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구석구석

[원주 감악산] 급경사 암릉 지대가 살짝 긴장돼도 중첩된 산줄기가 사방으로 펼쳐 있고 연초록 소나무와 가을단풍이 더해지니 절로 탄성이 나오더군요

↑ 전망바위에서. 선근과 정형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6㎞ 4~5시간

☞ 코스 : 들머리(감악산펜션 주차장) ~ 능선코스 ~ 제3봉(원주 정상) ~ 월출봉 ~ 감악고개 ~ 계곡코스(감악골) ~ 원점회귀

 

by 김지지

 

선근 정형 태훈 3인이 강원도 양양의 기림 아파트에 숙소를 정하고 7년 만에 재개방한 흘림골 탐방로를 2022년 10월 23일 둘러보면서 가을을 만끽했으나 그것으론 부족해 다음날(24일) 두타산 베틀바위로 올라가 가을의 절정을 맛볼 예정이었다. 그런데 가을비가 동해안 전역에 추적추적 내려 도무지 산행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히 삼척의 민둥산과 원주의 감악산을 대체지로 고민한 끝에 감악산으로 결정했다.

 

■감악산은

감악산 이름의 유명 산은 전국에 세 곳이나 된다. 파주·양주의 감악산, 원주·제천의 감악산, 거창군 신원면의 감악산이다. 이중 널리 알려진 것은 블랙야크·산림청이 ‘100대 명산’으로 지정한 파주의 감악산이다. 원주·제천의 감악산도 블랙야크 지정 100대 명산이긴 하나 원주의 치악산 명성에 가려 주변에 다녀왔다는 사람이 의외로 없다.

이곳 감악산(945m)은 치악산 동남쪽의 원주시 신림면과 충북 제천시 봉양읍 경계에 솟아있지만 주요 들머리가 원주 쪽이어서 원주의 감악산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번에 다녀와 알게 되었지만 감악산은 명산의 덕목을 골고루 갖춘 산이다. 으뜸 매력은 하늘로 솟구친 암봉들과 빼어난 암릉미, 그리고 넉넉하게 펼쳐진 조망이다. 덩치는 자그마해도 암릉과 송림이 어우러져 제법 운치도 있다. 일부 구간이 급경사의 바위 지대이긴 하나 전체적으로 가파르지 않고 산행거리도 적당하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사방 산줄기들

 

■감악산 코스

들머리는 크게 두 곳이다. 원주 쪽 들머리는 신림면 황둔리에 소재한 감악산펜션(혹은 감악산쉼터) 주차장이고 제천 쪽은 봉양읍 명암리에 소재한 백련사 주차장이다. 백련사까지는 길이 잘 뚫려 있어 자동차 통행이 가능하고 정상까지도 걸어서 약 30분이면 충분하다. 때문에 조망을 즐기려는 등산객이나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주로 이 코스를 선호한다. 반면 등산을 즐기려는 사람들 대부분은 감악산펜션 앞 주차장을 들머리로 삼는다.

감악산펜션 출발 코스는 계곡과 능선으로 나뉜다. 덕분에 등산과 하산 코스를 달리 잡으면 감악산의 전모를 즐길 수 있다. 계곡길은 가벼운 산행에 적당하고 능선길은 다소 가파른 암반 구간을 끼고 있어 등산 초보자에게는 다소 무리다. 능선길 일부 구간에 ‘통행 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을 정도로 급경사 바위구간이 있긴 하지만 그 구간을 생략하면 산행 맛이 떨어져 대부분 등산객은 조심조심 그 구간을 지나간다. 능선길은 이 글 아래에서 상세하고 소개하므로 계곡길을 먼저 소개한다.

감악산펜션 주차장과 코스 지도

 

