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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산행] 소 잔등 같은 부드러운 능선과 깎아지른 절벽을 가진 명산 절승이 많아 섬인데도 산행과 트레킹에 적격이지요

↑ 보죽산 정상에서 주변을 조망하는 희용. 그의 머리 위 봉우리는 망월봉이고 우측은 격자봉 방향 능선이다.

 

☞ 보길도 여행지(윤선도원림, 낙서재, 동천석실, 예송리 상록수림, 송시열글씐바위)가 궁금하면 클릭!!

 

by 김지지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보길도는 섬인데도 격자봉(433m), 광대봉(313m), 망월봉(364m) 등 산지가 발달해 산행과 트레킹에 적격이다. 그중 최고봉은 격자봉이고 이곳을 지나는 코스는 여러개다. 전체적으로 6~11㎞ 거리에 3시간~7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산행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산행이든 트레킹이든 보길도 관광정보센터에 상세 정보가 수록된 지도가 비치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보길도 지도

 

■보죽산과 공룡알해변

 

격자봉·광대봉·망월봉 등 300~400m급 봉우리에 올라 보길도 일대를 조망하고 싶지만 코스가 부담스럽다면 보길도 남서쪽 끝에 위치한 보죽산을 생각해볼 만하다. 높이는 197m에 불과하지만 3면이 바다이고 북쪽으로는 소 잔등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능선 조망이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보죽산은 격자봉을 살피는 감시탑이나 먼 바다를 조망하는 망루처럼 보옥리 바닷가에 뾰족하게 솟아있는 단일 암봉이다. 그래서 한글로는 ‘뾰족산’이다. 보죽산의 특이한 모습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보옥리 초입의 망끝전망대에서 바라봐야 한다. 흡사 전북 진안군의 마이산을 먼발치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다.

보길도 망끝전망대에서 바라본 보죽산

 

등산길은 하나 밖에 없다. 낭떠러지 주변을 오르는 길이어서 위험할 거 같지만 길을 잘 조성해놓아 고도감이 살짝 있을 뿐 위험하지는 않다. 보죽산의 매력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진경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꼭대기에 올라가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보죽산은 보옥리 어디에서나 보이므로 주민들한테 물어보면 민가 옆에 세워진 이정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네이버 지도에서 보죽산을 검색하면 <등산로 입구>를 알려준다.

산행 초입은 온통 동백나무숲이다. 깊고 우거진 동백나무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촘촘하게 뻗어 있다. 동백숲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조망이 트이고 절벽 길이 시작된다. 구간마다 나무데크, 돌계단, 밧줄 난간을 설치해 위험하지는 않으나 일부 구간에서는 짜릿함이 느껴진다. 중간 쯤 절벽 위에 매끈하고 너른 바위가 있다. 그곳에 큰대(大)자로 누우면 세상 근심거리가 한 순간에 사라진다.

 

격자봉을 살피는 감시탑이나 먼 바다를 조망하는 망루같은 곳

급경사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오른쪽(북쪽)으로 20~30미터 정도 들어가야 돌탑이 있는 보죽산 최고 조망처를 만나게 된다. 북쪽을 바라보면 망월봉과 격자봉 능선이 길게 이어져 있고 서쪽으로 작은 섬들이 점점이 박혀있다. 구불구불한 해변도로도 그대로 조망된다. 바다든 산이든 모든게 곡선이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돌탑 옆 너른 바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아도 좋다. 보죽산은 이런 맛에 오르는 것이다.

보죽산 정상

 

그곳에서 동쪽 아래를 내려다보면 공룡알해변이 활처럼 부드럽게 휘어있다. 바라만보아도 편안하다. 해변 앞으로는 무인도로 보이는 바위섬인 치도가 홀로 외롭게 서 있다. 하산시 정상에서 바로 내려가지 말고 남쪽 숲속으로 10m만 더 들어가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또다른 진경을 만날 수 있으니 이왕 정상에 올라간 김에 다녀오는 것이 좋다.

