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패산 정상에서 바라본 도봉산~북한산 능선 (2023년 6월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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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12㎞, 6시간
☞ 안골공원지킴터(의정부)~사패산~신선대(도봉산)~우이암~우이령
by 김지지
대학친구 희용과 정형, 그리고 두 사람의 대학후배 상현 원수 정상이 사패산~도봉산 종주 코스를 다녀온 것은 2023년 3월 1일이었다. 학번으로 치면 80학번에서 88학번까지다. 의정부 안골계곡이나 범골계곡(호암사)에서 출발해 사패산~사패·포대능선~신선대~우이암을 거쳐 북한산과 도봉산의 분기점인 우이령으로 내려가는 코스다. 45㎞의 산길을 걷는 이른바 ‘불수사도북’의 중간 코스(사패산~도봉산)다.
■불수사도북
이른바 ‘불수사도북’은 서울 동북쪽의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을 종주하는 장거리 코스다. 45㎞의 능선을 하룻동안 밤낮으로 걷는 것이 ‘불수사도북’의 원칙이지만 그것은 등산 전문가나 하는 것이고 나처럼 보통 수준의 주말 등산객은 3일에 걸쳐 나눠 걷는다. 3일 동안 직접 걸어본 ‘월간산’지 기자에 따르면 ①불암산~수락산 코스 15㎞ 6시간 ②사패산~도봉산 코스 14㎞ 7시간 ③북한산 코스 15㎞ 7시간이다. 참고로 불수사도북의 원래 코스는 불암산~수락산~도봉산~북한산이었으나 언제부턴가 사패산이 추가되면서 ‘불수사도북’으로 바뀌었다.
■사패산 오름길 세 코스
사패산~도봉산 코스의 첫 단계에서 불수사도북 마니아들이 주로 이용하거나 인정하는 코스는 회룡역~범골통제소~호암사~사패산 정상이다. 다만 우리는 호암사를 거치지 않는 안골공원지킴터를 들머리로 삼았다. 호암사를 거치게 되면 사패능선에서 사패산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0.6㎞ 거리를 되돌아 내려와야 하지만 안골에서 올라가면 바로 사패산 정상으로 직행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회룡탐방지원센터~회룡사-사패능선(회룡사거리쉼터) 코스로도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회룡사거리쉼터에서 정상까지 1.2㎞이므로 도봉산까지 종주를 하려면 정상에서 다시 1.2㎞ 거리로 되돌아 내려와야 한다.
▲회룡역~범골통제소~호암사 경유
1호선 회룡역에서 호암사로 가려면 사패산 방향으로 뻗어있는 회룡역 앞 일직선 도로로 직진한다. 곧 만나게 될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호원2동 행정복지센터가 나오고 그 건물을 지나자 마자 왼쪽길로 들어서면 저 멀리 서부순환로가 보인다. 그곳으로 다가가면 왼쪽에 커다란 호원실내테니스장이 있고 정면으로 굴다리가 보인다. 굴다리를 지나면 <호암사입구> 표시가 나오는데 북한산 둘레길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왼쪽 회룡탐방지원센터까지는 0.8㎞이고, 오른쪽 안골계곡까지는 3.9㎞ 거리다. 호암사입구에서 호암사까지는 0.9㎞, 사패능선까지는 2.5㎞, 사패산 정상까지는 3.1㎞다. 호암사입구에서 호암사까지는 약간의 경사가 있는 아스팔트 도로다. 중간에 화장실과 범골통제소가 있다. 호암사입구에서 호암사까지는 걸어서 10~15분, 호암사에서 사패능선까지는 50분 정도, 능선에서 0.6㎞ 거리의 정상까지는 15분 남짓 걸린다.