■계곡길 

계곡길은 계곡(감바위골)을 따라 걷는 완만한 오솔길이다. 2.46㎞ 거리에 감악고개(765m) 사거리가 있다. 왼쪽이 감악산정상, 고개너머가 백련사(명암리), 오른쪽이 천삼산이다. 감악고개에는 정상까지 거리가 0.6㎞라는 푯말이 있다. 그런데 고개만 넘으면 바로 나타나는 백련사가 있다는 안내 없이 명암리 방향만 알려준다. 백련사 방향과 거리를 표시하지 않은 것은 아래에서 소개할 감악산 정상 삼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면 감악산 초등자는 그것을 보고 백련사를 경유해 감악산 정상으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데 방향과 거리 표시가 없으니 백련사 경유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우리가 그러했다. 추측건데 백련사가 제천시에 속해 있어 원주시가 몽니를 부린다는 생각이 든다. 들머리(감악산펜션)에서 출발해 감바위골~감악고개를 경유해 백련사로 넘어가는 코스는 옛날부터 ‘절에 가는 길’로 불렸는데 야속하게도 원주시가 안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감악고개에서 정상 삼거리까지 0.6㎞를 오르면 원주 정상(제3봉)과 제천 정상(일출봉)으로 길이 갈라진다. 모름지기 산의 정상이라면 봉우리가 하나여야 하는데 어쩌다 둘이 된 걸까. 원주시와 제천시가 각기 다른 봉우리에 정상표지석을 따로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최고봉은 제천시에 있다. 정상 삼거리(월출봉 아래)에서는 원주 정상이든 제천 정상이든 거리가 가깝다. 그런데도 삼거리에서 원주 정상(제3봉)만 안내할 뿐 제천 정상(일출봉)까지 거리는 안내하지 않아 우리는 일출봉에 오르지 못하고 하산하는 아쉬운 산행을 해야 했다.

정리하면 능선길에는 살짝 위험한 구간이 있으므로 등산 초보자들은 계곡길로 올라가 감악고개와 백련사를 거쳐 제천 정상(일출봉)에 오른 뒤, 감악산 삼거리에서 감악고개로 내려오거나 올라간 길을 되밟아 내려가는 것이 좋다. 감악산펜션(들머리)~감악골(능선길)~월출봉~정상(일출봉)~백련사~감악골~원점회귀하는데 4~5시간 잡으면 된다.

일출봉에서 바라본 월출봉(왼쪽)과 제3봉(원주 정상)

 

■우리 산행은

 

▲능선길로 등산

우리는 감악산펜션 앞에 주차(3000원)한 후 능선길로 올라가 계곡길로 내려왔다. 원주 정상(930m)을 기준하면 능선길은 2.84㎞이고 계곡길은 3.08㎞다. 출발에 앞서 현지에 세워져 있는 지도를 보니 1.7㎞ 지점에 ‘폐쇄구간’ 표시가 있어 잠깐 망설였으나 능선길을 포기하면 앙꼬없는 찐빵이 될 것 같아 “조심하고 긴장해서 올라가라”는 뜻이라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능선길을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었다.

능선길은 감악산쉼터(식당) 오른쪽으로 나 있다. 초반엔 급경사와 완경사가 반복된다. 능선길 소나무들은 어떻게든 더 많은 햇빛을 받으려고 하늘로 쭉쭉 뻗어있다. 40분 정도 오르니 호젓하고 평탄한 숲길이다. 룰루랄라 하며 그 길을 따라 20분 정도 걸어가니 첫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바위에 올라 사방을 조망한 뒤 다시 오르는데 경고판이 세워져 있어 발길을 주춤하게 한다. ‘안전사고발생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문을 보고 주의해서 올라가는데 5분 뒤 ‘접근 이용을 금지한다’는 더 강력한 ‘폐쇄구간’ 표시판이 길을 가로막는다.

능선길 폐쇄구간. 급경사 암릉지대다.

 

재차 경각심을 가지고 올라가는데 로프가 매여 있거나 ㄷ자 꺾쇠가 박혀 있는 급경사 바위구간이 시작된다. 로프가 튼튼하고 굵어 위험하지는 않으나 유격훈련하듯 올라야 하는 급경사 벼랑을 지날 때는 스릴감이 느껴진다. 자칫 로프를 놓치거나 벼랑에서 미끌어지면 큰 부상을 당할 수 있으므로 초보자나 베테랑 할 것 없이 조심해야 한다.

생각해보니 이곳과 유사한 구간이 지난 6월 선근 종훈 태훈과 함께 다녀온 충북 괴산의 희양산이다. 희양산 정상으로 오르려면 70도 이상의 경사각이 벼랑처럼 이어지는 70~80m 길이의 암벽을 올라야 하는데 팔뚝에 알이 배일 정도로 힘이 들뿐 위험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곳 감악산의 급경사 바위 구간은 자칫 미끄러지거나 떨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어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폐쇄구간은 급경사 바위 구간을 20분 정도 끙끙대며 올라가야 끝난다.

