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막이옛길 일부 (출처 괴산군청)
by 김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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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이옛길은 7.7㎞, 충청도양반길은 13.5㎞, 아가봉~옥녀봉 등산로는 9㎞
충북 괴산에 산막이옛길과 충청도양반길이 있다. 개념상으로 산막이옛길은 충청도양반길의 일부(제1코스)이지만 산막이옛길의 인기가 워낙에 높아 이 글에서는 두 길을 별개의 길로 구분해 설명한다. 두 길은 달천~괴산호 중간을 가로지르는 연하협구름다리를 통해 이어진다. 산막이옛길의 전체 거리는 7.7㎞다. 괴산댐 부근 주차장에서 출발해 4㎞ 떨어진 산막이마을(산막이나루)을 거쳐 1.5㎞ 거리의 수월정·삼신바위를 지나 상류의 각시와신랑길까지 걷는 코스다. 각시와신랑길은 연하협구름다리 북단에서부터 신랑바위까지 2.16㎞ 거리다.
■산막이옛길… 댐 건설로 육로 막힌 산골 주민들의 산허리 비탈길이 시작
충청도양반길은 높은 산과 계곡으로 이뤄져 경관이 빼어나다. 특히 아름드리 자연 송림이 울창하고, 다양한 수목과 야생초화가 어우러져 사계절 많은 방문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1코스에 해당하는 산막이옛길은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마을에서 사은리 산막이마을을 지나 각시와신랑길까지 옛길의 흔적을 더듬어 만든 ‘명품 둘레길’이다. 2011년 일반에 공개된 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곳 100선’ ‘전국 걷기 좋은 길 10선’에 선정될 정도로 전국적인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산막이옛길을 탄생케 한 공신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해방 후 우리 기술로 처음 건설한 충북 괴산댐(1957년 준공)이다. 괴산댐은 괴산군 칠성면을 관통해 흐르는 달천을 칠성면 외사리에서 막아 만든 댐이다. 높이 28m, 길이 171m, 연간 전력 생산 1083㎾h다. 괴산댐, 괴산호, 칠성댐, 칠성저수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 글에서는 산업시설 명칭인 괴산댐보다는 풍류와 정취가 느껴지는 괴산호로 통일한다.
달천은 충북 보은군 속리산 부근에서 발원해 흐르다가 금단산·백악산·조봉산·청화산·군자산 등지의 산에서 내려오는 지류와 합쳐져 괴산읍 동부를 지나 충주시 서부에서 남한강의 본류와 합류하는 116㎞ 길이의 하천이다. 괴산댐 준공 후 돌다리로 건너다니던 개울은 댐이 생기면서 커다란 호수로 변했다. 깎아지른 암벽과 산비탈 그리고 냇가 주변의 고운 모래밭이 물에 잠기는 과정에서 괴산의 명소인 연하구곡도 사라졌다. 대신 새로 생긴 게 한반도 지형이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산이 장막처럼 둘러싸여 막혀 있다는 뜻의 ‘산막이’ 마을 사람들의 생활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산에서 나물과 약초·버섯을 따다가 읍내 장에다 내다 팔아 연명했었다. 그러다가 1957년 댐의 준공 후 하천을 따라 읍내로 가는 유일한 육로가 차단되자 자구책으로 댐 옆 산허리에 비탈길을 만들어 댐 아래 외사리 사오랑 마을까지 왕복 8㎞의 옛길을 걸어다녔다. 그렇게 수십년을 지내던 어느날 한 괴산군수가 아이디어를 냈다. 흔적처럼 남아있는 가파른 비탈길에 덧그림을 그리듯 나무 데크를 설치하고 돌길을 황토로 포장하고 호수의 이곳저곳을 오가는 유람선을 띄워 2011년 산막이옛길을 개통한 것이다. 현재 산막이마을에는 7가구가 펜션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산막이옛길은 등산로와 산책로로 나뉜다. 등산로는 괴산호 옆 등잔봉으로 올라가 천장봉과 삼성봉을 거쳐 산막이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다. 거리는 4.4㎞이고 소요시간은 2~3시간 정도다. 산책로는 괴산호를 끼고 옛길을 걷는 길이다. 4㎞ 거리에 1시간 걸린다.
