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구석구석

[강원 고성 미시령 아래 성인대 암봉] 높이는 낮아도 울산바위, 미시령옛길, 상봉~신선봉 능선을 한꺼번에 조망하는 환상적인 전망터랍니다

  • ↑ 신선암에서 멋진 조망에 빠져있는 순호. 설악산 울산바위가 마주 보이고 달마봉이 그 왼쪽에 있다.

 

by 김지지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4.0㎞ 거리에 2시간 정도

☞ 화암사 들머리 →(1.2㎞)← 성인대(신선대) →(0.2㎞)← 신선암 →(0.7㎞)← 선인재 →(1.5㎞)← 화암사

 

별 기대 없이 올라갔는데 멋진 조망 덕분에 놀라게 되는 산이나 봉우리가 있다. 충북 제천의 옥순봉과 구담봉이 대표적이다. 강원 고성의 성인대(신선대) 역시 그러했다. 그 야트막하고 펑퍼짐한 암봉에서 바라보는 사방의 조망이 그렇게 멋질 수 없다. 이 멋진 성인대를 2021년 10월 29일, 기림 순호 영석 영일 정형 다섯이 다녀왔다. 고교 친구들이다.

다들 성인대는 처음이다. 나 역시 성인대에서 멀리 올려다 보이는, 8~9시간 걸리는 상봉(1239m)~신선봉(1204m) 능선엔 다녀왔지만 2시간이면 충분한 신선대(645m)는 초행이다. 상봉~신선봉은 금강산의 최남단 봉우리다. 미시령을 경계로 설악산과 붙어있지만 과거부터 금강산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설악산과 이별한 채 홀로 웅자를 뽐내오다가 설악산의 합방 요청을 받아들여 2003년 8월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편입되었다. 다만 우리가 올랐던 성인대와 화암사는 신분에 변함이 없다.

 

▲들머리~수바위

성인대(신선대) 코스는 여느 산행에 비해 코스가 짧다. 천년고찰 화암사 부근을 들머리와 날머리로 삼아 타원형의 코스를 한 바퀴 돌아 원점회귀한다. 거리는 3.2㎞여서 그야말로 동네 뒷산을 오르는 수준이다. 주차장에서 들머리까지 거리도 수백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이곳 안내지도에 따르면 신선대 코스는 ‘산사로 가는길’ ‘등산길’ ‘산림치유길’ 세 갈래로 나뉜다. ‘산사로 가는길’은 화암사 일주문(제1주차장)에서 신선대 들머리까지 시멘트길 0.9㎞이고, ‘등산길’은 들머리에서 성인대(신선대)까지 1.2㎞ 오름길이다. ‘산림치유길’은 성인대(신선대)에서 선인재(화암사 삼거리)를 거쳐 화암사로 내려오는 2㎞ 하산길이다. 모두 합하면 4.1㎞인데 우리는 제1주차장보다 화암사에서 더 가까운 제2주차장에 주차했기 때문에 들머리까지 거리가 0.37㎞로 짧아졌다. 우리 산행 거리도 그만큼 짧아져 3.57㎞다.

성인대 화암사 주변 지도

 

화암사는 하산 후 살펴보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화암사 200m 아래 들머리에서 10분쯤 올라가니 수바위가 밑동만 보여준다. 화암사 창건자인 진표율사를 비롯, 이 절의 역대 스님들이 수도장으로 사용했다는 스토리를 입혔다. 수바위는 워낙에 커서 주차장, 화암사, 성인대(신선대), 신선봉 등 주변 어디에서든 뚜렷하게 보여 이곳 주변에서는 사실상 랜드마크 같은 존재다. 수바위 꼭대기에 올라보려 했으나 나같은 주말 등산객에게는 좀처럼 틈을 주지 않는다. 전설 내용에 따라 수바위의 ‘수’ 한자가 물 수(水)와 빼어날 수(秀)로 갈리는데 ‘전설따라 삼천리’ 얘기여서 내겐 그냥 ‘수바위’일 뿐이다.