▲회룡역~회룡사탐방지원센터~회룡사 경유
회룡역에서 회룡사로 가려면 사패산 방향으로 뻗어있는 회룡역 앞 일직선 도로로 직진한다. 곧 만나게 될 사거리에서 걸 건너 왼쪽의 쌍용아파트 앞을 지나면 다시 사거리가 나오고 그곳에서 보쉬카서비스와 쌍용자동차서비스 사이 우측으로 길게 걸어가면 서부순환로와 회룡탐방지원센터가 나타난다. 서부순환로 아래를 지나자마자 우측 회룡천 건너에 북한산둘레길의 일부인 ‘안골길’ 입구가 보이고 입구로 들어가면 위 범골통제소~호암사 코스에서 소개한 호암사입구를 지나 안골 계곡으로 이어진다. 회룡탐방지원센터에서 회룡사까지는 0.9㎞의 완경사 시멘트길이고 사패산 정상까지는 3.6㎞다. 참고로 회룡역에서 회룡탐방지원센터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있다. 위에서 소개한 회룡역 앞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보이는 미도아파트 뒤의 둘레길 안내를 따라가면 된다. 잠시 후 직동근린공원이 나오는데 그곳에 왼쪽 방향으로 진행하는 둘레길과 회룡사 안내판이 있으므로 안내를 따라가면 된다. 회룡천 건너 개나리아파트에서 우측으로 꺾으면 회룡탐방지원센터로 연결된다.
▲의정부역~안골공원지킴터 경유
안골공원지킴터로 가려면 1호선 전철 의정부역에서 내려 택시나 버스를 이용한다. 걸어가기엔 다소 멀기 때문이다. 물론 제일 간단한 게 택시다. 복잡한 길을 찾느라 헤매지 않고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게 장점이다. 우리도 의정부역에서 내려 택시를 탔다. 5600원 나왔다. 의정부역의 지하상가는 미로처럼 복잡해 출구를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의정부역 3-3출구로 나가면 바로 옆에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다. 버스는 의정부역 5-3 출구로 나가 길 건너 버스환승 주차장을 이용한다. 그곳에서 5번과 23번 등의 버스를 타고 4~5개 정류장을 지나면 안골정류장이다. 길가에 커다란 안골계곡 표지판이 있지만 모를 때는 행인들에게 묻는 것이 상책이다.
안골계곡 도로를 따라 들어가 ‘안골길’(북한산 둘레길 15구간) 입구와 안골공원지킴터를 지난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300미터 쯤 진행하면 ‘산너미길’(둘레길 14구간) 입구다. 택시를 타면 이곳에서 내린다. 그곳에서 콘크리트길을 따라 성불사 방향으로 0.5㎞ 쯤 올라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본격적인 사패산 등산로가 나온다. 정상까지는 1.5㎞이므로 안골공원지킴터를 기준하면 2.3㎞ 거리다. 사패산 오름길은 동네 뒷산처럼 별 특징이 없다. 오늘 산행은 상현이 선두에 서고 원수와 정상이 수다를 떨며 그 뒤를 따른다. 후미는 언제나 쉬엄쉬엄 걸으며 사진도 찍고 주변을 감상하며 걷는 나의 몫이다. 정상에 오르니 들머리(산너미길 입구)에서 1시간 걸렸다.
■사패산
사패산 정상(552m)은 거대한 단일 암봉이다. 다른 정상과 달리 편평하고 널찍하다. 수십 명이 앉아 쉬어도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정상의 파노라마 조망이 매력적이다. 정상 조망을 기준하면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고, 북한산 국립공원을 기준하면 북한산 의상봉과 원효봉, 도봉산 신선대에 버금간다. 정상에서 도봉산 쪽을 바라본다. 포대능선, 자운봉, 도봉주능선, 오봉이 좌우로 뻗어 있다. 오봉 오른편 뒤쪽으로는 북한산의 백운대·인수봉·만경대와 거기서 흘러내린 상장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동쪽으로는 의정부시가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에 수락산과 불암산이 능선을 이루고 있다.
