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구석구석

[강원 태백·정선의 함백산]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을 산책하듯 걷는 게 매력… 하늘 가리고 사방이 온통 초록인 숲길은 난생 처음

↑ 함백산 정상 아래 데크계단에서 바라본 중함백~은대봉~금대봉 능선. 멀리 오른쪽이 매봉산 ‘바람의 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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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8.6㎞, 4~5시간

☞ 두문동재~은대봉~중함백~함백산~만항재

 

by 김지지

 

오늘은 강원도 정선·태백의 함백산이다. 당초 계획은 야생화가 넘쳐난다는 태백의 두문동재 고개에서 남쪽의 만항재 고개까지 8.6㎞의 능선길을 걷는 것이었으나 알고보니 중간에 함백산이 있어 결과적으로 함백산 등정이 되었다. 2023년 7월 1일 산행에는 8년 전 두문동재에서 북쪽의 금대봉과 대덕산을 거쳐 검룡소로 함께 내려갔던 아내가 동행했다. 전체 코스는 두문동재~은대봉~중함백~함백산~만항재이고 거리는 8.6㎞다.

 

■우리 코스 : 두문동재~함백산~만항재

▲코스 개요

이번 코스는 두문동재 (1.3㎞) 은대봉 (1.9㎞) 적조암갈림길 (1.2㎞) 중함백 (1.2㎞) 함백산 (3.0㎞) 만항재로 이어지는 8.6㎞ 거리다. 4~5시간 걸린다. 이 코스의 매력은 부드럽고 완만한 산의 능선을 산책하듯 걷는 것이다. 두문동재를 들머리로 잡고 만항재를 날머리로 잡은 것은 만항재에서 함백산을 오르는 구간 중 200~300미터가 급경사이기 때문이다. 반면 두문동재에서 출발하면 트레킹 위주로 진행되어 이 구간의 자랑인 야생화를 쉬엄쉬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우리는 만항재에 주차하고 택시를 불러 출발지인 두문동재로 이동했다. 택시비는 미터기 계산으로 2만2800원이다. 만항재쉼터 주인이 알려준 개인택시 전화번호(010-3219-3689)를 이 글에 소개하는 이유는 택시기사가 구수한 입담에 친절하기 때문이다. 산행 20~30분 전에 미리 전화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사실 함백산을 다녀오고 1주일 뒤 두문동재~금대봉~대덕산~검룡소를 다녀올 때도 이 택시를 이용했다. 평소 전국 산행 중 가성비 좋은 펜션이나 식당, 택시 등을 만나면 소개하는데 그리 많지는 않다.

만항재~함백산~금문동재~금대봉~대덕산~검룡소 코스 지도

 

오늘 코스에서는 수백종의 야생화가 5월 중순부터 만개해 9월 말까지 순서를 기다리며 핀다고 한다. 그래서 언론들마다 야생화를 예찬하지만 누구든 이곳에 갔을 때의 기간은 하루에 불과해 기대 만큼의 야생화를 만날 수 없고 야생화가 군락으로 피지 않기 때문에 실망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다녀와 알게 된 것이므로 얼마나 필지 모르는 이곳의 모든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겠다고 계획을 짰다. 마침 매년 7월 말이면 만항재에서 ‘야생화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7월 1일 이 일대에서 발견한 야생화는 15종에 불과했다. 언론 보도와 달리 야생화가 적은 것 같아 생각해 봤더니 여름 야생화가 본격적으로 피기 전이고, 무성한 숲의 그늘이 원인인 것 같다. 실제로 두문동재~금대봉 쪽은 햇볕을 잘 받는 초지가 발달해 야생화가 상대적으로 많이 피고 두문동재~함백산 쪽은 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린 곳이 많아 드문드문 보이는 햇볕 구간에서만 꽃이 피다보니 금대봉 코스와 비교해 야생화가 덜 피는 것이 사실이었다.