화암사에서 바라본 수바위

 

수바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계란 모양이고 꼭대기에 왕관 모양의 또 다른 바위가 놓여 있다. 성인대(신선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바위 위에 있다는 길이 1m, 둘레 5m의 웅덩이는 위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수바위 중간쯤에서 사방을 바라본다. 왼쪽 멀리 울산바위가 보이고, 정면 숲 위로 성인대(신선대) 암반이 머리를 드러내고 있다. 오른쪽 멀리는 상봉과 신선봉이, 계곡 옆 아늑한 곳에는 천년고찰 화암사가 자리잡고 있다.

수바위에서 내려다본 화암사

 

▲성인대(신선대)

수바위에서 20분쯤 올라간 곳에 시루떡바위가 있다. 특별한 것 없으니 사진 한 장 찍고 패스한다. 완만한 숲길을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면 입석(立石) 2개가 마주보고 우뚝 솟아있는 성인대(신선대)다. 들머리에서 1.2㎞ 거리다. 성인대 앞 설명문을 보니 온통 ‘전설따라 삼천리’일 뿐 알맹이가 없다. 눈길을 끌만한 바위임에 분명하나 설명 때문에 오히려 바위 생김새가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수바위에서 올려다본 990암봉~상봉~신선봉 능선

 

성인대(신선대)는 삼거리다. 서쪽이 선인재~화암사로 연결되는 길이고 동쪽이 거대 암반의 신선암이다. 그런대 그곳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성인대(신선대) 출입을 금한다는 <성인대 등산금지> 안내목이 세워져 있다. 성인대를 올라가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가지 말란다. 막상 가보면 위험하지도 않다. 참 답답한 고성군과 산림청이다. 혹여 사고라도 나면 면피하려는 공무원들의 보신성 행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런 정도가 위험하면 전국의 암산은 모두 폐쇄해야 한다. 물론 대부분 등산객은 ‘등산금지’ 안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선암에 다녀오지만 준법 정신 투철하거나 소심한 극소수 등산객은 ‘등산금지’ 안내를 보고 쭈뼛쭈뼛한다. 극히 일부겠지만 형식적인 ‘등산금지’ 안내판 때문에 그 멋진 곳을 조망하지 못하고 내려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 두 가지. 하나는 성인대(신선대)가 삼거리의 두 바위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100~200m 안쪽의 거대 암반을 지칭하는 것인지다. 두 곳은 거리상으로도 떨어져 있고 형태상으로도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도 구분하는 명칭이 없어 헷갈린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왼쪽 거대 암반을 신선암으로 표기한다. 다른 하나는 성인대와 신선대를 혼용한 ‘성인대(신선대)’ 명칭이다. 공식 명칭을 혼용하니 등반객들끼리 사전에 의사소통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두 명칭을 모두 써야 한다. 불편하다.

 

먼저 시선을 빼앗는 것은 공룡의 등뼈같은 설악산의 울산바위

신선암 지역은 구릉처럼 생긴 거대 암반이다. 그곳에 올라서는 순간 절로 탄성이 터져나오는 것은 사방으로 뻥뚫린 조망 때문이다. 먼저 시선을 빼앗는 것은 공룡의 등뼈같은 건너편 설악산의 울산바위다. 평소 멀리서만 바라봤던 울산바위가 손을 뻗치면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눈높이도 얼추 비슷해 반갑다. 하지만 높은 산 위에 구축한 성채(城寨)나 성벽처럼 위용을 갖춘 모습에는 절로 압도당한다. 그 뒤로 설악산 화채봉이 솟아있고 왼쪽으로는 달마봉이 우뚝하다. 울산바위 오른쪽으로는 미시령 옛길이 동쪽 강릉을 향해 굽이굽이 내려오고 있고 그 아래엔 미시령터널 출구가 세상 바뀐 것을 알려준다. 미시령 오른쪽으로는 990암봉, 상봉, 신선봉 순으로 이어진 능선이 금강산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나는, 대자연의 한 복판에 있음을 확인하고는 마치 내가 자연의 주인공인 양 혹은 자연의 지휘자가 된 것인 양 착각하게 된다.