■등산로… 괴산호 내려다보며 걷는 등잔봉~천장봉~삼성봉 4.4㎞ 코스
등산로든 산책로든 출발지는 주차장이다. 언덕 위 안내소를 지나면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위에서 맞닿아 하나가 된 연리지가 나타난다. 소나무동산을 지나 언덕에 오르니 소나무출렁다리가 손짓한다. 60m 정도 길이의 출렁다리가 4m 높이의 공중에 떠 있어 제법 아찔하다. 일방통행이라 반대편에서는 탈 수 없다. 출렁다리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의 원래 길을 따라가면 사랑을 나누는 남녀 모습의 정사목이 나무 울타리의 보호를 받고 있다.
등산로와 산책로는 소나무출렁다리를 지나 노루샘에서 갈라진다. 노루, 토끼, 꿩 등 야생동물들이 지나다니면서 목을 축였다는 샘이다. 등산로 초입 문에는 전국의 산악회들이 매달아 놓은 리본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들머리에서 산쪽으로 5분 정도 올라가니 중년의 남녀가 내려오면서 “중턱 초입에 ‘입산금지’ 표시가 있어 그냥 내려오고 있다”며 “초입에서 입산금지 사실을 알려야지 중턱의 산에다 고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툴툴거린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올라가니 ‘입산금지’라고 적힌 붉은색 천이 걸려있다. 산불 때문에 입산을 통제한다며 ‘2월 1일~5월 15일 입산금지’라고 적혀 있다.
산행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동안 고민하다가 입산하기로 했다. 이유는 ▲입구의 안내소든 괴산군 홈페이지든 입산금지 사실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고 ▲‘입산금지’ 붉은천을 등산로 옆에 세워놓았을 뿐 줄이나 나무같은 시설물로 길을 가로막지 않고 있고 ▲지척에 있는 마을 주민들은 수시로 산에 오르내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등산객을 적극적으로 막으면 관광 활성화에 방해될 수 있다고 생각한 괴산군이 암묵적으로 등산을 허용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후 산행을 결정했다. 이후 하산할 때까지 2시간 남짓 동안 산에서 만난 두 팀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능선길은 호젓하고 소나무 군락은 운치 있어
등잔봉까지는 계속 급경사이나 수려한 소나무들이 많고 수시로 괴산호를 내려다볼 수 있어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등잔봉 아래 갈림길에 ‘힘들고 위험한 길’과 ‘편안하고 완만한 길’ 이정표가 있지만 ‘힘들고 위험한 길’이 궁금해 그 길을 선택했다. 나무 계단이 길게 이어져 있고 바위 사이로 지나는 구간이 일부 있지만 코스가 길지 않아 산행에 별 문제는 없다. 능선으로 올라가 왼쪽으로 꺾으면 등잔봉(450m)이다. 쉴멍놀멍하며 오른 탓에 들머리에서부터 등잔봉까지 0.9㎞ 거리를 오르는데 40분이 걸렸다.
괴산군 홈페이지 지도로는 등산로가 등잔봉, 천장봉, 삼성봉 등 3개 봉우리 아래에 그려져 있어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8부 능선쯤에 길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봉과 봉을 잇는 능선길이다. 지도의 수정이 필요하다. 사실 이것 말고도 괴산군 제작 지도에 수정할 곳이 많다. 나중에 관계자들을 만나면 일일이 알려주고 싶다. 등잔봉은 옛날 한양으로 과거 보러간 아들의 장원급제를 위해 등잔불을 켜놓고 100일 기도를 올렸던 봉우리에서 유래한다.