‘사패(賜牌)’는 고려·조선 시대에 나라에서 궁가(宮家)나 공신(功臣)에게 산림·토지·노비 등과 함께 소유 문서를 내려주는 것을 뜻한다. 이곳 산 이름에 ‘사패’가 들어간 이유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조선의 선조가 6째 딸인 정휘옹주를 사가(私家)에 시집보내면서 하사한 산이라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의 세조가 한명회와 함께 세조의 즉위를 도운 일등공신 권람에게 하사했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에서 사패산은 검색되지 않는다. 1920년에 창간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검색해도 1984년 6월 1일자 동아일보에 사패산이 처음 등장한다. 이로 미루어 그 전까지는 독립적인 산으로 대접받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존재감이 없던 사패산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2001년 사패산에 터널을 뚫겠다는 정부 발표 후였다. 터널은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한동안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2007년말 완공되었다.
■포대능선 암릉
사패산 정상에서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풍광을 만끽한 뒤 사패산과 어깨를 걸치고 있는 도봉산으로 향한다.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을 지나 닿는 신선대가 중간 기착지다. 국립공원 답게 능선 곳곳에 거리를 표시해주는 안내판이 많다. 문제는 안내판 거리가 일관성 없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사패산~자운봉까지 합산 거리가 3.35㎞, 3.5㎞, 3.7㎞ 등 들쑥날쑥이다. 사패산 정상에서 안골입구 거리도 2.3㎞와 2.5㎞로 다르다. 명색이 국립공원인데도 이렇다. 다른 국립공원에 가도 이런 안내판이 많다.
각설하고 사패산~도봉산 종주는 해발 500m대에서 700m로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진행한다. 사패능선은 전반적으로 길이 편하다. 평탄하게 다져진 흙산 양쪽으로 소나무도 도열해 있다. 사패산에서 0.6㎞를 10분 정도 걸어가면 삼거리다. 왼쪽으로 범골입구는 2.5㎞, 호암사는 1.6㎞다. 직진하면 자운봉까지 2.9㎞다. 회룡사나 범골을 들머리나 날머리로 삼을 경우엔 이 삼거리에서 사패산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 내려와야 한다.
삼거리에서 다시 10분 정도 진행하니 회룡사 사거리 쉼터다. 회룡사탐방지원센터 2.4㎞, 자운봉 2.3㎞다. 이후 1㎞ 구간은 살짝 난코스다. 다소 험한 바윗길 구간인 포대능선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희용이 말하길 포대능선은 과거 자신과 내가 함께 걸었던 지리산 종주길보다 힘들다고 한다. 지리산에도 오르내리막이 있지만 흙길에다 길이 잘 닦여있어 걷기에 편한 반면 포대능선은 들쑥날쑥한 암릉을 오르내려야 하고 급경사의 침목계단이나 데크계단이 많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의 분기점이 궁금한데 아직 모른다고 한다. 산행 후 내려와 북한산 국립공원 측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딱히 없단다.
고도를 높일수록 뒤의 사패산 정상이 멀어진다. 능선 중간에 세워져 있는 포대능선 설명을 보니 ‘도봉산 주봉인 자운봉까지 뻗어진 약 1.4㎞ 길이의 능선으로 거칠지만 아름다운 암릉길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되어 있다. 사패산에서 1시간 정도 진행하니 암봉(649m) 위에 세워놓은 산불감시초소가 도봉산 일대는 물론 서울의 북쪽과 의정부 시내 일대를 감시하고 있다. 600m대로 고도를 높인 것이 실감날 정도로 거리낌 없이 시야가 터진다. 앞으로는 포대정상까지 1.1㎞의 포대능선이, 뒤로는 방금 걸어온 사패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있다. 포대능선은 암릉의 화려함으로 따지면 전국 어느 산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도봉산의 암릉미가 밀집된 구간이다.
