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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 주금산]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100대 명산’은 아니어도 경기도에서는 나름 명산 대접을 받으니 한 번쯤 다녀올 만한 산이지요

↑ 헬기장에서 바라본 독바위, 789.8봉, 선바위(왼쪽부터). 바로 아래는 정자다.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원점회귀 9㎞에 4~5시간

☞ 몽골문화촌~1·2코스 분기점~헬기장~정상~1·2코스 분기점~원점회귀

 

by 김지지

 

2023년 7월 29일, 경기 남양주시와 포천시 경계에 있는, 생전 처음 들어본 주금산(鑄錦山·813.6m)에 다녀왔다. 남수의 제안에 선근 정형 종훈 창화 태훈이 동행하면서 산행이 이뤄졌다. 몇몇 친구가 약간의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고온다습한 무더위 속에서 진행한 산행을 총평하자면 두어 곳의 암봉과 헬기장이 전망대 역할을 하지만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포토존이 안보이고 고목과 거목 대신 잡목이 많다는 점에서 살짝 아쉬운 산이다. 다만 편도 4.5㎞ 거리의 등산로는 초입의 임도를 벗어나면 아기자기한 길이 이어져 걸을 만 하다. 계곡이 발달하고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고 주차장이 잘 구비되어 있는 것도 등산객들을 불러모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산림청과 블랙야크 지정 ‘100대 명산’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블랙야크가 ‘100대 명산 플러스(+)’로 지정한 때문인지 등산객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몽골문화촌에서 출발하는 주금산 지도

 

■주금산 코스와 교통편

‘주금산(813.6m)’은 얼핏 ‘죽음산’으로 들릴 수 있지만, 지역 주민들이 ‘불릴 주(鑄)’에 ‘비단 금(錦)’의 한자로 작명한 산이니 만큼 죽음과는 거리가 멀다. 주금산은 경기 포천시 내촌면, 가평군 상면, 남양주 수동면의 경계에 있다. 주능선에는 아찔한 절벽을 이룬 선바위와 독바위 등 암봉들이 솟아 있고, 능선 아래로는 수동천 상류인 비금계곡이 발달해 수도권의 산꾼들에게는 나름 알려진 산이다. 무엇보다 무료주차장이 있어 들머리와 날머리로 삼는데 적합하다.

주금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서너개 코스가 있다. 남양주시 비금계곡, 포천시 내촌면, 가평군 불기고개가 주요 코스지만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비금계곡을 따라 오르는 몽골문화촌이다. 남양주시와 몽골 울란바토르시가 교류협력 차원에서 2000년에 개관한 몽골문화촌에는 커다란 몽골민속예술공연장도 들어서 있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수년 전 문을 닫은 이후 지금까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몽골문화촌의 몽골민속예술공연장

 

다행히 몽골문화촌 방문객을 위한 대형주차장이 그대로 기능을 하고 있어 승용차를 갖고 가는 등산객에겐 편리하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몽골문화촌 바로 앞에 닿으니 대중교통도 좋다. 문제는 서울에서 위치상으로는 가깝지만 3개 지자체에 어중간하게 걸쳐있어 접근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승용차로 가더라도 정지 신호가 많고 꼬불꼬불한 지방도로를 타고가야 하기에 거리에 비해 시간이 꽤 걸린다. 청량리에서 바로 가는 좌석버스(330-1번)를 타더라도 2시간 이상 걸린다. 경춘선 전철을 타고 마석역에 내려 버스를 바꿔탈 수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산행 코스

 

▲몽골문화촌(들머리)~헬기장

오늘 산행의 들머리는 몽골문화촌 내 몽골민속예술공연장 우측의 비금계곡 입구다. 거리는 왕복 9㎞이고 시간은 4~5시간이다. 산행은 숲이 무성한 비금계곡 옆 임도를 따라가면서 시작된다. 임도는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거쳐 흙길로 이어진다. 계곡은 큰 산이 아닌데도 제법 넓고 수량도 풍부하다. 비금계곡 물은 흘러흘러 내려가 유원지로 유명한 수동천에서 합류한다.