등잔봉에서 천장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강원도 동해안의 소나무처럼 빼어나고 아름드리는 아니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길은 흙산이어서 호젓하다. 괴산호와 달천 건너편 속리산국립공원의 고봉들을 바라보면서 걸으니 발걸음이 가볍다. 여름이었으면 숲에 가려 시야가 터지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니 자연이 사시사철 자기만의 멋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잔봉과 천장봉 중간의 능선길에서 괴산호를 내려다보며 해결한 점심이 그렇게 달고 맛있을 수 없다.
한반도 지형이 잘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한반도 전망대에 도착하니 어느덧 2시간이 흘렀다. 이곳 한반도 지형은 강원 영월군과 충북 옥천군의 한반도 지형과 함께 사진작가들이 한번쯤은 다녀가는 인기가 있는 곳이다. 다만 이곳 한반도 지형은 영월과 옥천에 비해 다소 뭉툭해 버선처럼 보인다. 한반도 지형 안에는 사과 과수원(왼쪽)과 환벽정(오른쪽 절벽 위)이 자리잡고 있다. 한반도 지형 북단에는 1차선 아스팔트 길도 있다. 길 끝에는 갈론마을과 갈은구곡도 있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급경사이나 힘들지는 않아
한반도전망대에서 7~8분 정도 걸으니 천장봉(437m)이다. 등잔봉에서 천장봉까지 거리는 1.3㎞다. 그런데 이곳에서 내려다본 한반도지형이 한반도전망대보다 더 그럴싸하다. 천장봉에는 호수 산책로의 진달래동산으로 내려가는 진달래능선이 있다. 0.9㎞ 거리다. 진달래동산에서 산막이마을까지는 1.2㎞를 더 걸어야 한다.
나의 당초 코스는 등잔봉과 천장봉을 거쳐 삼성봉까지 갔다가 산막이마을로 하산하는 것(4.4㎞)이었으나 동행자의 꼬드김에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천장봉에서 바로 하산하는 코스로 변경했다. 동행자는 삼성봉까지 가도 능선 풍경이 비슷할 것이고 조금이라도 빨리 내려가야 산막이옛길을 구석구석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며 나를 설득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어서 그의 의견을 따랐다. 하산하는데 괴산군이 미처 관광상품으로 작명하지 못한 자연물을 발견했다. 용으로 승천하려다가 실패한 것 같은 이무기 모습의 소나무다. 전체 산행 중 이렇게 매끄러운 껍질은처음 본다. 괴산군은 지금이라도 이 나무에 스토리를 입혀 등산객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천장봉의 내리막길도 등잔봉 오르막길 만큼이나 급경사이지만 고도가 높지 않아 힘들지는 않다. 하산 지점인 물레방아 체험관에서 왼쪽길이 산막이옛길의 데크길이고, 오른쪽길이 연하협구름다리를 지나 각시와신랑길로 이어진다.
천장봉에서 삼성봉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중간의 갈림길에서 산막이마을(거리 1.5㎞)로 바로 내려가는 짧은 코스와 삼성봉을 지나 하산하는 긴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짧은 코스에 ‘신령참나무’와 ‘시련과 고난의소나무’가 있다.
삼성봉(437m)으로 올라가면 정상은 넓은 평지이다. 삼각정만 있을 뿐 정상석은 물론 이정표도 없다. 정상을 지나 한참을 내려가면 아스팔트 포장길 임도가 나온다. 포장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다보면 굴바위농원과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안내판을 만난다.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연하협구름다리다. 안내판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 선착장과 연결된 신랑과각시길로 이어진다. 흙길이어서 아스팔트 임도보다는 걷기에 편하다. 각시와신랑길을 따라 왼쪽으로 300m를 걸으면 멀리 연하협구름다리가 반긴다.