포대능선의 조망이 장쾌하다. 서울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고층건물과 아파트가 없는 과거를 상상해본다. 아침에 일어나면 막힘없이 병풍처럼 서있는 북한산과 도봉산한테서 생동감 넘치는 기를 받았을 것이다. 능선을 따라 오르고 내리고를 1시간 정도 반복하니 Y계곡 입구다.
■Y계곡
Y계곡은 도봉산 전체에서 가장 아슬아슬한 구간이다. 계곡 입구에서 Y자 모양으로 깊숙이 내려갔다가 다시 치고 올라간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Y계곡 초입에 Y계곡을 피해가려는 등산객을 위한 우회로가 나 있다. 이 길로 우회하려는 등산객을 위해 미리 팁을 알려주면 이곳에서 바로 우회하지 말고 Y계곡 방향으로 좀더 들어갔다가 또다시 나오는 두 번째 우회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첫 번째 우회로는 한참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해서 살짝 힘든 반면 두 번째 우회로는 경사도 별로 없고 거리도 짧기 때문이다. Y계곡 방향으로 직진하면 곧바로 포대정상이다. 과거 북한 전투기 격추를 목표로 한 방공포대가 있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데크로 만든 포대정상에 올라가면 사방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뒤로는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이, 앞으로는 북한산 방향의 암봉이 삐죽삐죽 솟아있어 조망대로도 최고다.
포대정상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Y계곡으로 진입한다. 주말에는 일방통행이라 북쪽에서 남쪽 방향으로만 진입할 수 있다. 반대 방향에서는 직원이 막아선다. 일방통행이어도 주말이 되면 북한산 백운대처럼 줄이 길어 지체가 될 때가 많다. 이럴 때는 암릉산행의 묘미를 아쉬워 하면서도 우회로를 택하는 등산객이 적지 않다. Y계곡에는 철난간이 있어 위험하지는 않지만 간간이 발디딤이 모호한 곳이 있어 팔근육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까지는 없다. 철난간을 잡고 내려가는 급경사 암벽 구간이 수십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0~15분에 불과하다.
Y계곡은 그 자체로도 스릴 있지만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암릉으로 올라서자마자 거대 암봉인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이 바로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묘하게 압도당하는 즐거움이 있다. 뒤로는 사패산까지 이어진 암릉이 여전히 뱀꼬리처럼 길게 이어져 있어 환상의 암릉 구간이다. 결국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Y계곡을 필히 다녀오는 것이 좋다. 그런데 상현과 정상은 Y자 계곡을 가보지 못했는데도 포기하고 우회로를 택했다. 원수가 발디딤이 없다며 겁을 준 탓이다. 사실 두 친구의 산행 능력으로 봤을 때 Y계곡은 별거 아닌데도 포기했으니 한번 더 찾아오라는 의미일 것이다.
■도봉산 신선대와 자운봉
도봉산의 정상은 자운봉(해발 740m)이다. 하지만 일반인은 올라갈 수 없는 암벽이어서 바로 옆에 솟은 신선대(해발 726m)가 정상 역할을 한다. 신선대도 철난간을 붙잡고 바위 구간을 올라간다. 사방이 트여있는 정상에 서면 가까이는 주봉이 보이고 그 뒤로는 도봉주능선과 오봉능선이 펼쳐있다. 그 뒤로는 인수봉과 백운대 등 북한산의 고봉들이 첩첩산중이다. 서울시내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히 도봉산 최고 전망터다.
신선대 정상에서 바라본 자운봉(왼쪽)과 만장봉
신선대 주변은 암봉들의 경연장이다. 뿌리가 붙어있는 자운봉(740m) 만장봉(718m) 선인봉(708m)이 서울 시내를 향해 하강하는 모양새다. 거대한 세 봉우리는 도봉산의 상징이기도 하다. 선인봉은 신선이 도를 닦는 바위, 만장봉은 높디 높은 산봉우리란 뜻으로 날카로운 형상을 한 바위, 자운봉은 높은 산의 봉우리에 붉은 빛의 아름다운 구름이 걸려있다는 뜻이다. 세 봉우리 모두 질감이 멋드러진 화강암이다. 신선대 바로 옆 자운봉은 레고를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 독특하다. 높이가 불과 8m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만장봉 정상이 내려다보인다. 세 봉우리 말고도 자운봉 뒤에 또 하나 봉우리가 있다. Y계곡 암릉 쪽(북쪽)에서는 보이지만 신선대에서는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무명봉 취급을 받고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 지도에도 없지만 엄연히 연기봉이라는 이름이 있다.