공룡알해변은 보죽산에서 내려다보면 그저그런 돌들이 쌓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다가가면 성인 머리 만한 커다란 갯돌이 해변을 가득 메우고 있다. 수천 년 동안 매일 파도에 씻기고, 서로 부딪쳐 모가 난 돌은 하나도 없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을 맞아 둥글둥글해지니 마치 공룡이 알을 무더기로 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공룡알해변이다. 모양과 색깔도 각양각색이다. 공룡알해변에서 바라보는 보죽산은 삼각뿔 모양이다. 공룡알해변 동쪽으로는 이곳 보옥리에서 예송리까지 암벽 위에 놓인 길을 따라 걷는 윤선도 명상길(5.2㎞)이 길게 뻗어있다. 명상길 안으로는 동백나무 터널과 난대림숲 그리고 절벽과 바다가 계속 이어진다.

공룡알해변. 앞은 치도

 

■보옥리~예송리 탐방길 (혹은 윤선도 어부사시사 명상길)

 

계획에 없던 일정이었다. 당초 일정은 보죽산 아래 공룡알해변을 일행(희용 부부와 아내)과 둘러본 뒤 승용차로 섬을 한 바퀴 돌아 동남쪽의 예송리 해수욕장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해변을 살펴보고 부근 화장실에 들렀는데 바로 옆에 2019년 6월 개설된 ‘보옥리~예송리 탐방로’ 안내판이 보였다. 예송리 쪽 안내판에는 ‘보길 윤선도 어부사시사 명상길’로 표시된 탐방길이다.

보길도 남쪽에 탐방로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일행이 있어 걸어보겠다는 생각은 아예 접고 있었는데 안내판에 예송리까지 거리가 4㎞인 것을 보고 갑자기 탐방로를 걷고 싶다는 의욕이 발동했다. 4㎞ 거리이니 1시간이면 가능할 것 같고 일행이 예송리에서 나를 픽업하면 될 것 같아 일행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홀로 후다닥 화장실 옆 탐방로 입구에 발을 들여놓았다.

보죽산에서 내려다본 공룡알해변. 그 뒤가 보옥리~예송리 탐방로 기점이다.

 

탐방로는 공룡알해변에서 바라보이는 나무데크길을 거쳐 동백나무숲으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초입에서 10분 정도는 동백나무 숲속길이다. 잠시후 뒤를 돌아보니 숲에 가려 보이지 않던 보죽산이 삐죽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15분을 지나니 큰기미절벽 위에 놓인 첫 번째 데크 전망대다. 날씨가 좋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장쾌하다. 큰기미절벽에서 ‘기미’의 뜻은 보길도 사투리로 골(골짜기)를 뜻한다. 그렇다면 큰기미절벽은 큰골짜기절벽이다. 이후에도 지명 표시는 없으나 작은기미와 애래기미도 있다. 이후 다시 조망이 막혀있는 숲길이 이어지고 다시 15분을 지나면 예송리 해변 앞 예작도와 당사도가 비로소 모습을 보여준다. 산속을 오르내려야 하므로 바다는 거의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바라보이는 탁 트인 남쪽 바다는 그 자체로 숲속의 오아시스다. 이렇게 탐방길에서 만나는 탁 트인 바다는 대략 10군데 쯤 된다.

 

탁 트인 남쪽 바다는 그 자체로 숲속의 오아시스

난코스 구간이라도 숲길은 숲길대로 돌길은 돌길대로 다지고 다져 경사가 있어도 걷는데 별 불편함이 없다. 큰기미절벽 위 구간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어서 방치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길 전체가 잘 닦여있다. 국립공원 측이 가파른 곳에는 데크계단을, 조망 좋은 절벽 위에는 널찍하고 편평한 데크 쉼터를 3곳이나 조성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전국 어딜가나 실망할 일이 없다.

