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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일에 떠난 청계산~광교산 종주 24㎞… 친구가 있어 즐거웠고 산이 있어 행복했다

↑ 백운산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나뭇가지가 하늘을 가리고 있다

 

by 김지지

 

■들어가며

 

4월 어느날, 대학 친구들과 점심을 하는 자리에서 영수가 ‘청광 종주’를 제안한다. 청계산에서 출발해 백운산과 광교산을 넘어 수원의 영통지구로 하산하는 코스다. 즉석에서 봉우와 희용이 동참 의사를 밝힌다. 그런 코스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구체적인 소요시간과 거리를 알지 못하는 나 역시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종주 일자는 2021년 6월 5일로 정해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날은 호적상 내 생일이었다. 그것도 환갑이라는 60번째 생일이었다. 진짜 환갑을 축하하는 가족 모임은 작년 이맘 때 했는데도 호적상 또 환갑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봉우와 희용도 작년이 환갑이었다. 환갑일에 산행 약속을 잡았다고 하니 아내가 “3월 새식구(사위)가 생긴 후 처음 맞는 생일인데 약속을 잡았다”며 핀잔을 준다.

 

■청계산~광교산 종주 개요

 

청광 종주 길에는 10개 봉우리가 버티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청계산 원터골에서 출발 → 옥녀봉(375m) → 매봉(582m) → 이수봉(545m) → 국사봉(540m) 등 청계산의 주요 봉우리를 오르고 내린 후 서울외곽순환도로 하오고개(성남~의왕 경계) 위 다리(등산육교)를 건너 우담산(발화산·425m) → 바라산(428m) → 백운산(567m) → 광교산 시루봉(582m) → 광교산 종루봉(비로봉) → 광교산 형제봉(448m)을 거쳐 광교웰빙타운(날머리)으로 하산한다. 그 사이 지나는 지자체는 서울 서초구, 성남시, 과천시, 의왕시, 용인시, 수원시 등 6개다.

종주 코스와 산행시간, 거리, 고도 표시. 왼쪽의 종주 코스 지도 출처는 블로그 <남은 인생 맛있게>다.

 

우리는 청계산에서 출발해 ‘청광 종주’라 했으나 출발 위치에 따라 ‘광청 종주’로 바뀌기도 한다. 우리 코스와 반대로 광교산으로 올라가 청계산으로 내려가는 경우다.  영수는 2017년 4월 ‘청광 종주’ 유경험자다. 그때는 청계산의 옥녀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매봉으로 직등했는데 10시간 40분 걸렸다고 한다. 이번에도 리더 역할을 확실히 하기 위해 하오고개~광교산 형제봉 구간(13㎞)을 두 번이나 사전답사했다.

희용은 ‘청광 종주’의 ‘청광(淸光)’을 만해의 시 ‘님의 침묵’에 나오는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시구(詩句)와 연결시켜, 이번 산행을 ‘푸른 산빛(청광)을 따라가는 여정’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산행에 또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청계산의 청은 푸를靑이 아니고 맑을淸이어서 만해의 시구를 끌어들이는 게 무리가 있으나 희용이가 이번 산행에 그만큼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모든 종주가 그러하듯 종주에 적당한 계절은 5월과 6월이다. 해가 길고 덥지 않아서다. 가을은 해가 짧으므로 랜턴이 필수다.

청계산 지도

 

■구간별 거리와 산행 시간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우리가 산행하면서 느낀 ‘청광 종주’의 주관적 감흥보다 코스와 소요시간을 더 궁금해 할 것이다. 해서 그것부터 먼저 개략적으로 소개한다. 이번 종주 총거리는 23.9㎞이고 소요시간은 10시간 37분이다. 걸음수는 4만8000보 정도다. 총거리는 청계산 원터골 입구에서 수원 영통지구의 열림공원(광교웰빙국민체육센터)까지를 GPS로 측정한 것이다.