원주 정상표지석(왼쪽)과 감악산 정상 삼거리 옆 봉우리에서 내려다본 원주 정상(제3봉) 모습

 

중첩한 내륙 산줄기가 병풍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어

다시 몇분 정도 진행하니 3면이 트여있는 감악산 최고 조망터다. 멀든 가깝든 중첩한 내륙의 산줄기가 병풍처럼 우리를 둘러싼 모습이다. 멋진 조망 때문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바위 위에서 보낸 뒤 아쉬운 작별을 했다. 이후에도 멋진 조망은 수시로 펼쳐진다. 몇 군데 조망바위 중 두 곳이 감악산 제1봉과 제2봉일텐데 표지석이 없으니 알 수 없다. 폐쇄구간을 지났어도 로프와 ㄷ자 꺾쇠가 설치된 바위지대는 계속 이어진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서 일출봉(제천 정상), 월출봉, 3봉(원주 정상)이 올려다 보인다. 원주시 지정 감악산 정상(930m)에 오르니 2시간 30분이 지났다. 그곳이 감악산 제3봉이라는데 이곳에도 표시는 없다. 정상표지석 앞 거대 바위에서 파란 가을하늘과 일출봉·월출봉을 바라보며 요기를 하니 힘이 난다.

원주 정상(제3봉)에서 올려다본 일출봉(왼쪽)과 월출봉

 

정상에서 0.3㎞ 진행하니 감악산 삼거리다. 중간에 이런저런 벼랑이 있고 벼랑 옆에는 첩첩이 쌓여있는 바위들이 세상을 굽어보고 있다. 좁디좁은 바위 틈새에서 자라는 소나무들도 벼랑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삼거리 푯말에는 계곡코스 3.08㎞, 능선코스 2.84㎞만 표시되어 있을 뿐 앞서 지적한대로 제천시(백련사) 방향으로는 거리 표시가 없다. 일출봉(제천 정상)이 코앞인데도 안내 표시가 없어 다녀오지 못한 것을 나중에 알고나니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일출봉이 가깝다는 것을 알지 못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안내 표시를 해주지 않은 원주시가 더 원망스럽다. 삼거리에는 월출봉(일명 동자바위), 일출봉(선녀바위), 감악산 제1·2·3봉의 위치와 거리를 표시한 안내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원주시의 대승적 판단과 행정을 기대한다.

월출봉은 삼거리 바로 옆에 있어 올라가보려고 시도했으나 올라갈만한 바위 틈이 보이지 않는다. 자칫 떨어지면 그야말로 황천길로 갈 것 같아 포기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뒤쪽으로 올라가는 틈이 있는지 월출봉 꼭대기에서 찍은 사진이 각종 블로그에 심심치 않게 보인다, 우리는 삼거리 옆 거대 바위에 올라 월출봉을 대신했다. 거대 바위에 오르면 지나온 원주 정상이 가깝게 보이고 그 뒤로 중첩한 산줄기가 좌우로 길게 이어져 있다. 삼거리에서 구멍바위(통천문)를 지나면 일출봉(제천 정상)이다. 일출봉에서도 가장 높은 너럭바위에서는 월출봉과 제3봉이 바라보이고 소나무가 홀로 자라고 있다.

기암괴석들

 

▲계곡길로 하산

이제 삼거리에서 감악고개를 거쳐 계곡길로 하산한다. 하산길 능선 왼쪽(제천)으로는 나무들이 우거지고 오른쪽(원주)으로는 감악산펜션이 속한 창천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감악고개는 능선을 따라 20분 정도 내려간 곳에 있다. 고개 오른쪽이 계곡길이고 왼쪽이 백련사 방향이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감악고개에서 백련사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저 명암리 방향만 안내하고 있다.

계곡을 지나는 오솔길은 단풍이 지천이고 절정이다. 소나무가 일품인 능선길과 비교된다. 보통의 단풍나무는 사람 키의 2~4배가 기본인데 이곳에서 자라는 빨간색의 단풍나무는 어린 나무도 제법 많은 게 특징이다. 끊임없이 새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해 자연스럽게 단풍나무 군락지가 된 듯 하다. 그런데 나는 빨강 단풍보다 노랑 단풍이 좋다. 절정기가 지나도 큰 변화가 없는 노랑 단풍과 달리 빨강 단풍나무는 가을이 지나면 말라 비틀어져 몰골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완경사 흙길에 낙엽이 깔린 오솔길을 걸어가노라니 마치 산사로 돌아가는 스님이 된 듯한 기분이다. 등산객 한 명 없는 가을 오솔길을 감상하며 걸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태훈은 음악을 들으며 쉬엄쉬엄 걸어내려간다. 그렇게 원점으로 돌아가니 1시간 20분이 걸렸다. 쉴멍놀멍하며 5.9㎞를 걷는데 모두 5시간 20분이 걸렸다.

계곡길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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