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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태백의 금대봉~대덕산~검룡소] 야생화 피고 지는 ‘산상의 화원’을 걸으면서 한강 발원지 검룡소까지 만나는 것은 ‘덤’이지요

↑ 대덕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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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11~12㎞, 6시간 정도

☞ 두문동재~금대봉~대덕산~검룡소

 

by 김지지

 

8년 전인 2015년 9월 1일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한 강원 태백의 두문동재~금대봉~대덕산~검룡소 코스를 다녀왔다. 전날 많은 비가 내리고 당일에도 부슬비가 내린 탓에 조망은 좋지 않았으나 탐방객이 적은 덕분에 운무 자욱한 오솔길을 우리 부부만 걸었던 기억이 여름만 되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가지 못하다가 2023년 6월 마지막날 밤, 갑자기 탐방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국립공원 사이트에 들어가 예약을 신청하니 “오후 5시 이후는 예약이 안된다”는 안내가 뜬다. 하여 인터넷 예약은 필요없으면서도 야생화로 유명한 두문동재 남쪽 코스 즉 두문동재~은대봉~함백산~만항재 코스(8.6㎞)로 급변경해 7월 1일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그날 서울로 돌아오는데 8년 전 탐방했던 금대봉~대덕산 코스에 대한 미련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해서 고교 친구들한테 SOS를 쳤더니 남수 선근 태훈 3명이 OK다. 그리하여 일주일 후인 7월 9일 넷이서 다시 두문동재 출발점에 섰다. 금대봉~대덕산 코스는 여전히 국립공원 사이트에서 하루 전까지 예약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매년 4월 셋째주부터 9월말까지만 예약을 받는데 1인당 예약 인원은 최대 10명이다. 8년 전과 달라진 것은 하루 탐방객이 300명에서 500명으로 늘어나고, 태백의 상점이나 음식점에서 받은 영수증을 제출하면 인터넷에서 예약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지금은 영수증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코스 안내

 

☞ 국립공원 예약 사이트 클릭!!

 

■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대덕산~검룡소 코스

 

▲코스 개요

우리 코스는 두문동재 (1.2㎞) 금대봉 (4.3㎞) 분주령 (1.5㎞) 대덕산 (2.4㎞) 검룡소 탐방지원센터 (0.6㎞) 검룡소 (0.6㎞) 탐방지원센터 (0.9㎞) 검룡소 주차장이다. 거리를 합산하니 11.5㎞다. 분주령과 대덕산 사이 1.5㎞ 오르막을 빼고는 코스 대부분이 경사도가 거의 없는 평지거나 내리막이다. 지질 용어로는 ‘고위평탄면’이다. 쉬엄쉬엄 걸어도 5시간 남짓 거리다. 다만 야생화 사진을 찍거나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속에서 힐링을 할 생각이라면 1시간 정도를 더 잡아야 한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트레킹 코스지만 불편한 게 있다. 원점회귀 산행이 아니어서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르고 이 때문에 택시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경우 검룡소 주차장에 차를 두고 두문동재까지 택시(010-3219-3689)로 이동했다. 택시비는 미터기로 4만4000원 가량 나왔는데 기사가 3만6000원으로 깎아주었다. 1주일 전 내가 이용한 것을 알고 택시기사가 선심을 썼다. 역시 단골이 좋다. 개인택시 전화번호를 소개하는 이유는 택시기사가 구수한 성격에 친절하기 때문이다.

들머리에 있는 두문동재 표지석(왼쪽)과 날머리에 있는 검룡소 표지석

 

택시로 이동하는 게 번거로우면 검룡소 주차장에서 바로 금대봉으로 올라가 원점회귀하는 방법도 있다. 산행 기점인 주차장에서 출발해 1.4㎞ 떨어진 창죽령(수아밭령)을 지나 금대봉까지 2.9㎞를 더 오르면 이후 코스는 두문동재 출발 코스와 같다. 전체 거리와 시간이 늘어나고 산행 구간이 길어지는 건 감수해야 한다. 검룡소 주차장에서 개울 쪽으로 보이는 현수교를 건너면 곧바로 창죽령으로 이어지는데 외길이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창죽령 사거리에서 1시간 쯤 올라가면 금대봉 정상이다.

검룡소 주차장에서 창죽령으로 올라가는 개울 위 현수교

 

금대봉에서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별로 야생화들이 교대로 피고 지어 ‘천상 화원’ ‘산상 화원’으로 불린다. 그리하여 1993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이 지역은 생태학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한강과 낙동강 등 우리 민족의 거대 젖줄이 이곳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지리학적으로도 뜻깊은 곳이다. 문화일보 여행전문기자 박경일은 이곳에서 야생화를 가장 아름답게 보는 방법을 이렇게 알려준다. “마주치는 꽃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것과 그냥 눈으로 훑고 지나치는 것은 감흥의 격이 다르다. 이름을 불러주려면 자세히 봐야 하고, 허리를 굽혀 눈높이를 맞추고 찬찬히 들여다볼 때 비로소 꽃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이름 부르기’가 야생화를 가장 아름답게 보는 방법이다.” 문장이 좋아 인용했다.