‘청광 종주’의 종착점은 한동안 경기대 정문앞 광교저수지(반딧불이 화장실)를 기준했다가 교통이 불편해 요즘은 광교역으로 하산하는 추세다. 리더인 영수가 우리의 하산 지점을 광교웰빙국민체육센터로 잡은 것은 경기대 정문앞 반딧불이화장실 하산 코스와 비교해 거리에 큰 차이가 없고 길이 편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고 우리의 종주가 기록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다른 등산객의 종주 시간을 살펴보면 비교적 산을 잘 타는 사람은 8시간, 보통은 9~10시간 정도다. 우리는 10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산행 속도가 가장 느린 나로 인해 1시간이 늦어졌다. 평소 나의 산행 수준은 중간 이상인데 2~3년 전부터는 60대에도 계속 요산요수(樂山樂水)를 하려면 무릎을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힘들다 싶으면 속도를 늦춰가며 산에 오르고 있다. 이런 습관이 몸에 배이고 근육도 그에 맞게 형성되다보니 친구들이 볼 때 이번 산행 속도가 느려보여도 나에겐 오버 페이스였다.

구간별 거리와 산행 시간을 살펴본다. ▲구간별 거리는 등로 중간중간 세워져 있는 안내판을 참고했다. 청계산 원터골(들머리) →(2.33㎞) → 옥녀봉 → (2.20㎞) → 매봉 → (3.0㎞) → 이수봉 → (1.5㎞) → 국사봉 → (1.5㎞) → 하오고개 → (2.35㎞) → 우담산(발화산) → (1.78㎞) → 바라산 → (2.33㎞) → 백운산 → (2.0㎞) → 광교산(시루봉) → (0.8㎞) → 종루봉(비로봉) → (1.4㎞) → 형제봉 → (2.0㎞) → 광교웰빙타운(날머리)

▲산행 소요시간은 중간중간 쉬는 시간(5~10분)을 포함해 계산했다. 속도가 가장 늦은 나를 기준한 계산이다. 청계산 원터골(들머리) 출발 → (43분) → 옥녀봉 → (60분) → 매봉 → (53분) → 이수봉 → (38분) → 국사봉 → (55분) → 하오고개 → (80분, 점심시간 23분 포함) → 우담산(발화산) → (54분) → 바라산 → (70분) → 백운산 → (48분) → 광교산(시루봉) → (38분) → 종루봉 → (40분) → 형제봉 → (54분) → 열림공원(광교웰빙국민체육센터) 하산

광교산 등산 지도

 

‘청광 종주’는 10개의 산봉우리를 거쳐가야 하므로 오르막과 내리막을 피할 수 없다. 종주 산행의 운명이다. 오르막 경사가 가장 급한 곳은 매봉과 바라산이고 오르막 구간이 긴 곳은 옥녀봉과 백운산이다. 영수의 사전답사 글이나 다른 블로그를 보다 보면 헷갈린다는 곳이 두어 군데 있다. 이번에 경험해보니 길 안내가 잘못되었다기 보다 갈림길에서 주의 부족이나 판단 미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고자 하는 곳의 지명을 확실히 숙지하고 그 방향 안내판만 따라가면 된다. 초행이라도 길이 단순해 조금만 신경쓰고 걸으면 크게 헷갈리지 않는다.

종주길이 지루하다는 블로그 글도 보이는데 계절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는 환상적인 코스였기 때문이다. 특히 하오고개를 지나 우담산~바라산~백운산~광교산 종주길은 흙길에다 초록 숲의 연속이어서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직접 걸어본 종주 코스

 

▲청계산 원터골 입구~옥녀봉~매봉

청계산입구역에서 만나 원터골 입구로 들어선 것은 오전 7시 20분. 오른쪽 진달래능선을 지나 능선 갈림길에서 옥녀봉(375m)으로 올라간다. 거리는 1.75㎞다. 봉우리가 예쁜 여성처럼 보인다고 해서 옥녀봉이다. 옥녀봉에서 ‘청광 종주’ 기점으로 많이 이용되는 서울남부터미널까지는 2.64㎞, 반대편 매봉까지는 2.20㎞다. 시계가 좋은 날에는 옥녀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관악산이 뚜렷하다.