보옥리~예송리 탐방로의 길들. 잘 정비되어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25분이나 지났는데도 안내목을 보니 보옥리에서 0.8㎞밖에 지나오지 않았고 앞으로 가야할 예송리가 4.4㎞나 된다. 4㎞로 알고 출발한 나로서는 안내목을 보는 순간 당혹스러웠다. 초입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어놓은 지도를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4㎞가 아니고 5.2㎞였고, 나혼자 계산으로 1시간이면 끝날줄 알았던 탐방 시간은 3시간 30분으로 표시되어 있다. 출발 때는 몰랐는데 탐방로 중간쯤에서야 정확한 거리와 소요시간을 알게 되었으니 이런 낭패가 없다. 거리야 그렇다 치더라도 둘레길을 도는데 왜 3시간 30분이나 소요되는 것일까. 이유는 탐방을 마치고서야 알게 되었다. 절벽 위 바윗길을 한참 오르고 내려가야 하는 제법 험한 구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탐방 후 5.2㎞ 구간의 난이도를 살펴보니 보옥리에서 시작하는 1㎞와 예송리에서 시작하는 1.9㎞ 구간은 전반적으로 편안한 흙길이어서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둘레길 수준이다. 다만 탐방로 한가운데 큰기미절벽 위를 걷는 2.1㎞ 구간은 바다와 연결된 큰골짜기를 바로 건널 수 없어 절벽을 피해 산 위로 한참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다시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구간의 연속이어서 사실상 산행이었다. 네이버에서 위성지도를 보면 탐방로 아래 해안가에 크고작은 골짜기가 세 군데 있는데 자연파괴와 가성비 때문에 협곡을 잇는 다리를 놓지 못하니 협곡이 끝나는 산 위로 올라가야 협곡 건너편으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여서 오르내리는 게 간단치 않은 것이다.

보옥리~예송리 탐방로 두번째 전망데크. 앞은 복생도와 당사도

 

예상하지 않았던 멋진 숲속 바닷길 만나 행복

공룡알해변을 떠나 35분 정도 지났을 무렵 비로소 바다와 산이 보이는데 해발고도가 161m다. 해발고도가 0인 해안에서 161m나 올라왔는데 잠시후 다시 16m로 내려가니 오르내리막이 간단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간간이 나타나는 흙길이 피곤함을 달래준다. 숲에는 동백나무와 소사나무 군락지가 조성한 나무터널도 있어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1.5㎞ 지점에서 시간을 살펴보니 45분이 지났다. 아직도 3.7㎞가 남아있어 갈길이 멀다. 점점 마음이 급해진다. 산행객이 한명도 없거나 힘들어서가 아니라 보길도(노화도)에서 떠나는 배를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당초 우리는 노화도 출발 마지막 배(오후 6시 30분 출항) 바로 앞 배(오후 5시 20분 출발)를 탈 계획이었으나 결국 나 때문에 그 배는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마지막 배까지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빠르게 걸어야했다.

두 번째 절벽 위 전망데크를 만난 것은 50분이 지났을 무렵이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거대 능선이 산쪽으로 길게 펼쳐져 있다. 격자봉인 듯한데 알지 못하니 답답하다. 3.5㎞ 지났을 무렵 들머리에서 1시간 30분이 지났다. 길 중간에 멧돼지가 헤집어놓은 흔적이 여러곳 보여 단독 산행객인 나로서는 살짝 겁이 났다. 1시간 50분이 지나니 비로소 예송리 바다가 보인다. 길은 흙길로 바뀌어 편하다. 마지막 데크계단을 지나 예송리 해변에 도착하니 어느덧 2시간이 지났다. 안내판 상으로 3시간 30분으로 표시된 탐방을 2시간만에 끝냈으니 급하긴 급했다. 다행히 마지막 배는 탈 수 있었으나 천천히 걸어가며 명상하고 조망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예상하지 않았던 멋진 숲속 바닷길을 만나 행복했다.

