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저넷 랭킨 미 의원, 2차대전 참전 반대표 던져

20세기에 미국은 큰 전쟁을 4차례나 치렀다. 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전쟁이 그것인데, 이 모든 전쟁을 반대한 한 여성의원이 있었고 이런 의원은 미국에서 유일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있고 하루가 지난 1941년 12월 8일, 루스벨트 대통령이 긴급 소집된 의회에 나가 ‘진주만을 잊지말자!(Remember Pearl Harber!)’며 대일(對日) 선전포고의 결의를 구하자 상원이 만장일치(82 대 0)로 화답했다. 한껏 고무된 루스벨트는 하원의 만장일치까지 기대했고 결과도 낙관했다. 그러나 389명 중 1명의 의원이 반대표를 던져 루스벨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국가가 위기에 놓였을 때 감히 반대표를 던진 이는 미 최초의 여성의원 저넷 랭킨(Jeannette Rankin)이었다. 언론과 동료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으나 1차대전 때도 같은 경험을 했던 터라 랭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1917년 4월, 윌슨 대통령이 1차대전 참전승인을 요청하고 미 의회가 82 대 6(상원), 373 대 50(하원)의 압도적 다수로 대독(對獨) 참전 결의안을 승인했을 때도 랭킨은 반대편에 서있었다. 55명의 다른 남성 의원도 반대표를 던졌지만 비난은 주로 여성인 랭킨에게 쏟아졌다. 함께 여성 참정권 운동을 펼친 동료들도 비현실적이고 감상적이라고 몰아붙였다.

1916년 11월 여성으로는 최초로 하원의원에 당선됐던 랭킨은 결국 1918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 짧은 의원생활을 마감했다. 미국에 여성참정권이 도입되려면 아직 4년이나 남아있었는데도 랭킨이 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고향 몬태나주가 1914년부터 여성들의 참정권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낙선 후 주로 여성·유아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힘쓰다가 하필이면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에 다시 하원의원에 당선돼 랭킨은 또 참전 반대의 운명을 걸머져야했다. 그는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에도 반대했다. 1968년에는 88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5000여명의 여성으로 조직된 ‘자넷 랭킨부대’를 이끌며 반전운동을 펼쳤다. 이때도 의회 진출을 생각했으나 고령의 나이에 건강까지 악화돼 결국 출마를 포기하고 1973년 93세로 눈을 감을 때까지 젊은 반전활동가나 페미니스트 모임을 찾아다니며 말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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