조금전 올라왔던 갈림길로 다시 내려가 매봉(582m)으로 올라가려면 급경사 1500개 계단이 기다린다. 계단마다 번호를 붙였는데 마지막 계단 번호는 1483이다. 일반 등산객이 가장 많이 오르는 매봉에서 이수봉(545m)까지 거리는 3.0㎞다. 중간에 청계산의 주봉인 망경대(615m)가 있지만 산행 금지 표시가 있어 그냥 옆길로 지나간다.

옥녀봉에서 바라본 관악산

 

▲이수봉~국사봉~하오고개

이수봉(545m)에 도착하니 정상석이 미끈하다. 평소는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었는데 오늘은 희용 덕분에 정상석 전면에 새겨진 글귀까지 읽게 된다. 내용은 이렇다. “조선 연산군 때 유학자인 정여창이 스승 김종직과 벗 김굉필이 연루된 무오사화의 변고를 예견하고 한 때 이 산에 은거하며 생명의 위기를 두 번이나 넘겼다고 하여 후학인 정우 선생이 이수봉이라 명명하였다.”

희용이 정상석 옆에 서더니 정상석에 이름이 새겨진 3명의 인물 중 두 사람을 언급하며 집안 어른임을 자랑한다. 희용의 자부심을 들어보자. “김종직은 내 처가(선산김씨 혹은 일선김씨)의 중시조다. 경남 밀양 출신으로 무오사화 때 부관참시 형을 받았다. 밀양 예림서원이 그를 모신 곳이다.” “김굉필은 내 진외가(아버지 외가)의 중시조다. 도동서원이 그를 모신 곳이다. 우리 할머니가 생전에 오현 자손이라며 친정 자랑을 자주 하셨다. 오현은 광해군 때 성균관에 배향된 다섯 현인을 일컫는데 정여창, 이언적, 조광조, 김굉필, 이황이다. 우리는 여주 이씨 회재 이언적과 한 집안이다.” “내 외가는 남명 조식의 창녕 조씨여서 내 혼맥은 영남 유림 집안에서도 손꼽히는 명문이다. 심산 김창숙(의성 김씨)의 외손녀가 우리 외종숙모이고. 사촌 큰형수가 하회마을 류성룡 후손이다.”

자랑하고 싶은 내용이 더 많은 듯 하나 시간상 끝내겠다는 눈치다. 희용은 이수봉에 올라올 때마다 지인들에게 집안 내력을 알려주며 뿌듯해할 것이다. 그런 희용을 바라보는 내 얼굴에서 흐뭇한 미소가 번진 것을 희용이 봤어야 했다.

왼쪽은 국사봉 정상석. 오른쪽은 이수봉 정상석 옆에서 조상을 생각하며 폼을 잡은 희용

 

이수봉에서 국사봉(540m)까지는 1.5㎞ 거리다. 그동안 청계산의 주능선을 지나는 5개 봉우리 중 옥녀봉, 매봉, 이수봉, 과천매봉 등 4개봉에 오르고 국사봉만 오르지 못해 궁금했는데 이번에 궁금증이 풀려 반가웠다. ‘국사봉’ 하면 왠지 ‘스승사(師)’나 ‘일사(事)’를 쓸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생각할사(思)’를 쓴다.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세워지자 청계산에 은거하던 고려의 충신 조윤이 멸망한 나라를 생각하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국사봉에서 하오고개까지는 1.5㎞ 거리다. 하오고개는 성남시~의왕시 간 서울외곽순환도로에 있다. 하오고개는 성남시 지명이고 의왕시에서는 학고개 또는 학현이다.