능선의 해발고도

 

▲두문동재 들머리

우리 산행의 들머리인 두문동재(1268m)는 강원도 정선 고한읍과 태백을 잇는 고개다. 2001년 고개 아래에 터널이 뚫려 지금은 잊혀진 옛길이 됐지만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38번 국도의 일부로 국도 구실을 톡톡히 했다. 길이는 1363m이고 해발은 1048m로 우리나라 터널 중 해발이 가장 높다. 두문동재는 백두대간 종주에 나선 이들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이 일대 백두대간은 태백의 매봉산 → 바람의언덕 → 비단봉 → 창죽령 → 금대봉 → 두문동재 → 은대봉 → 함백산 → 만항재로 이어진다. 따라서 두문동재 북쪽으로는 금대봉~창죽령으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은대봉~함백산으로 이어진다.

산행은 옛 38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두문동재 탐방지원센터 건너편에서 시작한다. 별도의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공간이 좁다. 대신 길가에다 주차를 할 수 있다. 두문동재 북쪽의 금대봉 코스는 국립공원 사이트에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지만 두문동재 남쪽의 이 코스는 예약없이 그냥 진행한다.

두문동재 탐방지원센터

 

▲두문동재~은대봉~적조암 갈림길~중함백

 두문동재(1268m)에서 은대봉(1442m)까지는 고도를 170여m만 높이면 된다. 거리가 1.3㎞이니 완만할 수밖에 없다. 오솔길보다는 약간 넓고 자갈이 섞인 길을 20분 정도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면 방금 걸어올라온 두문동재 방향으로 조망이 트인다. 금대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부드럽고 그 오른쪽으로 매봉산 위 ‘바람의 언덕’이 모습을 보여준다. 들머리에서 은대봉까지 천천히 걸어가니 37분 걸렸다.

은대봉 정상은 너른 헬기장이다. 발밑으로 정선 고한역과 태백 추전역을 잇는 정암터널이 지나간다. 잡목에 둘러싸여 조망은 없다. 대신 햇볕을 받는 공간이 많아 꿀풀, 큰뱀무, 기린초 등 야생화들이 군락으로 피어 있다. 목제 평상까지 있어 가을날 이곳에 앉아 있으면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행복할 거 같지만 지금은 여름 초엽이어서 살짝 덥다는 생각 뿐이다. 정상 구석에 놓여 있는 아담한 사이즈의 정상석이 소박하고 앙증맞다.

은대봉 정상

 

은대봉에서 다음 봉우리로 가기 위해 고도를 낮추면 새로운 세상이 숲속에 펼쳐진다. 길은 푹신푹신한 흙길이고 주위는 온통 초록 일색이다. 하늘이 안 보이는 곳도 많아 오솔길마저 풀에 가린 곳에서는 그야말로 온통 초록의 바다다. 이렇게 무성한 숲 때문에 하늘이 가려지고 세상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은 숲길은 내 산행 경험상 처음이다. 7월이어서 낮은 산은 온통 진초록이겠지만 이곳은 한기가 느껴지는 고산지대여서 연초록에 가까운 나무들도 많다. 이런 숲을 걷는 것은 그 자체로 힐링이고 행운이다. 간간이 이끼를 두른 고목들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거송과 고송이 드물고 잡목과 관목이 많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초록의 숲이 계속 이어진다.

 

초록 길을 50분 정도 내려갔다가 살짝 올라가니 평상을 갖춘 공터가 나온다. 처음엔 그저 쉼터로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국립공원 지도상에 표시된 적조암 갈림길이다. 적조암은 동학2세 교조 해월신사가 1872년 10월부터 12월까지 49일간 특별기도를 한 곳이다. 적조암 갈림길을 기준하면 두문동재에서 3.2㎞ 지나왔고 함백산까지는 2.4㎞ 남았다. 그런데도 적조암 방향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없어 그곳이 적조암으로 연결된 삼거리라는 것을 모르는 채 지나는 사람들도 있다. 주변을 살펴보면 등산객 누군가가 안내판에 적조암 방향 표시를 해 놓았는데 정작 이 작업을 해야할 국립공원 안내판에는 표시가 없다.