보옥리~예송리 탐방로 가다가 바라본 능선

 

■격자봉 산행

 

보길도에서 해안가 도로든 분지 위 도로든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어김없이 보이는 게 부드럽고 순한 능선이다. 남쪽 격자봉(433m)과 수리봉(406m), 동쪽 광대봉(313m), 서쪽 망월봉(364m) 등 봉우리를 이어주는 능선인데 저절로 능선길을 걷고 싶은 충동에 빠지게 된다. 산행의 주요 들머리는 망끝전망대(서쪽), 보옥리(남서쪽), 정자리고택(북서쪽), 예송리(남동쪽), 청별항 보길파출소(동쪽), 곡수당(분지 가운데) 등 여섯 곳이다. 짧고 단조로운 원점회귀 산행도 있고 주요 봉우리를 지나는 종주 산행도 있다. 모든 길은 격자봉을 지난다. 전체적으로 6~11㎞에 3시간~7시간 정도 잡아야 하므로 각자의 체력에 맞게 정하면 된다.

보길도 지도. 연두색이 격자봉 능선 종주길이다.

 

▲장거리 종주 코스

이 코스는 보길도의 등뼈를 훑는 풀코스 산행이다. 동쪽의 청별항 보길파출소(동쪽)와 서쪽의 망끝전망대(혹은 보옥리) 중 한 곳에서 올라가 반대쪽으로 하산한다. 11㎞ 거리에 5~7시간이 걸린다. 동쪽 청별항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청별항 보길파출소 →(2.5㎞)← 광대봉 →(1.4㎞)← 큰길재 →(1.0㎞)← 수리봉 →(0.9㎞)← 격자봉 →(1.6㎞)← 뽀래기재 →(1.5㎞)← 망월봉 →(2.0㎞)← 망끝전망대 순이다. 거리 표시 없이 지명 위주로 살펴보면, 청별항 보길파출소 → 동백숲 → 암릉구간 → 광대봉 → 큰길재 → 조망바위 → 수리봉 → 조망바위 → 격자봉 → 누룩바위 → 부용동 갈림길 → 429봉(무명봉) → 뽀래기재 → 망월봉삼거리 → 망월봉 → 망월봉삼거리 → 조망바위 → 망끝전망대 순이다.

위 코스에서 큰길재와 뽀래기재는 사거리다. 큰길재에서는 보길파출소, 격자봉, 예송리, 곡수당으로 갈라지고 뽀래기재는 보옥리, 격자봉, 망끝전망대, 정자리 고택으로 갈라진다. 망끝전망대로 내려가지 않고 보옥리로 내려갈 경우, 뽀래기재에서 갈라져 1.6㎞ 거리의 보옥리로 내려간다. 9㎞ 쯤 된다. 위 코스 말고 정자리 고택(북서쪽)에서 올라가는 길도 종주만큼이나 길다. 남은사와 서창리재를 거쳐 3㎞ 거리의 뽀리기재에서 위의 종주 코스와 합류하는데 이 코스는 일(一)자형이 아니라 니은(ㄴ)자여서 이 코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주 드물다. 다만 산행 초기에 흔들바위와 북바위를 볼 수 있어 원점회귀 코스로 이용된다. 정자리 고택에서 격자봉까지 다녀오는 원점회귀 코스는 왕복 9㎞에 5시간 정도 걸린다.

 

▲중거리 미니 종주 코스

격자봉은 다녀오고 싶은데 종주를 부담스러워 하는 산행객은 남쪽 예송리나 보길도의 가운데 지점에 위치한 곡수당(낙서재 아래)에서 올라가는 코스를 선호한다. 예송리와 곡수당 코스 모두 0.9㎞ 올라가면 만나는 큰길재에서 종주 코스와 합류한다. 따라서 곡수당과 예송리에서 출발할 경우 두 코스 모두 보길파출소까지는 4.8㎞이고 보옥리까지는 7.6㎞이며 망끝전망대까지는 8㎞다.

