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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동부의 뉴잉글랜드 6개주를 가다 ⑮ 연재끝] 뉴욕주, 손가락 호수, 스캐니아틀레스 호수, 이리 운하, 이타카, 코넬대학, 나이애가라 폭포, 버펄로, 여행 후기

↑ 나이애가라 폭포 전경

 

by 김정일

前 금융인·뭐라도학교 교장, 現 소나무 농사꾼

 

■뉴욕주

 

▲손가락 호수(Finger lakes)

 

11개 호수들이 나란히 길게 뻗어있는 모양이 손가락 연상시켜

캐나다와 공유하고 있는 온타리오 호수 아래쪽으로 뉴욕주의 서부 한 복판에 긴 호수 11개가 북에서 남으로 나란히 길게 뻗어있다. 호수들 모양이 손가락같다고 해서 이름이 ‘손가락 호수(Finger lakes)’다. 그런데 말이 손가락이지 규모가 엄청나서 호수 길이가 수십㎞에 달하고 너비도 수㎞ 이상이다. 맑은 물과 물가의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호숫가에는 어김없이 보트나 요트 선착장을 갖춘 별장들이 점점이 이어져 있다. 또한 호숫가에는 포도밭과 100개가 넘는 와이너리도 있다.

손가락 호수 지도

 

11개 손가락 호수의 이름은 대부분 이곳에 살던 원주민 이로쿠어스족이 부르던 이름이다.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오티스코 호수(Otisco Lake), 스캐니아틀레스 호수(Skaneateles Lake), 오웨스코 호수(Owasco Lake), 카유가 호수(Cayuga Lake), 세네카 호수(Seneca Lake), 큐카 호수(Keuka Lake), 캐넌다이과 호수(Canandaigua Lake), 허니 호수(Honeoye Lake), 캐너디스 호수(Canadice Lake), 헴록 호수(Hemlock Lake), 코네서스 호수(Conesus Lake)다. 이 중 카유가 호수가 가장 길다(61㎞). 세네카 호수는 면적이 가장 넓고 가장 깊다(최고깊이 188m). 웬만한 바다보다 깊다. 코네서스, 헴록, 캐너디스, 허니, 오티스코 호수들은 작은 편이고 길이가 5㎞도 안되는 캐너디스 호수가 가장 작다. 지도상에서 이들 호수를 세어보면 모두 14개가 보이지만 동쪽에 있는 오나이더(Oneida), 카제노비아(Cazenovia), 오논다가(Onondaga) 호수는 손가락 호수로 치지 않는다.

이들 호수의 북쪽 지역에는 시러큐스와 로체스터 등 산업의 중심도시가 있고, 캐넌다이과, 제네바, 세네카폴스, 스캐니아틀레스 등의 소도시가 있다. 로체스터는 손가락 호수 관광과 이리 운하 관광 그리고 나이애가라 폭포 관광을 두루 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다.

뉴욕주 지도

 

▲스캐니아틀레스 호수

 

손가락 호수 중에서 엄지손가락에 해당

손가락 호수 중에서 엄지손가락에 해당하는 동쪽의 스캐니아틀레스 호수를 둘러볼 생각이다. 스캐니아틀레스는 시러큐스에서 약 35㎞ 거리에 있다. 유명 배우나 전직 대통령들의 여름 별장들이 많고,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마을이어서 중심가에는 세련된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한 고급 부띠크들이 줄지어 있다. 마을은 스캐니아틀레스 호수의 북쪽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다. 이 예쁜 마을에서는 빈둥거리는 것이 매력이란다. 호숫가에는 아름다운 집들 사이사이에 잔디와 정원이 산뜻하게 가꾸어져 있다.

스캐니아틀리스 호수

 

호수는 에메랄드빛 유리같이 맑아서 바닥의 돌과 모래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다. 도시 중심가에 워터프론트 데크가 호수 중심을 향하여 100여m 뻗어있어서 맑은 물에 떠있는 오리들을 보며 산보하기 좋은 곳이다. 물이 너무 깨끗해 고기가 없는 줄 알았는데 데크를 걸으며 보니까 큰 고기들이 유유자적 헤엄치는 것이 눈에 띄었다.