적조암 갈림길

 

그야말로 온통 초록의 바다

적조암 갈림길을 지나면 중함백으로 연결된 오르막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흙목욕을 하는 과정에서 땅을 뒤집어놓은 멧돼지의 흔적들이 나무 아래에 계속 이어진다. 초입부터 ‘멧돼지 접근 방지용 기피제’를 달아놓은 것도 이처럼 멧돼지가 많기 때문이었다. 이곳을 지나는 등산객들이 거의 없는데다 숲이 무성하니 멧돼지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멧돼지를 만났을 때 수칙을 떠올려보아도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다. 멧돼지 만났을 때 수칙은 아래와 같다.

멧돼지 만났을 때 수칙

 

적조암 갈림길에서 중함백까지는 전체 구간 중 상대적으로 힘든 구간이지다. 하지만 다른 명산의 암봉에 비하면 여전히 순하다. 살짝 경사가 있는 길을 50분 정도 오르면 오른쪽에 조망바위가 숨어 있다. 그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누가 강원도 산이 아니랄까봐 온통 첩첩산중이다. 방금 우리가 걸어온 은대봉에서부터 그 건너 금대봉까지 능선이 소잔등처럼 부드럽게 이어지고 중첩된 산 너머 산들이 끝간데 없이 거침없이 펼쳐있다. 멀리 오른쪽으로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늘에선 구름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조망바위에서 수 분 거리에 중함백(1505m)이 있다. 적조암갈림길에서 1시간, 들머리에서 2시간 30분 걸렸다. 중함백은 고봉인데도 조망이 없다. 좁은 공간에 떡시루같은 바위만이 쉬어가라고 자리를 내줄 뿐이다.

조망바위에서 뒤돌아본 은대봉~금대봉 능선

 

▲중함백~함백

중함백에서 함백산까지는 1.2㎞ 거리에 50분 걸린다. 중함백에서 함백산 가는 길은 한동안 7~8부 능선 길을 걷다가 막판에 데크계단으로 올라간다. 주목 군락지가 군데군데 보이는 곳도 데크계단 부근이다. 주목(朱木)은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산다는 나무다. 이름에 붉을 주(朱)가 들어간 데서 알 수 있듯 나무의 안과 밖이 모두 붉다. 함백산이 설산으로 탈바꿈하는 겨울이 되면 이곳 주목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인터넷에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그래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의 고사목은 함백산 인근의 태백산이 으뜸으로 꼽히고 살아있는 주목 군락지로 유명한 곳은 강원 홍천의 계방산이다. 함백산을 마주보고 있는 정선 두위봉(1466m)에도 주목 군락지가 있는데 그중엔 수령이 1,400년이나 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주목도 있다. 함백산 주목은 데크계단으로 올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데 마치 미어켓처럼 고개를 들고 사방을 감시하는 보초병 모양새다. 이곳에는 수백 본의 주목이 자생하는데 그 중 최고 수령은 700년이다.

함백산 정상 아래 데크계단에서 촬영한 주목들

 

데크계단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사방 조망이 장쾌하다. 오른쪽 저 멀리 O2스키장이 보인다. 데크 끝난 곳에 헬기장이 있고 다시 100미터 정도 완만한 길을 오르면 함백산 정상이다. 그곳에 깔아놓은 시멘트 도로는 만항재와 태백선수촌을 지나는 아스팔트 도로로 이어진다. 예전에는 승용차를 타고 산아래에서 이 시멘트도로를 따라 정상까지 단숨에 올라왔지만 지금은 주행금지다. 시멘트 도로 끝 지점에서 5분만 걸어가면 암릉 위 함백산(1572m) 정상이다. 사방이 열려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열리고, 눈이 맑아진다. 다만 동쪽으로는 거대한 방송 송신탑이 놓여있어 1500m 고지라도 실감이 덜 난다.

함백산은 강원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읍에 걸쳐 있다. 남한에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계방산 다음으로 6번째로 높다. 함백산은 봉우리가 셋이다. 상함백 중함백 하함백인데 상함백은 방금 올라온 은대봉이고 함백산은 하함백의 다른 이름이다. 정상 암반 지대 위에는 정상 비석과 첨성대처럼 쌓은 돌탑이 서 있다. 정상석에 새겨진 ‘咸白山(함백산)’ 글씨가 전국 어느 산보다 힘이 있고 반듯하다.

