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토니오 가우디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린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1926년 6월 10일 오후 5시, 저녁기도를 하러가다가 전차에 치여 74세로 눈을 감았다. 평소 전차나 자동차보다 보행자를 우선한 건축을 추구했던 터라 그를 아끼는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금세기 최고의 건축가’로 평가받는 가우디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메디치 가문처럼 평생의 후원자 구엘을 만나면서였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가우디의 작품이 3개나 지정될 정도로 그의 건축은 독보적인 것이었지만 그 가운데 2개 건축물에 후원자의 이름이 새겨질 만큼 40여 년에 걸친 두 사람의 만남과 우정은 각별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가우디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125년 전인 1883년 착공했으나 난해한 설계로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는 바르셀로나의 성(聖)가족 대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때문이다. 옥수수 모양의 첨탑, 직선을 배제하고 곡선 만 사용한 독특한 조형미…. 사람들은 ‘신이 머물 지상의 유일한 공간’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가우디는 신의 섭리에 따라 성당이 지어질 것으로 굳게 믿고 말년에는 거의 성당에서 살다시피하며 평생의 역작에 힘을 기울였으나 하늘은 이 천재 건축가에게 영원한 휴식을 제공했다.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가우디는 죽어가면서도 “예수! 내 주여”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