■산책로… 7.7㎞ 길에 나무 데크 설치하고 황토로 포장
주차장에서 산막이마을까지 거리는 4㎞(10리)다. 성인 걸음으로 1시간이면 충분하다. 데크길이 편하고 평탄해 노약자도 얼마든지 걸을 수 있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나무 데크로 길을 평평하게 만들고 가파른 곳에는 나무 계단을 놓았다. 문제는 데크길의 폭이 좁아 사람이 몰리는 주말이면 혼잡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산책로라기보다는 관광지에 가까워서 호젓한 트레킹 코스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전국적인 명소이니 호기심 차원에서라도 한번쯤은 찾아갈 만하다. 산책로는 호숫가여서 좋기도 하지만 스토리를 곁들인 볼거리를 군데군데 조성해 놓아 그것을 확인하며 걷는 맛도 쏠쏠하다.
유람선을 타고 주변 산세를 바라보는 맛도 일품이다. 유람선 관광코스를 선상유람길이라고 하는데 산막이옛길 9경에 속할 정도로 풍광이 좋다. 괴산호에는 선착장이 몇 곳 있다. 초입의 차돌바위나루를 비롯 환벽정나루, 산막이나루, 갈론나루, 새뱅이나루 등이 있다. 3월 초부터 12월 호수가 얼 때까지 운행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운항하다 말다를 반복한다.
출발점은 초입의 차돌바위나루다. 이곳에서 출발한 유람선이 달천 상류의 여러 나루를 오간다. 다만 3월에 이어 10월에 다시 갔을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차돌바위나루~산막이나루 말고는 운행하는 유람선이 없다. 정해진 출발 시간도 없다. 승객이 차면 떠나고 차지 않으면 기다리고 하는 식이다. 산막이마을까지 소요 시간은 10분에 불과하지만 유람선 안에서 한쪽으로는 등잔봉~천장봉~삼성봉 봉우리를 올려다보고 다른쪽으로는 환벽정과 그 아래 절벽을 감상하면서 가는 맛이 나름 괜찮다. 유람선 운행시간과 선착장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사이트가 없다는 게 답답하다. 유람선 회사인 대운선박의 전화번호(043-832-6745를 이곳에 남겨둔다.
볼거리를 살펴본다. 초입의 안내소 주변에 거대한 돌로 만든 기념석이 서 있다.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니 다리가 길게 나온다며 동행자가 좋아한다. 앞서 설명한 연리지, 소나무동산, 소나무출렁다리, 정사목, 노루샘 말고도 연화담, 호랑이굴, 여우비바위굴, 앉은뱅이약수, 괴산바위, 다래숲동굴 등 볼거리들이 많다.
그중 인상적인 것은 괴산을 상징하는 산(山)자 모양의 괴산바위와 세 곳의 전망대다. 망세루, 병풍루(호수전망대), 꾀꼬리전망대(고공전망대)다. 속세를 잊는다는 망세루(忘世樓)에서는 호수 건너편의 비학봉, 군자산, 옥녀봉, 아기봉과 좌우로 펼쳐진 괴산호를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중간 지점의 병풍루(호수전망대)는 괴산호와 한반도 지형을 바라보면서 쉬어가는 쉼터다. 자연을 그대로 살려 만들었다. 꾀꼬리전망대(고공전망대)는 깎아지른 40m 절벽 위에서 물가쪽으로 길게 내뻗은 전망대다. 바닥을 투명 소재로 깔아 스릴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산막이옛길 초입에서 4㎞ 거리의 산막이마을에 도착하면 마을 앞에 유람선 선착장인 산막이나루가 있다. 그곳에서 괴산호 건너편의 한반도 지형 쪽을 바라보면 절벽(연천대) 위에 세워진 환벽정이 보인다. 산막이옛길 제1경 답게 절벽 위에 홀로 고고하다. 산막이마을에는 숙소와 식당도 여럿 있다. 산막이옛길을 걷다보면 호수의 수질이 깨끗하고 플라스틱 등 오염물질이 거의 없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상류에 마을이 적고 수질 관리를 잘해서 일 것이다.