데크의 끝에서 건너다 보이는 교회와 별장들이 거대한 호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광경이 참 평화스럽다. 호수 둘레를 걸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부자들의 전유물로 전락한 호숫가는 넘볼 수가 없고 100여m에 불과한 데크 산책으로 마무리해야 해서 미국의 동부여행은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 이 위대한 신의 손가락 자국들을 모두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호수와 작별했다.

 

▲이리 운하(Erie canal)

 

고대 세계7대 불가사의에 추가해서 세계8대 불가사로 불리기도 해

이리 운하(Erie canal)는 허드슨강이 흐르는 올버니에서 시작해 서북쪽으로 시러큐스와 로체스터를 거쳐 뉴욕주의 서북쪽 끝에 있는 이리호(Erie Lake)까지 이어지는 운하로 1825년에 개통되었다. 뉴욕시티가 있는 대서양에서 뉴욕 주도인 올버니까지는 허드슨강으로, 올버니에서 나이애가라 폭포 너머 이리호까지의 내륙 깊숙한 곳은 이리 운하로 물길을 이어놓았다.

이리 운하 지도

 

길이가 장장 584㎞나 되어 당시 고대 세계7대 불가사의에 추가해서 세계8대 불가사의라고 부르기도 했다. 허드슨강의 대서양 하구에 자리잡은 뉴욕시티로 들어온 전 세계의 화물들이 이리 운하를 통해 내륙 곳곳으로 운송됨으로써 뉴욕시티는 세계적 무역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철도와 자동차의 발달로 운하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현재는 관광보트를 타고 운하 시스템을 이해하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는 레크레이션용으로 가동되고 있다. 일부는 다시 매립되어 도로로 연결되었는데 특히 이곳 20번 도로는 뉴욕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빙 도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리 운하는 두 개의 물길로 되어 있다. 시러큐스 근처에서 북쪽 오스웨고(Oswego)까지 연결하는 오스웨고 운하가 온타리오 대호수로 통하고, 또 남쪽으로는 손가락 호수들을 연결하는 카유가~세네카 운하가 이어져 있다.

 

▲이타카(Ithaca)와 코넬대학

 

이타카는 아름다운 언덕 위 도시

손가락 호수의 남쪽 길을 택해 이번 여행 중 최장거리 주행을 하면서 중간 중간 보이는 손가락 호수의 위용을 차창을 통하여 눈으로만 감상했다. 손가락 호수의 남쪽 지역에는 이타카(Ithaca), 코닝(Corning), 왓킨스(Watkins), 글렌(Glen) 등의 소도시들이 있다. 도중에 카유가 호수의 남단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 이타카에 잠깐 들렸다.

이타카 커먼스

 

이타카는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은 언덕 위의 도시다. 유럽풍의 건물과 아름다운 캠퍼스를 자랑하는 코넬대학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도시다. 이미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학생들이 대부분 고향으로 떠났기 때문에 학교 안은 미처 출발하지 않은 몇몇 학생들만 눈에 뛸 뿐 썰렁했다. 지역 인구가 3만 명인데 학교가 문을 여는 기간 중에는 거주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도시의 중심 이타카 커먼스를 중심으로 각종 식당과 가게들 그리고 최고 수준의 박물관과 갤러리등 볼거리들이 이어져있다. 계획에 없던 방문이라 차로 한 바퀴 시내를 돌아보고 이타카 폭포를 물어 찾아갔더니, 높지 않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인데도 수량이 엄청나다. 계곡은 바위가 통으로 움푹 파여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버펄로에서 뉴욕 관통 하이웨이로 달려오다가 카유가 호수 곁으로 내려오는 도로는 간간이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환상의 드라이브 길이다. 중간에 터건녹 주립공원에서 산쪽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엄청나게 넓은 바위가 계단 모양으로 잘 재단한 듯 평평하게 펼쳐있는 계곡 풍경도 특색있는 경치였다.