주금산 초반 오름길

 

초입에서 10분 정도 오르니 계곡 건너편에 제법 유명한 애견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산장 건물도 있으나 누가 이용하나 싶을 정도로 번잡스럽다.  임도를 지나면 우거진 풀 때문에 바닥이 안보이는 길도 있다. 그렇게 초입에서 30분 정도 오르니 쌍폭이다. 생김새는 강원 삼척 두타산의 쌍폭과 흡사하지만 규모와 수량은 두타산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럼에도 크지 않은 산이 이런 쌍폭을 품었다는 게 신기하고 대견하다. 다시 산행을 시작하는 데 얼굴 주변을 맴도는 수십마리의 날파리들이 귀에서 앵앵거린다. 심지어 눈과 코와 입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수건으로 얼굴 주변을 흔들면서 산행하지만 순간 뿐이다. 나는 평소 땀이 많아 여름철 산행 때는 날파리들을 자주 경험하는데 주금산의 날파리들은 개체수도 많은데다 끈질기다. 아무리 손으로 휘저어 쫓아내더라도 다시 나타나 귀찮게 하는 날파리들은 능선에 오를 때까지 계속 괴롭힌다. 물로 계곡물로 땀을 닦으면 잠시 사라지지만 다시 땀이 나면 또다시 나타나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날파리의 정확한 명칭은 3㎜ 정도 크기의 눈초파리류란다. 눈초파리들의 생활은 주식인 나무 수액이 흐르는 장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동물의 눈물을 좋아하는 특성 때문에 사람을 포함한 동물류의 눈 주변에 모여드는 것이라고 한다. 두 세 차례 계곡을 건너며 능선을 향해 오르는데 남수가 고온다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왠지 습한 산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산 아래 포천 음현리의 한자가 그늘진 ‘음(陰)’인 것도 기분상 습하다는 느낌을 뒷받침 한다.

들머리에서 2㎞ 거리, 쌍폭에서 20분 정도 올라가니 1코스와 2코스가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오른쪽이 계곡과 능선 따라 오르는 1코스이고 왼쪽이 계곡 없이 능선을 향해 오르는 2코스다. 정상에 오르기 전, 1코스는 서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만나고, 2코스는 철마산으로 이어진 능선을 만난다. 두 코스는 1시간 30분 후 정상 부근에서 다시 만나므로 어느 코스로 올라가도 상관없다. 다만 1코스가 한동안 계곡이 이어지고 막판에는 급경사길이어서 등산객들이 주로 선호하는 길은 2코스다.

1코스와 2코스 분기점

 

분기점에서 2코스 방향으로 30분 정도 올라가니 인공적으로 조성한 앳된 소나무들이 터널을 이뤄 마치 병사들이 사열을 하는 듯 하다. 그때까지 길은 자갈길도 섞여있고 해서 썩 만족스럽진 않았으나 소나무 터널을 지나면 전반적으로 흙길이 이어진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긴 하지만 길이 순해 비로소 주금산과 한 몸이 되는 듯 하다. 소나무 터널에서 2분 정도 오르니 왼쪽의 철마산과 이어지는 능선이다. 비로소 능선이 시작되는 갈림길에서 들머리까지는 2.68㎞, 정상까지는 1.74㎞ 거리다. 뒤이어 포천의 음현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면 절벽 위에서 유유자적 세상을 내려다보는 낙락장송이 기다린다. 날씨 탓에 멀리 철마산과 천마산의 능선이 흐릿하다.

 

▲헬기장~정상~몽골문화촌(원점회귀)

철마산 갈림길에서 40분 정도 오르니 767봉으로도 불리는 헬기장이다. 사방이 트여있고 주변 경관이 좋아 가을이라면 햇살을 받으며 쉬어 가기에 좋을 거 같다. 헬기장은 백패커들에게 수도권 최고의 능선 야영지로 꼽히는 곳이다. 서울에서 가깝다는 점도 있지만 야영지로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헬기장에서 정상 방향으로 내려간 안부에 팔각정이 있어 악천후시 지붕 아래로 잠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 게다가 포천 방향에서 접근하면 1시간 산행으로 닿을 수 있어, 백패커들에게 인기일 수밖에 없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헬기장에서 정상 쪽을 바라보면 주금산의 명물인 독바위가 수려한 암릉미를 자랑한다. 독바위 오른쪽으로 789.8봉과 선바위가 어서 오라며 손짓한다. 주금산 정상은 789.8m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30m는 족히 넘어 보이는 암봉이 마치 거대한 항아리를 엎어 놓은 모양이어서 이름이 독바위다. 특히 봄철에 알루미늄 사다리를 타고 독바위에 오르면 주변 경치도 빼어나지만 남쪽 헬기장 일대의 철쭉 군락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독바위 또한 철쭉에 둘러싸여 있어 주금산의 백미로 불린다는데 안내판이 없는지 아니면 못봤는지 몰라도 우리는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산행 후 이런 사실을 알고 크게 아쉬웠는데 산행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럴 때는 또 오라는 산신령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독바위