산막이마을~연하협구름다리~신랑바위(사모바위)
대개는 초입에서 산막이마을까지의 길을 산막이옛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산막이마을에서 1.5㎞ 떨어진 연하협구름다리를 지나 달천 상류의 신랑바위까지 올라가는 3.5㎞ 정도의 길이 더 이어진다. 이 코스도 좋은 것은 산막이옛길 9경에 속하는 절경 중 제4경 삼신바위, 제5경 연하협구름다리, 제6경 각시와신랑길(연하협구름다리~신랑바위), 제7경 신랑바위(사모바위)를 두루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신바위가 놓여있는 산막이마을~연하협구름다리 사잇길은 멋드러진 소나무가 양쪽에서 호위하는 흙길이다. 중간에 전망대도 있다. 삼신바위는 삼신(해·달·별 신)이 내려와 목욕을 즐기다 날이 밝아 승천하지 못하고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그런데 삼신바위를 두고 자연적으로 그렇게 생긴 바위인지 아니면 일부러 쌓아놓은 바위인지를 둘러싸고 일행끼리 의견이 분분하다.
산막이마을에서 1.5㎞ 정도 상류에 세워진 연하협구름다리는 산막이옛길에서 유일하게 달천을 건너는 다리로 산막이옛길과 충청도양반길을 이어준다. 길이는 134m이고 폭은 2.1m다. 살짝 흔들리는 구름다리 위에서 괴산호와 달천 풍경을 바라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연하협구름다리 북단 바로 옆에서 시작하는 각시와신랑길은 달천 상류의 신랑바위와 원앙섬까지 걷는 약 2.16㎞(왕복 4.32㎞)의 오솔길이다. 그런데 나는 각시와신랑길이 연하협구름다리 북단에서 산쪽으로 10m 정도 위에 나 있는 1차선 도로인줄 알고 산 중턱으로 이어진 그 아스팔트 비탈길을 힘들게 30분 정도 올라갔다가 뒤늦게 아닌 걸 알고 다시 내려와 각시와신랑길을 걷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길은 산막이마을과 49번 국도가 지나는 흑석리를 연결하는 송문로산막이길이다.
각시와신랑길을 가다보면 300m 앞에 굴바위농원 선착장이 나타나고 뒤이어 너덜길과 7~8개의 소원바위탑이 눈길을 끈다. 소원탑은 강원도 노추산의 모정탑처럼 정성이 깃들어 있다. 길 폭은 좁아 1~2인이 적당하다.
그렇게 2㎞ 남짓 걸으면 막다른 길이 나오고 왼쪽(강변쪽)으로 원앙섬, 오른쪽(산쪽)으로 신랑바위(사모바위)를 안내한다. 산 쪽으로 수십미터 오르면 신랑바위가 나오고 종점 안내판이 더 이상 갈 수 없음을 알려준다. 신랑바위는 사모관대를 쓴 사람의 모습이라고 하는데 딱히 특징을 잡을 수 없다. 크기도 작고 절벽 위에 있어 한쪽 방향에서만 바라보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신랑바위와 함께 제7경에 속하는 각시바위(선유대)는 족두리를 쓰고 고개를 조아린 모습으로 호수 건너편에 있다는 데 안내판과 표시가 없으니 도무지 찾을 수 없다. 각시바위를 만나려면 갈론마을 입구에 놓인 충청도양반길 출렁다리에서 시작하는 충청도양반길을 걸어야 한다. 초입에서 1.5㎞를 지나면 각시바위가 나오고 다시 그곳에서 수백미터를 걸으면 호수 건너에 신랑바위가 절벽 위에 우뚝하다. 두 바위는 수십미터 높이의 절벽으로 호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다.
원앙섬은 오랜 세월 쌓여 만들어진 모래섬이라는데 사실상 방치된 상태라 흔적을 찾을 수 없고 어수선한 모습이다. 신랑바위를 목적으로 각시와신랑길을 걷게 되면 신랑바위를 보고 실망할 수 있으니 각시와신랑길 자체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길을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