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황제 대관식

↑ 궁정화가 다비드가 그린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서 열린 나폴레옹 1세 황제와 조제핀 황후의 대관식’

 

프랑스 제1제정(帝政)을 선포하고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가 1804년 12월 2일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황제 대관식을 가졌다. 그날은 8년 동안 동거했던 조제핀과 같은 장소에서 혼인성사를 올린 하루 뒤였다. 나폴레옹은 35세, 조세핀은 연상의 41세였다. 대관식을 위해 교황 비오 7세가 파리로 왔다.

나폴레옹은 무릎 꿇고 교황으로부터 머리, 팔, 손에 기름 부음을 받는 의식을 치렀다. 이로써 황제는 ‘기름 부음 받은 자(그리스도)’로서 신의 뜻을 이 땅에 펼치는 신성한 통치자가 되었다. 나폴레옹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자기 손으로 황제 관을 집어 스스로 머리 위에 쓰는 제스처를 취했다. 유럽 역사 내내 갈등을 일으킨 문제 중 하나가 황제와 교황 중 누가 더 상위권을 가지느냐였는데 교황이 황제를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나폴레옹 스스로 황제가 된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천명한 자기 과시였다. 뒤이어 나폴레옹이 조제핀에게 황후의 관을 씌어주었다.

대관식은 세월이 흘러도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의 그림 ‘나폴레옹 대관식’(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소장)으로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나폴레옹의 명에 따라 대관식 현장을 스케치한 궁정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는 3년에 걸쳐 그림을 완성했다. 680㎝ x 980㎝의 대작으로 웅장하고 화려하다. 등장인물은 주연과 조연을 합쳐 70여 명.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이 모여 있고, 그 주변에 정부 고위직 인사들과 새로 임명된 장군들, 재편성된 도와 시청을 맡은 도지사들과 시장들도 포진해 있다.

그림은 황제를 중심으로 가족과 제국 지휘자들이 단합하여 새 체제에 봉사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자신을 스스로 대관한 후 조세핀에게 왕관을 씌워주기 위해 손을 번쩍들고 서있는 장면이다. 나폴레옹이 왕관을 자기 머리 위로 올리는 장면 대신 나폴레옹이 조제핀에게 관을 씌워주는 장면을 그리도록 한 것은 혹시나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교황이 손을 들어 대관을 허락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모습이 무력해 보인다. 힘과 권력이 황제로 넘어가는 상징성, 이것이 그림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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