신선암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모습. 울산바위 왼쪽은 달마봉이고 뒤는 화채봉이다.

 

암반 위에서 100m쯤 더 진행하면 또 다른 암반 위에 2개 바위가 우뚝 솟아있는 일명 낙타바위가 맞는다. 그곳 주변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신선대 코스의 백미다. 바다쪽 고래등같은 넓직한 바위에서 몇몇 사람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러워 그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길을 알지 못해 포기했다. 고래등바위 너머로는 강릉 시가지 모습이 차분하고 편안하다. 그 앞으로 파란 동해바다가 역시 파란 가을 하늘과 수평선을 이루고 있다. 수바위가 초록의 숲 한가운데에서 홀로 풍채를 자랑하는데 마치 숲속의 등대처럼 보인다. 가을의 한 가운데를 지나는 날에 날씨까지 청명하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미시령 옛길

 

신선암에서 내려다본 강릉시와 동해바다

 

이처럼 멋진 조망터에서는 무조건 앉아서 천천히 감상할 일이다. 주마간산은 스스로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멍때리기를 하고 싶었으나 등산객이 많아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인생샷을 찍는 이들의 표정에서 한결같이 만족스러움이 묻어나온다. 우리도 ‘낙타바위’ 앞에 앉아 중년 남성들의 수다를 즐겼다. 성인대를 다녀와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찾아보니 사자머리와 거북을 닮은 바위 등이 그럴싸한데 우리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음에 올라왔을 때는 필히 찾아보리라.

신선암 낙타바위 앞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는 친구들

 

▲선인재~화암사 하산

성인대 삼거리로 되돌아와 선인재(화암사 삼거리)~화암사 길로 들어선다. 거리는 2㎞다. 편안한 평지 능선길을 0.5㎞ 진행하니 선인재다. 직진하면 990암봉~상봉~신선봉으로 이어지는데 공식적으로는 비탐방로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 상봉~신선봉을 거쳐 화암사로 되돌아올 경우, 우리가 지나온 코스를 포함하면 거리는 13.5㎞에 시간은 7~9시간 정도 걸린다.

선인재에서 오른쪽 화암사까지는 1.5㎞ 내리막이다. 동네 뒷산 같은 수준에 숲속을 지나는 길이어서 제법 걷는 맛이 있다. 화암사로 내려오니 2시간 40분이 걸렸다. 신선암에서 충분히 쉬고 내려와 시간이 많이 걸렸다. 화암사를 둘러보는데 이곳에서도 수바위가 고개를 삐죽이 내밀고 손짓을 한다. 수바위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는 것으로 수바위와 작별 인사를 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는데 신선암 조망이 자꾸 떠오른다. 다음엔 내자(內子)를 모시고 와야겠다.

하산길의 순호(왼쪽)와 영일

 

▲화암사

화암사는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가운데 최남단 첫번째 암자이다. 휴전선 남쪽에서는 건봉사와 더불어 금강산에 속해있는 유이(唯二)한 사찰이다. 그런데 화암사 입구 바위에는 화엄사로 새겨 있다. 즉 일주문 현판의 화암사는 벼 화(禾)와 바위 암(巖)자를 쓰고 있는 것과 달리 화엄사 즉 빛날 화(華)와 엄할 엄(嚴)자로 새겨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화암사는 769년(신라 혜공왕 5년) 진표율사가 창건했을 때는 ‘화엄사(華嚴寺)’였다. 이후 빈번한 화재와 재해로 소실과 중건을 거듭하다가 1912년 일제 치하에서 사찰령에 따라 건봉사의 말사가 되면서 ‘화암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간성현감을 지낸 택당 이식의 1633년 저작인 ‘간성지’에도 화암사로 쓰여 있는 것으로 미루어 오래전 화암사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화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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