왼쪽부터 둥근이질풀, 일월비비추, 큰뱀무, 꿩의다리
왼쪽부터 나비나물, 병조회풀, 큰까치수염, 기린초

 

▲두문동재~분주령

들머리는 두문동재(1268m)에 자리잡은 두문동재탐방안내센터다. 이곳에서 출입예약 확인을 받아야 트레킹이 시작된다. 두문동재는 강원도 정선 고한읍과 태백을 잇는 고개다. 정선의 만항재(1330m), 지리산의 정령치(1172m)와 함께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3대 고개다. 두문동재는 백두대간 종주에 나선 이들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이 일대 백두대간은 태백의 매봉산 → 바람의언덕 → 비단봉 → 창죽령 → 금대봉 → 두문동재 → 은대봉 → 함백산 → 만항재로 이어진다. 두문동재에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공간이 좁다. 대신 길가에 주차해도 문제가 없다. 2001년 고개 아래에 1.36㎞ 길이의 터널이 뚫려 지금은 잊혀진 옛길이 되었기 때문이다. 터널의 해발(1048m)을 기준하면 우리나라 터널 중 가장 높다.

두문동재 탐방지원센터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한동안 경운기나 소형 차량이 지나갈 정도로 폭이 넓은 임도가 이어진다. 야생화를 만날 생각에 부풀었으나 기대했던 것 만큼 많지는 않다. 여름꽃이 만발하는 7월말이 아직 3주 정도 남아서인지 드문드문하다. 그래도 여름철 다른 지역 다른 산에 비하면 제법 볼 만하다. 임도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니 금대봉과 대덕산 갈림길이다. 금대봉은 올라갔다가 같은 길로 다시 내려와야 하지만 금대봉을 생략할 수는 없다. 완경사의 오르막을 15분(0.5㎞) 정도 오르니 금대봉(1418m)이다.

지금은 금대봉임을 알려주는 정상석 뿐이지만 예전에는 ‘양강발원봉(兩江發源峯)’이라고 쓴 하얀 말뚝이 세워져 있었다. 한강과 낙동강의 시작점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금대봉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한강으로, 남쪽으로 흐르는 물은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금대봉 아래의 검룡소는 한강 발원지로, 태백시의 황지연못은 낙동강 발원지로 인정받는 곳이다. 금대봉 정상은 조망이 없는 공터다. 이곳과 연결된 길은 세 갈래인데 한 갈래는 창죽령을 지나 검룡소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북쪽 길은 폐쇄되어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내려가야 한다. 다시 임도 삼거리로 내려와 대덕산을 향해 걸어가니 호젓한 오솔길을 지나 데크계단이 나온다.

금대봉 정상. 조망이 없는 공터다.

 

주변이 야생화밭이고 조망도 좋아 데크계단 한 구석에서 요기를 했다. 야생화밭이라 해도 큰뱀무, 꿀풀, 둥근이질풀 등 몇 종류의 여름꽃만 보일 뿐 여전히 듬성듬성하다. 1주일 전, 함백산 코스보다 야생화가 적은 것 같아 알아봤더니 오늘 코스는 ‘봄꽃 길’이고 함백산 숲길은 ‘늦여름과 가을꽃의 길’이라는 글이 보인다. 숲속 초록도 함백산 코스보다는 선명하지 않고 윤기도 없다. 숲길도 평이하다. 물론 함백산 코스와 비교해 그렇다는 것이지 길 자체로는 걷고 싶은 편안한 길이다. 가파르지 않고 부드럽고 순하다.

간단한 요기 후 데크계단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가 비탈 숲길로 들어서면 고목나무 샘이 나온다. 작은 샘 한 귀퉁이에 예전엔 ‘한강의 발원샘’라는 작은 푯말이 걸려있었다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 이름도 모른 채 지나치기 십상이다. 샘물은 지하로 흘러 아래 검룡소 암반에서 솟아오른 후 정선, 영월을 거쳐 남한강을 이룬다. 고목나무샘을 지나면 하늘을 보기 힘든 짙은 숲길의 연속이다. 야생화가 드문드문 피어 있는 숲길에서는 온갖 나무들이 하늘을 가린 채 초록의 그늘을 만들어 내고 있다.

