드클리프는 하버드대학교와 교수진은 같았지만 전혀 다른 학교로 운영되었다. 그러다 1943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학생들과 교수들이 전쟁에 참여하면서 래드클리프 여학생들이 하버드 교실에서 강의를 듣는 것이 허용되었다.

래드클리프 대학의 Byerly Hall (출처 래드클리프 대학)

 

1970년에서야 학부 여학생 제한 조치가 철폐되고 남녀 학생들이 공동의 생활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1980년부터는 남녀 공학으로 운영되었으나 졸업장은 달라서 남자는 하버드대학교 여자는 래드클리프 대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1999년에 래드클리프가 공식적으로 하버드대학교에 통합되어 드디어 같은 학교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너무나 당연한 역사적 진보가 이루어지기 까지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다. 수구 세력의 온갖 견제와 방해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난과 고통을 당해온 역사를 되돌아보면, 현재 우리가 당면한 많은 모순과 부조리를 조금씩이라도 해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하고 투쟁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래드클리프 대학 출신 인물 중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헬렌 켈러다. 세계적인 천문학자 헨리에타 스완 레빗, 1920년대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여류작가 거트루드 스타인도 이 대학 출신이다.

 

가장 크고 아름다운 건물은 메모리얼홀

메모리얼홀은 하버드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건물로 꼽힌다. 앞뒤 벽이 대형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 있고 건물 중앙에 커다란 탑이 솟아있어 교회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1878년 완공된 후 한 번도 교회로 사용된 적은 없다고 한다. 메모리얼홀은 하나의 건물이면서 세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각각의 모양이 독특한 건축 양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파스텔톤의 줄무늬 지붕도 아름답다.

하버드대 메모리얼홀 (출처 위키피디아)

 

세 개로 구분된 홀은 각각 달리 사용되고 있다. 첫째는 실제적인 메모리얼홀로 사용되는 중앙 홀이다. 남북전쟁에서 전사한 하버드 졸업생들을 추모하는 방이다. 벽에는 그들의 이름, 출생지, 생년월일, 전사장소, 전사일, 계급 등을 새긴 판이 붙어있다. 둘째, 왼쪽 홀(Annenberg Hall)은 1학년 식당으로 사용되고 1학년 외에 상급생들은 출입이 제한된다. 셋째, 오른쪽 홀은 샌더스 극장(Sander’s Theather)으로 가장 크다. 1600명을 수용할 수 있어서 공연장으로 사용되거나 대형 강의가 이 방에서 진행된다. 유명한 마이클 샌들의 ‘정의론(Justice)’ TV강의도 이곳에서 진행되었다. 윈스턴 처칠, 버락 오바마, 달라이라마, 존 에프 케네디 등 저명인사들 강연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세계적인 가수 레이디 가가도 이곳에서 강연했다.

전쟁으로 죽은 졸업생들을 기념하는 건물이 또 하나 있다. 메모리얼 교회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죽은 하버드 졸업생들을 기념하기 위하여 1936년에 지어졌다. 하얀 첨탑이 높게 뻗은 교회는 다양한 교파의 예배를 허용한다. 졸업식은 이 메모리얼 교회 앞 잔디광장에 2만 5000개의 의자를 놓고 거행한다.

 

해리 엘킨스 와이드너 기념 도서관

메모리얼 교회와 잔디광장을 마주하고 있는 중앙도서관은 하버드대학교 전체 장서의 3분의 1인 약 5백만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다. 이 도서관은 해리 엘킨스 와이드너(Harry Elkins Widener)의 이름을 따서 와이드너 도서관이라고 한다. 공식 명칭은 ‘해리 엘킨스 와이드너 기념 도서관 (The Harry Elkins Widener Memorial Library)’이다.

하버드대의 해리 엘킨스 와이드너 기념 도서관 (출처 하버드대학)

 

그는 하버드대 졸업생으로 고서 수집이 취미였다. 유럽에서 책을 수집해 1912년 책을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오는데 빙산에 부딪힌 배가 침몰하면서 그 역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그 배가 타이태닉호였다. 그는 일등선 고객이어서 제일 먼저 구명보트에 탔으나 자기의 귀중한 책을 선실에 놓고 온 것이 생각나 가지러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만 살아남아 아들 이름으로 하버드에 200만 달러를 기증하여 도서관을 지었다.

다만 몇 가지를 기증조건으로 제시했다. 도서관은 건립 당시의 상태로 보존하고 단 한 개의 벽돌이나 돌도 옮기지 말라고 했다. 현재 이 도서관은 1914년 건축 당시의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또 도서관 안에 아들을 위한 방을 만들고 매일 꽃을 놓아달라고 요구해 지금도 도서관장이 매일 들어가서 성경책을 한 장 넘겨주고 붉은 카네이션을 놓아준다고 한다. 또 자기 아들과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학생들에게 수영 시험을 실시해 합격자만 졸업시키도록 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장애인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인들에게 가혹한 이 조건은 폐지되었다.

이외에도 루머 같은 조건이 있다. 대학 식당에서 매일 아이스크림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와이드너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그 어머니가 요구한 것이라는 식이다.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것 같다.