 

▲단거리 원점회귀 코스

종주가 부담스럽거나 차편 때문에 원점회귀해야 하는 산행객이 즐겨 이용하는 길은 남쪽 예송리나 곡수당에서 출발해 최고봉인 격자봉까지 갔다가 원점회귀하는 코스다. 예송리와 곡수당 모두 0.9㎞ 올라가면 큰길재에서 만나 격자봉을 다녀온다. 큰길재에서 격자봉까지 1.9㎞이므로 예송리(혹은 곡수당)~격자봉을 왕복하면 전체 거리는 5.6㎞다. 보옥리에서 격자봉을 다녀오는 원점회귀는 왕복거리가 6.4㎞다.

보죽산 정상에서 바라본 능선. 왼쪽 망월봉부터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들머리 안내

위에서 소개한 주요 들머리는 6곳이다. 위치가 어디인지 알아본다.

☞ 청별항 보길파출소

보길대교를 건너 청별 보길파출소 부근에 들머리가 있다.

☞보옥리

보옥리 공룡알해변 입구에서 하천을 따라 200m 정도 산쪽으로 올라가면 만나는 보옥교에서 출발한다. 그곳에서 1.6㎞를 30분 정도 오르면 뽀래기재다. 중간에 폐사지인 백련사지가 있다. 50여명은 넉넉하게 않을 수 있는 너럭바위도 있다. 이곳에서 보옥리 마을과 추자도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망끝전망대

망끝전망대에서 북쪽으로 300m 지점의 도로변에서 망월봉을 향해 바라보면 보이는 가족묘지가 산행기점이다. 묘지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조망바위이고 그곳에서 다시 20분을 올라가면 망월봉 삼거리다. 망월봉삼거리에서 망월봉에 올라가 사방을 감상하고 내려오는데 30분 정도 걸린다.

☞예송리

예송리 마을 뒤편의 예송마을 당집이 산행기점이다. 초입부터 데크계단이 시작된다. 이곳도 곡수당에서 오르는 길처럼 숲이 울창하다. 나무만 바라보며 30여분을 오르면 큰길재와 만난다.

☞곡수당

곡수당 옆을 흐르는 조금한 개울이 차낭골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차낭골을 따라 큰길재를 오르는 산길은 대낮에도 어두울 만치 울창한 숲이 터널을 이룬다. 경사는 완만한 편이나 우거진 숲 때문에 조망이 없어 다소 답답하다. 30분을 오르면 큰길재다. 여기서 곧장 가면 예송리이고 좌측은 광대봉, 우측은 수리봉 능선이다.

 

▲능선길

멀리서 바라보면 황소가 드러누운 듯한 산세를 지니고 있는 능선길에는 동백나무와 상록수가 무성하다. 한여름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나무터널이거나 아치형 숲이어서 어둡기까지 하다. 가끔 하늘이 열리고 조망이 터진다. 짙은 숲길 산행이지만 답답한 느낌 보다는 아늑함의 연속이다. 이를두고 원시림 오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국립공원인데도 들머리에 탐방안내센터와 정상석이 없는 게 이상하지만 산행객이 적으니 이해해야 한다.

동천석실에서 바라본 낙서재와 격자본 능선

 

▲격자봉

격자봉은 보길도 최고봉인데도 일대가 온통 상록수림으로 뒤덮여 있어 조망이 없다. 정상 오른쪽에 추자도와 작은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지만 역시 키가 큰 잡목에 둘러싸여 있어 다도해 경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해서 전망대를 더 높게 설치하거나 나무를 잘라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상보다는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조망바위가 바다로 조망이 확 열려 있어 능선길 중 최고의 조망터로 유명하다.

보길도는 윤선도가 태풍을 만나 보길도에 입도한 후 격자봉에 올라 섬의 형세를 살펴보고는 “여기는 내게 하늘이 점지한 천하의 길지”라 경탄하고, 이곳에 눌러살며 학문 연마와 예술 창작에 매진하다 종래 선비의 삶을 마쳤던 곳이다. 윤선도의 5대 손인 윤위가 24세 때 보길도를 답사하고 쓴 기행문인 ‘보길도지’에 따르면 윤선도 때부터 격자봉(格紫峰)이었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만든 우리나라 지도에 적자봉(赤紫峰)이라고 등장한 이후 지금도 우리나라 국립지리원 발행 5만분의 1 지형도엔 적자봉으로 표시되고 있다.