데크계단길

 

가장 눈길을 끄는 나무는 거제수나무다. 자작나무로 착각할 만큼 비슷하지만 수피가 황색이고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야생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꽃은 여름 야생화 중 가장 화려한 색상의 하늘나리꽃이다. 초록을 배경 삼아 짙은 주황색 꽃이 하늘을 향해 함박 미소를 머금고 있는데다 선명하고 정갈해 저절로 눈이 간다.

거제수나무(왼쪽)와 하늘나리

 

▲분주령~대덕산~검룡소 주차장

고목나무샘에서 분주령(해발 1065m)까지는 1시간 거리다. 지나온 두문동재까지는 4.5㎞, 가야할 대덕산까지는 1.5㎞ 거리다. 대덕산 해발고도가 1307m이므로 고도를 240m 높여야 한다. 혹여 힘들다 싶으면 분주령에서 바로 검룡소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할 수 있다. 대덕산을 거치는 코스에 비해 2.6㎞ 짧아지고 내리막이어서 무리가 없다. 분주령에서 대덕산까지는 비스듬한 사면(斜面)길이다. 중간에 너른 초지로 된 야생화밭도 있고 풍력발전기도 돌아간다. 자연생태계 보존지역이라면서 기계음이 들리는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분주령에서 대덕산 정상까지 40분 정도 걸렸다.

분주령

 

대덕산(大德山)은 ‘덕스러운 산봉’이란 이름을 지닌 산답게 웅장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상에 서면 금대봉에서 함백산을 거쳐 태백산까지 연결되는 백두대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정상부는 바리깡으로 밀어낸 듯한 넓은 초지이고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일월비비추, 하늘나리, 마타리 등 야생화가 만발할 때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덕산 정상석에서

 

하산을 위해 정상 능선을 따라 걷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멀지 않은 곳에서 후드둑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큰 비가 내릴 것 같은 예감에 우비를 입는데 이미 장대비가 몰려와 온몸을 때린다. 결국 우비를 다 갖추기도 전에 옷이 젖고 말았다. 문제는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하산길 도랑에 물이 불어났다는 것이다. 20분간 내리다가 빗줄기가 가늘어져 다행이지 20분만 더 폭우가 내렸다면 빗물에 미끄러져 한참을 고생했을 거 같다.

도랑을 따라 조심조심 15분 정도 내려간 지점에 급경사의 데크계단이 있다. 계단 아래부터는 전반적으로 완경사의 숲길이다. 데크계단에서 20분 정도 내려간 곳에 0.3㎞ 거리의 분주령으로 연결되는 삼거리가 있다. 다시 15분 정도를 내려가니 검룡소로 연결된 검룡소 탐방지원센터다. 그곳에서 검룡소 주차장까지는 10분(0.9㎞) 거리다. 들머리에서 날머리까지 오늘 산행에는 6시간이 걸렸다.

대덕산 정상을 지나는 능선

 

▲검룡소

검룡소를 다녀오려면 검룡소 탐방지원센터에서 0.6㎞를 걸어갔다가 다시 같은 길로 내려와야 한다. 이곳의 전체 구간은 예약을 해야 하지만 검룡소 구간은 예약이 필요없다. 검룡소 가는 길은 빽빽이 들어선 침엽수림 사이로 부드럽게 걷는 길이다. 울창한 숲길 끝에 검룡소가 보인다. 검룡소는 울창한 숲에 들어앉은 바위 한가운데에 지름 5m 정도의 웅덩이가 파여 있고 그곳에서 하루 2000t의 물이 샘솟는 국가지정 ‘명승’이다. 이 물은 위에서 소개한 고목나무샘과 금대봉 7부 능선에 있는 제당굼샘 등의 물들이 지하로 스며들어 검룡소에서 솟아난 것이다.

샘 아래에는 샘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깎아 흐르며 만든 20미터 길이의 계단식 폭포가 있다. 서해의 이무기가 한강의 가장 먼 곳으로 올라와 수행을 위해 연못으로 들어가려고 몸부림치면서 생긴 흔적이라는 옛 얘기가 전한다. 검룡소는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고 수온은 섭씨 8∼9도로 일정하다. 1987년 국립지리원이 한강의 발원지로 공인했다. 검룡소 물은 514㎞의 긴 한강 여행을 한 뒤 서해로 빠져든다.

검룡소(출처 태백시청)

 

☞태백실비식당 한우집

태백시에서 유명한 먹거리는 태백한우다. 그중에서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고기집이 태백실비식당(033-552-5287)이다. 맛도 맛이지만 연탄 위 석쇠로 굽는 생고기가 180g에 3만4000원이어서 가성비도 좋다. 갈비살, 주물럭, 육회, 육사시미, 모둠은 180g이고 살치살과 등심은 150g이 기준이다. 들러볼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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