하오고개 위를 가로지르는 등산육교

 

▲하오고개~우담산(발화산)~바라산

하오고개 위에 놓인 다리(등산육교)를 지나면 성남누비길 5구간 태봉산길 안내판이 어서오라고 손짓한다. 그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우담산(발화산)과 하우현성당(안얀판교로) 갈림길이다. 우리 방향은 왼쪽의 우담산이다. 일부 오름길이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걷기 편한 평지 흙길이다. 햇빛이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 하지만 우거진 숲 때문에 좀처럼 틈을 찾지 못한다. 하오고개에서 우담산까지 2.35㎞에 60분 정도 걸렸다.

우담산(425m)에서 바라산(428m)으로 가려면 중간의 바라재(245m)를 거쳐야 하므로 고도를 180m나 높여야 한다. 다행히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크게 힘들지는 않다. 다만 고비가 있다. 바라산 아래에 놓여있는 365희망계단이다. 이름 그대로 계단이 365개다. 15개 계단마다 24절기를 소개하는 안내판을 달아놓았다. 입춘에서 시작해 대한으로 끝난다. 그림도 세련되고 설명도 상세하다. 아이디어가 좋다. 24절기를 함께 공부하면서 계단을 오르면 피곤함을 덜 느낄 것 같다.

365희망계단. 오른쪽은 24절기를 소개하는 안내판이다.

 

문제는 내 체력이 그곳에서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오르다 쉬다를 반복하다보니 365계단을 오르는데 15분이나 걸렸다. 알고보니 다른 등산객도 이 코스가 힘들다고 한다. 녹초가 된 내 눈에 24절기 안내판이 들어올리 없다. 반면 나의 발걸음을 재촉하기 위해 내 뒤를 따라오는 희용은 24절기 안내판 하나하나를 흥얼거리듯 읽으며 올라간다. 영수와 봉수는 이미 계단을 다 올라가 저 위에서 나를 기다린다. 어차피 4인이 한 조를 이루었으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만 다소 답답했을 것이다.

바라산에는 정상 표지석이 없고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바라산은 의왕 주민들이 정원대보름날 달을 바라보던 산이어서 발아산 또는 망산(望山)으로도 불렸다. 망산의 뜻인 바라본다에서 유래되었다. 정상 전망대에 서면 저만치 백운호수가 내려다보인다. 우담산에서 바라산까지 1.78㎞ 걷는데 54분 걸렸다.

 

▲영수·봉우·희용의 산행 체력

이번 산행에서는 희용이 내 뒤를 맡았다. 자신은 얼마든지 앞서 나갈 수 있으나 내가 뒤처지면 전체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생각에 내 뒤에서 소몰이하듯 쫓아오니 은근히 압박이 느껴진다. 결국 사진을 찍고 주변을 감상하며 쉬엄쉬엄 걷는 내 평소 스타일을 고수하지 못하고 오버 페이스했다. 덕분에 산행 시간은 줄었겠지만 산행맛은 떨어진다. 그래도 우리는 ‘원 팀’이니 희용이 판단이 전적으로 옳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야 하는 게 세상 이치 아닌가.

‘청광 종주’는 10개봉을 오르고 내리는 식이다. 내가 힘들다고 하니 희용이 수년 전 함께 했던 북한산 12성문 일주가 더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다. 작년 봄 우리가 함께 갔던 20㎞ 지리산 서북종주(성삼재~바래봉)는 고도차가 더 컸다고 환기시킨다. 나는 여성이 출산 후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면 출산의 고통을 잊듯이 나 역시 과거의 고통은 금방 잊어먹어 현재가 가장 힘들다고 반응했다. 실제로 이번 종주를 다녀와서도 하루만에 고통을 잊고 또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번 산행에서 유일하게 믿었던 친구는 올봄 북한산을 쉬엄쉬엄 함께 올랐던 영수다. 그런데 영수가 이번 산행에서는 앞에서 치고나간다. ‘광청 종주’의 유일한 경험자여서 앞서간 것이지만 그래도 너무 달라진 영수 모습이 놀라웠다. 사실 영수는 지난 수년간 몇 권의 책을 쓰느라 잠시 산과 거리를 두었을 뿐 그 전에는 전국 명산을 주유했던 친구다. 그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뿐이다.