■우이암 지나 우이령으로 하산
신선대에서 내려와 우이암 방향을 향해 도봉주능선을 걷는다. 신선대에서 0.3㎞ 거리를 내려가고 오르면 삼거리다. 왼쪽 도봉탐방지원센터는 3.0㎞, 직진하면 우이암 2.3㎞다. 주봉을 우회하면 비로소 도봉산 남릉이다. 20분 정도를 걸어가면 오봉능선 갈림길이다. 그곳에서 오른쪽 오봉은 1.0㎞, 여성봉은 2.1㎞이고 직진하면 우이암까지 1.8㎞다. 이곳에서 우이암까지 등산로는 굴곡이 크지 않고 비교적 한적하다. 우이암을 향해 직진하는데 나란히 공중에 걸려있는 듯한 웅장한 5개 바위(오봉)가 오른쪽 뒤에서 계속 따라온다. 오봉능선 갈림길에서 주능선을 따라 0.5㎞를 진행하면 오봉에서 오는 길과 다시 만난다. 첫 오봉능선 갈림길에서 우이암 방향으로 20분 정도 진행하면 도봉주능선에서 최고 조망터 중 한곳으로 꼽히는 데크조망대가 나온다. 지나온 도봉산 주능선이 신선대․자운봉까지 길게 이어져 있고 왼쪽으로 오봉능선이 선명하다.
40분을 걸어가니 마침내 우이암이다. 이 능선을 처음 가는 사람들은 우이암 하면 사찰의 암자를 떠올리겠지만 사실은 소 귀를 닯은 바위를 뜻하는 우이암(牛耳巖)이다. 부처를 향해 기도하는 관음보살을 닮았다고 해 관음봉이라고도 하고, 사모관대를 쓰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사모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이암은 도봉구 일원에서 도봉산을 바라보면 보이는 랜드마크 같은 곳이다. 우이암은 그냥 지나치지 말고 우이암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바위가 능선 옆에 있으니 그곳에 올라가 우이암을 직시해야 제대로 실감한다.
우이암을 지나면 곧바로 원통사 방향의 우이남능선으로 이어진다. 원통사 바로 위에 우이암쉼터가 있다. 그곳에서 무수골까지는 1.6㎞, 우리의 목적지인 북한산우이역은 2.5㎞ 거리다. 원통사 지나 우이역까지는 전반적으로 순한 흙길이다. 동네 주민들에게는 산책코스 같은 곳이다. 원통사에서 40분을 걸어내려가니 마침내 도봉산과 북한산의 경계인 우이령이다. 고개 북쪽이 도봉산이고 남쪽이 북한산이다. 우이령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과 경기 양주시 교현리를 잇는 길이기도 하다. 1968년 1·21사태 때 북한군 김신조가 넘어왔던 길로 유명하다. 그 이후 41년 만인 2009년 문이 열렸다. 가곡 ‘바위고개’(이흥렬·1907∼1980·작사 작곡)의 배경이기도 하다. 12㎞ 거리를 휴식시간 포함해 6시간 걸렸다. 내가 쉬엄쉬엄 걸어가서 그렇지 일행의 속도를 기준하면 30분 정도 줄어든다. 오늘 산행이 장거리는 아니지만 곳곳에 암릉 구간이 있어 살짝 피곤하다. 개운한 피곤함이어서 그런지 불수사도북을 3일에 걸쳐 완주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