코넬대학

 

▲나이애가라 폭포

 

강의 물줄기 반으로 나눠 동쪽은 미국, 서쪽은 캐나다로 구분

스캐니아틀레스에서는 도심과 호숫가를 산책하며 다니다가 점심을 먹고 나이애가라 폭포를 향해 출발했다. 뉴욕주 북부지방을 동에서 서로 가로선을 긋듯이 달려서 캐나다의 국경까지 이어지는 주간고속도로 90번을 타고 145마일 약 2시간30분을 가면 나이애가라강을 사이에 두고 캐나다와 접하는 나이애가라 폭포를 만난다.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의 동북쪽 끝에서 북쪽에 있는 온타리오호로 흘러가는 나이애가라강이 지반의 높이 차이로 강이 통째로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나이애가라 폭포 주변 지도

 

폭포의 도시 나이애가라폭포시티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아 다니는데 동네가 생각보다 쇠락한 느낌이 들어 이상했다. 번듯한 건물은 별로 눈에 안띄고 주변 변두리 위성도시를 찾아온 것 같은 분위기다. 세계 최고의 관광지라는 관광도시의 이미지와는 너무 동떨어진 모습이다. 사람들에게 여기가 나이애가라 폭포가 맞느냐고 두 번이나 물었더니 5분만 걸어가면 폭포를 볼 수 있다고 하며 웃는다.

숙소에 짐을 풀고 카메라를 들고 폭포 야경을 보러 나갔다. 예상과는 달리 파크에서 바라보는 폭포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가 귀청을 때리는 굉음을 낼 거라고 상상을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강 건너 캐나다 쪽에서 비추는 조명으로 폭포의 아름다운 야경이 연출되었다. 폭포는 전모를 드러내지 않고 어깨쭉지만 슬쩍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반드시 캐나다로 건너가서 폭포를 보아야 한다고 말한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다.

 

수량은 6(캐나다) 대 1(미국)의 비율

폭포 전망탑으로 갔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강의 물줄기를 반으로 나눠서 국경을 긋고 동쪽은 미국에, 서쪽은 캐나다에 속한다. 폭포가 약간 서쪽을 향해 낙하하기 때문에 미국 땅에서는 주로 폭포의 윗부분만 보이고 떨어지는 장관이 잘 안 보인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캐나다 국경선까지 데크로 연결한 전망탑을 폭포의 아래쪽 강에 세워서 폭포를 조금이라도 더 조망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전망탑의 승강기를 타고 폭포 아래쪽 강으로 내려가서 폭포를 올려다보며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그 마저도 돌아앉아 떨어지는 폭포의 일부분만 보인다. 그렇지만 폭포수의 물이 흩뿌리며 날아오기 때문에 비닐 우의를 입지 않으면 다가가기도 어렵다.

나이애가라 폭포와 도시

 

물보라를 맞으며 호들갑을 떨다가 다시 올라와 조금 걸어서 다리를 건너 고트섬으로 갔다. 고트섬에서는 캐나다쪽 말발굽 폭포의 상당 부분과 미국쪽 폭포를 모두 볼 수 있어 나이애가라 폭포를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그렇지만 폭포의 윗쪽에서 내려다보는 셈이어서 완벽한 전망은 아니다. 전망대쪽 보다는 고트섬과 그 옆의 작은 루나섬에서 보는 폭포가 훨씬 가깝고 조망이 좋다고 생각되는데 이상하게 전망대쪽만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이리호에서 온타리오호로 흘러가는 나이애가라강이 50m의 낙차로 떨어지기 직전에 고트섬을 만나 수량이 6(캐나다쪽) 대 1(미국쪽)의 비율로 나눠지고, 미국쪽 폭포는 또다시 자그마한 루나섬을 만나 한 줄기 ‘신부의 베일 폭포(Bridal Veil Falls)’를 떼어준다. 그러고 보니 이리호와 온타리오호는 나이애가라강(길이 56㎞)으로 연결되고, 온타리오호와 대서양은 세인트로렌스강(길이 1197㎞)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물줄기로 이어지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을 만들고 있다.