광교산 정상석을 배경으로 찰칵

 

“산에서 계단이 보이면 뛰고 싶은 본능이 발동한다”는 봉우

봉우는 이번 산행에서 자신의 산행 속도와 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나 때문이다. 그럼에도 봉우의 산행 거리와 속도는 남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종주를 끝마쳤을 때 봉우는 자신이 홀로 걸었다면 7시간에서 7시간 30분 정도 걸렸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의 종주 시간은 10시 30분이다. 나름 산을 잘 탄다는 사람들도 8시간은 잡아야 한다. 봉우는 희망365계단을 오를 때도 “산에서 계단이 보이면 뛰고싶은 본능이 발동한다”며 뛰어올라갔다.

봉우에게 과거 빨리 걷거나 산에 올랐던 사례를 알려달라고 하자 믿기지 않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가장 많이 걸은 것은 올해 5월 1일 아침 6시 40분부터 밤 10시 20분까지 15시간 40분 동안 걸은 80.42㎞란다. 서울지하철 옥수역에서 출발해 한강 → 수서역 → 서울둘레길 4·5·6번을 돌아 다시 한강을 거쳐 옥수동으로 돌아왔는데 목표인 10만보가 안된 것을 알고 옥수동에서 다시 한양대 쪽까지 걸어가 기어코 10만보를 채웠다고 한다. 이쯤되면 로봇 아닌가.

5월 22일에는 강원도 옥스팜트레일 코스를 따라 강원도 고성 삼포해변을 출발해 백두대간 대간령(새이령)을 넘고 진부령 흘리를 지나 간성읍 어천 보건진료소까지 12시간 30분간 대략 50㎞를 걸었단다. 평지가 절반 정도 포함되었다지만 산이 많은데다 백두대간을 넘었다가 다시 넘어오는 코스다. 이 정도 가지고는 몸이 풀리지 않았는지 다음날(5월 23일)에도 얕은 산을 넘었다 내려오는걸 반복해서 나머지 50㎞를 11시간 30분 정도 걸었다.

게다가 봉우는 우리의 ‘청광 종주’ 2주 뒤 홀로 수원에서 출발하는 ‘광청 종주’에 나서 7시간 30분만에 주파했다. 더 놀라운 것은 화물터미널로 내려와 강남구~동호대교를 지나 자택이 있는 옥수동까지 총거리 42.4㎞를 걸어갔다는 것이다. 그날 100리길 도보에 걸린 시간은 11시간 20분이었다. 확실히 나와는 다른 종자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사내가 나에게 재능기부를 했으니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오죽했으면 나름 산을 잘 탄다는 희용이까지 “봉우와 함께 산행할 기회를 얻어서 영광”이라고 했을까.

 

▲바라산~백운산

바라산에서 2.33㎞ 떨어진 백운산으로 가려면 당연히 고개로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한다. 게다가 백운산의 고도가 바라산보다 140m 높아 체감하는 고도차는 더 크다. 초기에는 단계적으로 완만하게 올라가지만 마지막은 역시 급경사다. 백운산 전망대도 조망이 좋다. 벤치도 여러개이고 정자도 있어 쉬어가기에 딱이다. 정자에 벌렁 누워 오수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북서쪽으로 모락산과 수리산이, 북쪽으로 관악산이 보인다지만 쫓아가는데 급급한 나에게는 언감생심이다.

백운산은 의왕시, 용인시, 수원시 경계에 있다. 산봉우리가 항상 구름에 싸여 있다고 해서 백운산이다. 숲이 무성하고 산세가 깊어 그 지역에서는 관악산에 버금가는 등산코스로 알려져 있다. 바라산에서 백운산까지 70분 걸렸다.