함백산 정상. 오른쪽은 방송국 송신탑

 

정상에서 남쪽 건너편을 바라보면 태백산의 천제단, 부쇠봉, 문수봉 능선이 동서로 길게 뻗어있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1000m가 훌쩍 넘는 고봉들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붉은 우레탄 트랙과 초록의 잔디구장이 내려다 보이는데 국가대표가 훈련하는 태백선수촌이다. 정상 옆에 방송국의 거대 송신탑이 세워진 것을 보고 혹자는 흉물스러운 인공시설이라며 눈에 거슬린다고 하는데 어차피 반드시 필요한 시설물이고 우리가 일상에서 즐기는 방송용이니 무조건 거부할 것까지는 없다. 사실 송신탑보다 심각한 것은 함백산 동북쪽 산비탈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오투리조트 스키장이다. 정상에서 불과 1㎞ 거리에 있다.

함백산 정상에서 바라본 태백산 능선과 하산길

 

▲함백산~만항재

함백산 정상에서 날머리인 만항재까지는 3.0㎞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하산길이 오른쪽으로 완만하다. 해서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완만한 길은 금방 끝나고 곧바로 급경사 내리막이다. 금문동재가 아니고 이 길로 올라왔다면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고 제법 땀좀 흘렸을 것 같다. 국립공원답게 하산길을 돌계단로 잘 정리했으나 급경사는 어쩔 수 없이 급경사일 뿐이다. 급경사 내리막은 대충 200~300미터다. 하지만 이 정도의 품삯으로 정상에 오를 수만 있다면 헐값이다. 그러니 급경사를 탓할 일도 아니다.

정상에서 0.9㎞ 내려온 지점에 출구가 보인다. 그곳에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200미터 정도 걸어가면 아스팔트 도로가 보이길래 “다 내려왔다”고 안도했는데 웬걸 아직도 만항재까지 2㎞가 남았다는 안내판이 사람을 허탈하게 한다. 아스팔트 도로는 만항재와 연결된 도로로, 정암사에서 만항재로 향하다 고갯마루 못미처 태백선수촌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한 아스팔트 도로 왼쪽이 우리가 내려온 곳이다. 함백산에 오르려는 많은 등산객들이 이곳 주차장이나 도로가에 주차하고 등산을 시작한다. 표고상으로는 250m만 올라가면 정상에 닿을 수 있으므로 살짝 민망해지는 1570m대 정상 정복이기도 하다.

함백산 정상에서 1키로 아래 도로. 왼쪽이 함백산, 오른쪽이 만항재 가는 길이다.

 

함백산에서 내려와 만항재로 가려면 도로 건너에 난 숲길을 따라가면 된다. 거리는 2㎞이고 시간은 쉬엄쉬엄 40~50분 걸린다. 약간의 고저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완만하다. 숲길을 따라 15분 정도 진행하면 함백산 숲이 걷히고 널찍한 언덕이 나온다. ‘함백산 기원단’이다. 안내문에 의하면, 태백산 천제단은 나라의 부용과 평안을 위해 왕이 천제를 올리던 민족이 성지인 반면, 함백산 기원단은 백성들이 하늘에 제를 올리며 소원을 빌던 민간 신앙의 성지였다. 함백산 일대의 탄광에서 광부들이 석탄을 캐던 중 지반붕괴로 사고가 자주 일어나자 광부 가족들이 이곳을 찾아 무사안전을 위해 정성을 다해 기도했던 곳이라 전한다.

기원단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다 숲길 옆 왼쪽에 조그만 바위가 보이길래 무심코 살펴봤더니 <창옥봉 1373m>라고 쓰여 있다. 처음에는 누군가 장난으로 만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국립공원 지도에도 등장하는 엄연한 독립 봉우리다. 사실상 평지나 다름없는 곳의 숲속에 있어 대부분 모르고 지나칠 것 같다. 창옥봉을 지나 20분 정도 진행하니 마침내 종착지다. 만항재에서 도로를 따라 300m 아래인 이 지점이 들머리이면서 날머리다. 도로를 따르지 않고 도로 건너 <선상의 화원>을 지나도 만항재다. 두문동재에서 만항재까지 거리는 8.6㎞이고 소요시간은 5시간 정도 걸렸다. 출발 때부터 눈에 띄는 야생화를 모두 촬영했으나 15종 밖에 안돼 기대에는 못미쳤다. 시기상으로도 그렇겠지만 소문만큼 야생화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하늘나리 꽃 한 종류 뿐이다.