 

존 하버드 청동상

존 하버드(John Harvard) 청동상은 다니엘 체스터 프렌치(Daniel Chester French)의 작품이다. 그는 워싱턴 D.C.의 링컨 동상, 콩코드의 미니트맨 동상 등 유명 동상을 많이 만든 유명 조각가다. 단정한 성직자 옷차림으로 책을 펼쳐 든 채 진지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는 청동상에는 ‘존 하버드 설립자, 1638년’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사실이다.

첫째는 그가 창립자가 아니고 기부자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미국 건국 이전인 1636년 매사추세츠만 식민지 정부가 대학을 세우기로 하고 400파운드의 기금을 조성하면서 퓨리턴 인재 교육기관으로 창설되었다. 창설 당시 불려진 이름은 ‘새로운 대학(New College)’ 또는 ‘새 도시 대학(The college at New Towne)’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638년, 영국에서 갓 이민 온 존 하버드 목사가 나이 서른에 사망하면서 그가 이 대학에 장서 400여권과 재산의 절반인 현금 779파운드를 기증한 것을 기념해 1639년 3월 학교명을 하버드로 바꾸었다. 그가 영국에서 다녔던 케임브리지 대학 이름을 따서 동네 이름도 케임브리지로 바꾸었다.

둘째, 하버드 동상 얼굴은 실제 그의 얼굴 모양이 아니다. 이 동상은 1884년에 세워졌는데, 그로부터 120년 전인 1764년 도서관에 화재가 나서 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던 존 하버드의 유일한 초상화가 소실되어 그의 얼굴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각가 프렌치는 당시 미술학도였던 셔만 호어라는 학생을 모델로 삼아 동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존 하버드는 하버드 대학에 발을 들여본 적이 없지만, 오늘날 대학 캠퍼스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바로 존 하버드의 청동상 앞이다. 언젠가부터 이 상(像)의 왼쪽 신발을 문지르면 행운이 온다는 전설이 회자됐다. 덕분에 검은 청동상에서 왼쪽 신발코만 눈부시게 빛난다. 사람마다 바라는 행운은 제각각이겠지만, 하버드를 찾는 학생과 학부모의 소망은 한결같이 ‘일류대 진학’이다. 그런데 하버드 재료공학자의 분석에 따르면 매년 2만명만 조각을 문질러도 170년 정도 지나면 존 하버드의 왼발이 닳아 없어진다고 한다.

대학 투어를 인솔하는 학생은 하버드 동상의 발가락을 만지고 나서는 반드시 손을 씻으라고 조언하며 낄낄댄다. 왜냐하면 학생들 중 하버드 동상에 올라가 실례를 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들은 소변보러 가는 일을 ‘존에게 가기(Going to the John)’라고 한단다.

존 하버드 동상. 사람들이 하도 많이 만져 반짝반짝하다.(오른쪽)

 

▲보스턴의 서점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스턴은 천국

보스턴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다. 프루덴셜 보험회사 50층 스카이워크(SKY WALK)에서 아름다운 보스턴의 전경을 감상한 후 1층 몰로 내려오니 대형서점 ‘반스 앤 노블즈(Barns & Nobles)’가 있어서 지도책을 살 겸 둘러보았다. 그런데 서점 양옆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주욱 놓여있고 사람들이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었다.

보스턴 서점의 특징은 서점에서 아무나 책을 골라 옆 테이블에 앉아 하루 종일 읽어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서점에서 오히려 책을 읽고 가라고 의자와 테이블을 다량 준비해 놓았다. 책방 안에 스타벅스 같은 커피숖이 있어서 책을 여러 권 뽑아들고 커피를 마시며 종일 책을 읽고 가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읽고 난 후에 여기 저기 흩어 놓고 간 책들을 서점 직원들이 서가에 꽂아놓느라 분주하다.

이 서점뿐만 아니라 하버드대학 근처를 비롯 보스턴에 유난히 많은 서점들이 이와 같이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간서적들을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하버드, MIT 외에 보스턴 대학, 버클리 음대, 브랜다이스 대학, 노스이스턴 대학, 터프츠 대학 등 우리가 잘 아는 대학을 포함해서 54개의 대학이 있는 이곳 보스턴의 학생들은 매일 여기저기서 개최되는 세계적 석학들의 강좌를 골라 듣고 매일 쏟아지는 신간 서적들을 맘 놓고 읽으면서 충분한 지식의 세례를 흠뻑 받으며 지내고 있다. 알고 보니 보스턴 뿐만 아니라 대학도시들 대부분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유롭고 편안하게 책을 펴보고 읽다가 갈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었다.

사실 서점들의 이런 판매 방식은 출판사에는 치명적이다. 고객들이 서점에서 편하게 책을 본 후 자리를 떠나면 서점은 낡아진 책들을 출판사에 반품하는데 그러면 출판사는 반품한 책을 팔 수 없어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 격이다.

 

김정일

은행 지점장 퇴직 후, 뭐라도 배우고 나누자는 취지로 설립한 ‘뭐라도학교’ 초대교장으로 3년간 활동하다 지금은 강원도 원주에서 10년째 소나무와 씨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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