바라산을 지나 내려가다가 촬영한 백운산 모습

 

▲백운산~광교산(시루봉·종루봉·형제봉)~광교웰빙타운

청광 종주 코스 중 하오고개 남쪽에서 가장 높은 산이 백운산인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광교산 시루봉이 15m 더 높다. 10개 봉우리 중 청계산 매봉과 함께 가장 높은 582m다. 백운산에서 광교산에 이르는 길 역시 오르막을 몇 번 올라야 하지만 고도차가 크지 않아 대체로 수월하다.

광교산은 수원시(장안구)와 용인시(수지구)에 걸쳐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이 928년 후백제의 견훤을 평정하고 행궁에 머물면서 군사들을 위안하고 있을 때 산 정상에서 광채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이 산은 부처가 가르침을 내리는 산”이라 해 광교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광교산은 수원천 발원지다. 이 산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수원 들판을 살찌우는 젖줄이고, 지금은 상수원 확보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광교산에 올라야 왜 ‘水原(수원)’인지 이해가 간다. 산 주변에 저수지가 많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수원의 진산(鎭山)으로 사랑받고 있다. 수원8경 중 제1경으로 치는 광교적설(光敎積雪)은 바로 이 산에 눈이 쌓인 모습을 일컫는다. 광교산에 노송이 많아 거기에 수북이 쌓인 눈이 보기 좋았을 것이다.

광교산 시루봉에서 마지막 하산 장소까지 거쳐야 할 곳은 광교산 종루봉과 형제봉이다. 시루봉에 오르면 종주가 거의 끝난 것같은 기분이 들지만 사실은 숙제가 하나 더 남아 있다. 형제봉이다. 종루봉(비로봉)에는 표지석이 없고 망해정이라는 이름의 정자만 있다. 정자에 오르니 오후 바람이 시원하다.

형제봉(출처 수원시)

 

종루봉에서 형제봉까지 거리는 1.4㎞다. 지친 상태에서 결코 만만히 볼 코스는 아니다. 내려가는 길이어서 양지재까지는 비교적 무난하다. 마지막 오름길 경사는 그 양지재에서 시작한다. 양팔은 스틱에, 두 다리는 무릎보호대에 의지한 채 꾸역꾸역 올라가니 마침내 형제봉이다. 사방이 트여있는 최고 조망터다. 광교신도시도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지역 주민의 휴식처로 손색이 없다. 가벼운 복장의 젊은이들도 많이 보인다.

이제 진짜 하산길이다. 능선이 한적하면서도 완만하다. 사방에 수목이 우거져 있다. 노송숲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평이하지만 매혹적이다. 요즘은 전국 어디나 그러하듯 지자체가 워낙에 산을 잘 꾸며놓아 산속 유원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종착지인 열림공원(광교웰빙국민체육센터)에 도착했는데도 끝이 아니란다. 영수가 예약한 해물탕집까지 또 한참 걸어야 했다.

마지막 봉우리 ‘형제봉’ 정상석 앞에 선 친구들

 

■나가며

 

KBS 프로그램 ‘영상앨범산’에서 2020년 7월 12일 ‘청광 종주’를 방영했다길래 다음날 시청했더니 특정 고교의 몇몇 동문이 환갑 축하 모임을 겸해서 종주에 도전한 것을 방송한 것이다. 우리와 같은 연배여서 관심을 가지고 보는데 영 이상하다. 두런두런 얘기하면서 느릿느릿 걷는데 가뿐 숨소리만 요란할 뿐 영 속도가 나지 않는다. 저런 속도로 어떻게 ‘청광 종주’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틀에 걸친 종주였다. 살짝 실망했다. 차라리 우리를 섭외했다면 더욱 씩씩하고 힘이 넘치는 장면을 많이 촬영했을텐데… 아쉽다.

종주 산행에 초대해 주고, 앞에서는 끌고 뒤에서는 밀어준 영수, 봉우, 희용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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