 

‘Maid of the Mist(안개 아가씨호)’ 타고 폭포 만끽해

전망탑으로 가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어마어마한 강물을 바라보면서 물벼락을 맞으며 가는 배 ‘Maid of the Mist’(안개 아가씨호)를 탔다. 배는 국경을 넘어 캐나다쪽 깊숙이 들어가 폭포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나아간다. 캐나다쪽 관광객이 더 많기 때문에 캐나다쪽 배는 만원인데 비해서 미국쪽 배는 널널하여 사진 찍기도 좋고 전망도 좋다. 똑같은 폭포 지역을 관람하는데 캐나다쪽은 운임도 비싸고 사람도 많아 불편하니 우리가 땡잡은 셈이다.

‘안개 아가씨호’를 타고 폭포 가까이 근접하니 대단한 감동이 느껴졌다. 폭포를 정면에서 와이드 화면같이 보는 것이어서 하얗게 쏟아지는 폭포 모습은 멀리서 바라보는 폭포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웅장함과 스펙터클이 있었다. 비닐 비옷을 입고 물보라를 뒤집어쓰며 바라본 나이애가라 폭포는 위대한 걸작이었다. 배를 타고 온몸으로 폭포를 경험해보지 않고는 폭포를 보았다고 할 수 없을 거 같다.

‘인어 아가씨)Maid of the Mist)’호

 

캐나다쪽에서 정면으로 바라보는 나이애가라 폭포의 모습이 더 멋있고 특히 미국 폭포에 비해서 수량이 훨씬 많은 말발굽 폭포를 통째로 볼 수 있다고 해서 먼저 다녀간 사람들이 반드시 레인보우다리를 건너 캐나다로 입국해서 폭포 관광을 하라고 신신 당부를 했건만, 우리는 안개 아가씨호를 타고 충분히 폭포를 만끽했다고 생각해 캐나다행을 포기했다. 스카일론 타워나 미놀타 타워를 올라가서 폭포 전경을 내려다보고 번화한 캐나다 거리를 거닐어 보지 못하는 것이 약간 아쉬웠지만 폭포는 충분히 보고 경험했다고 생각되었다.

 

▲버펄로(Buffalo)

 

역사와 전통 자랑하고 자연은 절경인 곳

하룻밤을 더 묵고 가까운 버펄로로 갔다. 나이애가라 폭포에 기생해서 사는 도시인 줄 알았더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멋진 곳이었다. 렌트카를 뉴욕에 반납해야하는 일정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버펄로를 돌아보았으나 인상적이었다. 빅토리아풍의 고층건물과 유서깊은 교회당 건물이 가득해서 그간 시골구경만 하던 촌놈의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오대호의 하나인 이리호와 거기에서 발원해서 흘러가는 거대한 나이애가라강을 끼고 있어 자연 또한 절경이었다.

뾰족 첨탑 모양의 버펄로 시청사에는 전망대가 있다. 25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서 3층을 더 걸어 올라가면 무료 전망대에서 이리호와 나이애가라강, 버펄로 시내의 역사적 건물과 최신 첨단 건물들을 조망하며 즐길 수 있다. 시청사는 외관이 다양한 조각과 디자인 무늬로 장식되어 있어 다소 생뚱맞은 모양이면서도 청사 앞에 있는 유니온 스퀘어의 오벨리스크탑과 함께 깊은 인상을 안겨준다.

버펄로 시청사

 

중심가의 고풍스런 옛 청사들, 코카콜라 경기장, 붉은 사암으로 웅장하게 지은 에피스코팔 교회, 로코코풍의 하얀 전력청사, 역사적 흔적이 덕지덕지 붙은 구 우체국 건물 등 잠시나마 거리 산책을 즐겼다. 시간이 부족해 버펄로 다운타운 도보여행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버펄로는 뉴욕주에서 뉴욕시 다음으로 크고 역사가 있는 도시다. 과거 산업도시의 때를 벗고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리모델링하고 있는 도시다.