 

■이번엔 놓쳤으나 다음에 다녀올 곳

 

▲중리 도치미끝

보길도 태생의 시인 강제윤은 보길도 동쪽 백도리 인근의 도치미끝을 최고 풍경으로 꼽는다. 그는 도치미끝을 바다와 섬들만을 바라보고 걷는 숨겨진 비경이라고 칭송한다. 그런데 보길도를 여러 번 방문한 사람 중에도 도치미를 가본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지만 요즘은 강제윤 시인 덕분에 많이 알려졌다.

‘도치미’가 도끼날 끝처럼 가파른 절벽이라는 뜻이므로 ‘도치미끝’은 절벽 끝이다. 강제윤은 도치미끝을 이렇게 노래했다. “능선에서는 다도해의 섬과 바다가 환상처럼 펼쳐진다. 마침내 도치미 절벽에 다다르면 숨이 딱 멈출 것 같은 절경이 나타난다. 위태로운 절벽인데 그토록 평화로울 수가 없다. 절벽 같은 삶에서도 평화와 안식을 얻을 수 있다는 진실을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이라고. 나는 강제윤이 이런저런 글에 도치미끝을 칭송하는 글을 보고서 그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아는 바람에 보길도를 두 번이나 가보고서도 도치미끝을 만나지 못했다.

도치미끝 (출처 보길면)

 

도치미끝은 보길도 동쪽 중리 해변에서 남쪽으로 산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만나는 백도리와 중리 사이에 반도처럼 툭 불거져 나온 해안절벽이다. 4㎞를 왕복하는데 30분 정도면 충분한데다 10분 남짓만 경사일 뿐 내내 평탄한 길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탐방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도치미 절벽에 다다르면 중리해변, 백도리와 그 앞의 섬들, 소안도의 산들, 격자봉과 통리해변, 예송리해수욕장도 보인다. 도치미끝은 아슬아슬한 절벽인데도 그토록 평화로울 수 없다. 다만 사진상으로만 보면 여수 거문도의 불탄봉 코스에 비하면 경관이 살짝 떨어져 보인다. 기점은 중리해변이나 백도리마을이다. 모르면 현지에서 물어볼 일이다.

 

▲김양제 고택 (혹은 정자리 고택)

보길도에서 찾아가지 못해 아쉬운 곳 중에는 완도 향토유적 5호로 지정된 김양제 고택도 있다. 김양제(1923~1997)는 300여년전 조선 인조 때 벼슬을 지내고 보길도에 자리 잡은 김서온의 10대손이다. 고택의 정확한 건립 기록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1800년대 중반부터 여러 대에 걸쳐 조금씩 증축되었다. 고종 때에는 집안의 후손인 김상근이 사랑채와 대문채, 행랑채를 축조했는데 한국·일본·중국식 건축기법을 혼합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그후 김상근의 후손인 김양제가 서울에 살다가 집안의 종손이 죽자 보길도로 내려와 건물을 중수하고, 정원을 조성해 ‘김양제 고택’으로 알려져 있다. 혹은 보길도 북서쪽인 정자리 456번지에 있다고 해서 정자리 고택으로도 불린다. 고택 안쪽에는 성모상이 위치해 있어서 서양적 기풍까지 가미되어 있다. 고택 뒤쪽 뜰에는 승탑이 위치해 있는데 완도 법화사지에 위치해 있던 것을 옮겨온 것이라 한다. 바깥에서 봤을 때 평범한 집이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비밀의 정원 같은 비경을 품고 있다.

800여평의 대지에 건물 4채와 흰동백을 비롯해 150여종의 수종이 어우러져 작은 식물원을 연상시킨다. 2채씩 서로 맞닿은 고풍스러운 한옥과 세월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부도를 보면 윤선도의 세연정에 버금가는 명소라 할만하다. 주인에게 허락을 구해야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김양제 고택 (출처 완도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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