 

헬기장을 지나면 조금전 바라보았던 789.8m봉이다. 아래 분기점에서 헤어졌던 제1코스와 제2코스가 다시 만난다. 789.8m봉에서 1분 정도 진행하면 조망이 빼어난 전망대 암봉이다. 길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올라가야 하는데 귀찮다고 지나치지 말고 반드시 올라갈 것을 권한다. 멀리 서쪽으로는 철마산 방향 능선과 헬기장이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가평 베네스트 골프장과 가평군 상면 상동리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주금산의 명물 포토존이다. 정상은 숲에 가려진 채 일부만 보여준다. 정상을 코 앞에 두고 또 다시 헬기장이다. 백패커들은 아래 헬기장(767m봉)에 다른 텐트가 가득 찼을 경우 이곳에서 야영하기도 한다.

암봉 전망대에서 정상 쪽을 바라보는 선근과 창화. 앞 봉우리 뒤에서 일부만 보여주는 곳이 정상이다. 저 멀리 오른쪽에 가평 베네스트 골프장이 보인다.

 

12시 15분, 마침내 주금산(813.6m) 정상이다. 오전 9시 30분 산행을 시작했으니 2시간 45분 걸렸다. 주금산 정상에도 포천시와 남양주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운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이 포천시가 2006년에 세운, 크고 미끈한 정상석이다. 그런데 정상은 숲에 가려 조망이 없다. 포천의 베어스타운으로 내려가는 길 안내판이 있으나 수풀이 뒤덮고 있다.

주금산 정상에서 기념촬영한 친구들.

 

정상에서 15분 정도 내려가면 조금전 올라왔던 1코스와 2코스 합류지점이다. 우리는 2코스로 올라왔으니 1코스로 내려간다. 10분 후 다시 초파리떼가 습격한다. 초파리떼는 비금계곡까지 따라다니며 또 다시 신경을 건드린다. 창화 입에서 온갖 불만의 소리가 연신 터져나온다. 정상에서 1시간 정도 내려가니 삼거리다. 정상까지 1.53㎞, 몽골문화원 3.14㎞, 불기고개 1.10㎞ 갈림길이다. 20분 후 1코스와 2코스 합류지점을 지나고 다시 20분을 내려가니 쌍폭이다. 쌍폭은 등산로에 붙어있으나 마침 지나는 등산객이 없고 몸이 땀으로 젖어있고 하산 후 처음 만나는 계곡이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알탕’을 위해 땀에 젖은 몸을 폭포 아래로 던졌다. 알탕은 사전에는 없는 단어지만 팬티만 입고 계곡에 전신을 담가 땀을 식히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첫 알탕이다. 그동안 여름이면 강원 포천의 명성산, 경기 남양주 천마산, 강원 인제 아침가리계곡, 강원 삼척의 두타산 등 전국 각지의 산에서 참으로 시원한 알탕을 만끽했다. 여름 산행 때는 어김없이 알탕이 생각나지만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알탕을 즐길 수 없어 등산객이 다니지 않는 곳을 찾아 기어코 알탕을 하고 만다. 여름은 역시 알탕의 계절이다.

쌍폭에서 알탕

 

떨어지는 폭포수 아래서 알탕을 즐기는데 후드득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곧 장대비로 바뀐다. 서둘러 배낭을 쌌지만 옷을 갈아입어도 소용없을 것 같아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장대비를 맞으며 내려오는데 엄청난 해방감이 밀려온다. 초등학교 하굣길에 우산없이 소나기를 맞으며 책가방이 젖을세라 가슴팍에 끌어안은 채 집으로 돌아가던 수십년 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몽골문화원에 도착하니 4시간 30분 남짓 걸렸다. 점심 1시간, 쌍폭에서 물놀이한 20분을 제외한 시간이다.

산에서 만난 여름철 야생화. 왼쪽부터 원추리, 누리장나무, 양지꽃, 짚신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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