만항재 야생화탐방로에서 바라본 함백산

 

■만항재

기왕에 만항재까지 왔으나 만항재를 둘러본다. 만항재는 강원도 태백시, 정선군 고한읍, 영월군 상동읍이 만나는 삼거리 고갯마루다. 높이가 1,330m에 달해 아스팔트길을 따라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이다. 지리산 정령치(1172m)나 강원 평창∼홍천의 운두령(1089m)보다 높다. 만항재는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석탄을 나르던 고갯길이었다. 더 옛날엔 정선의 고한 사람들이 이 고개를 넘어 태백의 황지를 거쳐 봉화의 춘양까지 가서 소금을 사왔다. 얼마나 험하고 먼 길이었던지 소금 한가마를 지고 고한에 돌아오면 소금이 녹아 반가마도 채 남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만항재

 

최근 들어 만항재가 유명해진 것은 야생화 공원 덕분이다. 함백산과 만항재 일대에서 철따라 수백종의 풀꽃이 피고 진다. 여름에 피는 것만 60여 종이란다. 이곳 ‘선상의 화원’에서는 7월말~8월초가 되면 야생화 축제가 열린다. 자생꽃이 아니라 일부러 조성한 것이지만 여러 야생화를 한꺼번에 보려고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하늪숲정원도 있다.

위 왼쪽부터 시게 방향으로 왼쪽부터 각시붓꽃, 기린초, 둥근이질풀, 하늘나리, 붉은토끼풀, 초롱꽃, 근뱀무, 꿀풀

■정암사

만항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암사가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 중 한 곳으로 유명하다. 진신사리를 모신 나머지 네 곳은 경남 양산 통도사, 강원 평창 오대산, 강원 인제 설악산 봉성사, 강원 영월 사자산 법흥사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정암사가 유명해진 것은 보물로 지정된, 산비탈에 솟아오른 9미터 높이의 7층전탑인 ‘수마노탑’ 덕분이다. 적멸보궁 뒤편 급경사를 따라 100m 남짓 올라가야 만나는 수마노탑 안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고 전한다. 진신사리 때문에 적멸보궁 안에서는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는다. 정암사는 자장율사가 일생을 마친 곳이어서 입구에 ‘자장율사주장자’라고 쓰인 주목이 있다. 자장율사가 짚고 다니던 주목 지팡이를 꽂아놓은 것이 자랐다고 전한다. 정암사 계곡은 열목어 서식지로도 유명해 천연기념물 제73호로 지정되었다.

 

■사람들이 초록색을 편하게 인식하는 이유

학자들은 산이나 숲에서 초록색을 보게 되면 사람의 맥박이 느려지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한다. 평상시에도 초록색을 바라보면 신경과 근육의 긴장이 이완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교실 칠판을 녹색으로 하는 것도 녹색이 시야각이 좁아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고 집중력과 학습능률 상승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병원 의료진이 수술시 녹색 가운을 착용하는 것은 환자를 안정시킬 목적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수술시 빨강의 피가 눈에 심한 자극을 주어 잔상이 생겨 순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를 갈색으로 보이게 해 자극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풀을 뜯어먹는 소도 녹색을 보면 반가워하고, 빨강색을 보면 흥분한다고 한다.

그러면 초록색이 왜 사람들을 편하게 하는 것일까. 눈의 망막은 시각세포인 간상체와 추상체로 구성된다. 눈 전체에 퍼져 있는 간상체는 명암을 인식하고, 수정체와 마주한 부분에 몰려있는 추상체는 색채를 인식하는데 이 추상체를 자극하는 색소는 빨강, 파랑, 녹색이다. 그런데 녹색은 다른 두 색에 비해 명도와 채도가 낮다. 이 때문에 명암을 인식하는 간상체를 크게 자극하지 않고도 추상체에 잘 인식된다는 특성이 있어 녹색이 다른 색에 비해 편하게 인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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