 

나중에 또 온다면 둘러보고 싶은 곳

나중에 버펄로에 또 오게 된다면 시청사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도심의 유서깊고 예술성있는 건물들을 천천히 둘러볼 것이다. 비지터 센터에서 주는 ‘버펄로 도보관광(Buffalo on foot)’ 팜플렛의 번호를 따라 다운타운을 걸어보면 버펄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버펄로 도심

 

그중 버펄로 시청, 엘리콧 스퀘어 빌딩, 버펄로 이리 카운티 식물원, 버펄로 중앙 터미널, 제일장로교회는 반드시 보아야 할 건축물이다. 버펄로에는 아름답고 유서깊은 교회당으로 제일장로교회 말고도 ‘승리의 우리 성모 바실리카(Our Lady of Victory Basilica)’, ‘베이커(Father Baker) 박물관’, ‘세인트 폴 성당(St. Paul’s Cathedral)’ 그리고 위에 언급한 트리니티 교회, 에피스코팔 교회 등등 우리의 영감을 고양시키는 교회도 많다.

버펄로를 빛낸 유명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차례로 둘러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 헨리 홉슨 리차드슨(Henry Hopson Richardson)의 건축물 순례를 하는 것은 건축 문외한인 나이지만 매우 의미있는 인상을 받을 수 있고 공부가 될 것이다.

 

■여행을 마무리하며

 

▲뉴잉글랜드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먹고살까

 

대규모 공장이나 축사·목장은 물론 근로자나 농부도 잘 보이지 않아

뉴잉글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알만한 대도시가 거의 없다. 기껏 매사추세츠주의 주도 보스턴 정도가 잘 알려진 도시다, 각주의 주도도 우리에겐 생소할 만큼 낯설다. 코네티컷주의 주도는 하트퍼드, 로드아일랜드주의 주도는 프로비던스, 메인주의 주도는 오거스타, 뉴햄프셔주의 주도는 콩코드, 버몬트주의 주도는 몽펠리어이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은 유명한 오거스타 골프장 정도는 알 수 있겠다. 그 만큼 뉴잉글랜드에는 세계적인 기업도 드물다.

뉴잉글랜드 주와 주도

 

뉴잉글랜드의 푸른 숲과 들을 지나고, 그림같이 아름다운 전원도시를 방문해도 대규모 공장은커녕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쉽지 않다. 농부를 만나거나 축사나 목장을 보는 것도 드물다. 그 넓고 푸른 들과 벌판은 대부분 잔디밭일 뿐 가축이 노니는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이라곤 예초기나 잔디깍기차로 잔디를 깍는 사람만 드문드문 만날 뿐이다.

돌아다니면 다닐수록 궁금하다. ‘이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먹고 살까?’ 심지어 관광지의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애들 소꿉장난 같은 가게도 많다. 그 물건 다 팔아도 벌이가 얼마 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식당에 가보면 제법 많은 사람들이 둘러 앉아 즐겁게 식사를 한다. 우리 부부는 밥값이 비싸서 어쩌다 한번 큰 맘 먹고 가는 식당, 그것도 최소의 메뉴만을 시켜 먹는데, 그들은 부담없이 먹고 있다. 물론 미국의 1인당 소득이 6만 달러나 되니 우리와 수준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인구도 얼마 안되는 뉴잉글랜드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돈을 버는지가 궁금했다.

