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유모차가 계단 아래로 굴러가는 ‘오데사 계단’ 장면
찰리 채플린이 “최고의 영화”라고 격찬했던 무성 영화 ‘전함 포템킨’이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개봉된 것은 러시아혁명 20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던 1925년 12월 24일이었다. 영화는 1905년 6월 27일 흑해 북쪽의 오데사항에서 실제로 일어난 포템킨 타브리체스키호 반란을 소재로 했다. 감독은 ‘전함 포템킨’이 개봉되기 8개월 전, 자신의 데뷔작 ‘파업’의 성공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27세의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이었다.
그는 ‘파업’ 성공 후 소비에트정부로부터 혁명을 기념하는 영화 ‘1905년’ 제작을 의뢰받았으나, 혁명의 전 과정을 담으려면 12월 개봉에 맞출 수 없어 포템킨호 반란 부분만을 영화화했다. 영화는 프롤레타리아 혁명 정신을 고취하려는 ‘선전 영화’로 기획되었지만 에이젠슈타인이 영화를 만듦으로해서 영화사에 길이 남을, 그리고 영화의 스타일에서 혁명적인 전기를 이룬 걸작이 됐다.
에이젠슈타인은 이 영화에서 ‘몽타주(montage) 기법’의 편집을 본격 도입함으로써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게 했다. 프랑스어로 편집이란 뜻의 ‘몽타주’는 빠른 컷과 서로 다른 샷(shot·장면)을 엇물려 편집함으로써 이미지들이 충돌하여 완전히 새로운 제3의 의미를 만들게 하는 기법이다.
‘전함 포템킨’ 중 오데사 계단 학살 시퀀스는 몽타주 기법의 교과서적 장면으로 영화사에 기록되었다. 코사크 병사들의 무차별 학살과 포템킨호의 입항을 보여주는 중간 중간에 유모차를 끌고 내려오는 여인, 안경 낀 창백한 지식인, 계단의 사자상을 교차 편집해 넣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이 장면은 학살의 잔혹함과 무참히 밟히는 민중들, 반란의 정당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오데사 계단 장면은 ‘언터쳐블스’(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등 이후 수많은 영화에서 재현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에 이르러서야 개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