 

산업별 GDP 비중에서 제조·운송 부문이 10%정도로 매우 낮아

뉴잉글랜드의 뚜렷한 특징 중의 하나는 흑인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값싼 노동력으로 미국 대도시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흑인들이 거의 살지 않는다. 북쪽 지방 뉴햄프셔, 메인, 버몬트주에는 흑인 주민이 1% 정도란다. 흑인 노예해방의 깃발을 가장 먼저 들고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편에 섰던 곳이지만 그것은 인간적·종교적 양심 때문에 취했던 행동이지, 실제로 몸으로 흑인들을 포용하고 교류할 만한 아량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생각은 그들을 잘 모르는 한갓 나그네의 섣부른 판단으로 그들을 폄훼하는 생각일 가능성이 높아 경계해야 한다. 문제는 일자리일 것이다. 저렴한 임금노동자를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공장이나 기업, 농장이 없기 때문에 흑인들이 자리잡을 여지가 없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뉴잉글랜드의 백인들은 무슨 일로 돈을 벌며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귀국해 알아보니 서비스업이 압도적인 미국의 산업구조 중에서도 뉴잉글랜드에서는 상대적으로 고급 서비스업 즉 교육·건강 부문이 20% 내외, 레저관광이 10% 내외, 금융이 5~8%, 정부 부문이 15% 안팎을 차지하고 있고 제조·운송 부문이 10%정도로 비중이 매우 낮다.

나는 푸른 초원과 전원을 돌아다니면서 왜 밭이나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볼 수 없을까 하고 의아해 했는데, 대부분 농목축업의 비중이 미미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같이 빈 땅이 있으면 무조건 밭을 갈아 채소라도 심어먹는 구조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중 4개가 뉴잉글랜드에 있어

뉴잉글랜드의 주요 산업은 교육·건강 부문이다. 미국 동부에 있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8개 명문 사립대학을 이른바 아이비리그(Ivy League)라고 부른다. 브라운(Brown), 콜럼비아(Columbia), 코넬(Conell), 다트머스(Dartmouth), 하버드(Harvard), 프린스턴(Princeton), 펜실베니아(Pennsylvania), 예일(Yale)대학이다.

아이비리그는 1940년대에 담쟁이 넝쿨로 뒤덮힌 고색창연한 대학 건물이 있는 동부의 명문대학들이 주기적으로 미식축구 시합을 한데서 유래한다. 미식축구 시합은 동문들의 기부금을 모금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MIT는 미국 최고의 공대로 인정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미식축구팀이 없어서 아이비리그에 끼지 못했다.

아리비리그 중 4개 대학이 뉴잉글랜드에 있다.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있는 예일 대학,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 있는 브라운 대학,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대학, 뉴햄프셔주 하노버에 있는 다트머스 대학이다. 나머지 대학들도 가까운 인접 주에 위치해 있다.

아이비 리그 8개 대학 위치

 

이들 대학들은 역사와 전통 뿐만 아니라 학문적 우수성, 탄탄한 재정, 우수한 교수진과 학생들이 서로 작용해 최고의 학문기관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전 세계의 수재들이 몰려와 지식 전쟁을 하는 것이다. 연구소 간 인적·물적 교류와 지식 교류에 필요한 인프라가 깔려있어 이 지식산업을 지탱하고 있고, 엄청난 고용과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이들 아이비리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우수 대학과 교육·연구기관들이 지식산업 콤플렉스를 형성하고 있다. 종합대학 한 두 개가 들어서 있는 도시는 뉴잉글랜드에서 큰 도시에 속한다. 대학교 하나가 도시의 허브로서 금융, 벤처, 관광 등의 위성 경제체제를 거느리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도시인 보스턴을 보자.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보스턴 인근 지역에 하버드, MIT 외에도 보스턴대학, 버클리 음대, 브랜다이스대학, 노스이스턴대학, 터프츠대학 등 우리가 잘 아는 대학을 포함해서 대학이 54개나 있다. 놀라울 뿐이다. 세계 지식의 용광로요 저장고이면서 풍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새로운 지식을 생산 분배할 뿐 만 아니라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연재 끝>

 

김정일

은행 지점장 퇴직 후, 뭐라도 배우고 나누자는 취지로 설립한 ‘뭐라도학교’ 초대교장으로 3년간 활동하다 지금은 강원도 원주에서 10년째 소나무와 씨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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