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 독일에서 상영금지

↑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 포스터(1930년)

 

독일 개봉 7일째이던 1930년 12월 11일,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가 돌연 상영금지됐다. ‘서부전선…’은 1차대전에 참전한 19세 병사의 눈과 심리를 통해 복잡다기한 전쟁과 삶의 문제를 쉬운 문체로 리얼하게 묘사한 독일 작가 에리히 레마르크의 자전적 반전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제목은 주인공이 총에 맞아 죽어가는데 전선사령부는 본부에 ‘서부전선이상없다!’는 판에 박힌 전문을 타전하는 장면에서 땄다.

소설은, 출간 5개월 전 체결된 부전(不戰)조약으로 반전과 평화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던 1929년 1월 31일 출간되어 그 해 독일에서만 50만 부 넘게 팔린 것은 물론 18개월 만에 세계 25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300만 부 이상 팔려나가 화제를 모았다. 루이스 마일스턴이 메가폰을 잡고 미국의 유니버셜사가 제작한 영화는 1930년 4월 21일 미국에서 개봉되어 그해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할 만큼 작품성이 뛰어났지만 당시의 독일 분위기는 반전영화를 수용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3개월 전 치러진 총선에서 나치가 107석을 획득하면서 제2당으로 급부상, 파쇼화가 막 태동하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경제공황으로 400만의 실업자가 거리로 내몰리고 있었고 몰락한 중산층은 프랑스와 유대인을 향해 증오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나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동했고, 대중은 그런 나치에 열광했다. 나치의 광기는 ‘서부전선…’ 같은 소설과 영화를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레마르크는 1932년 나치의 탄압을 피해 스위스로 몸을 피해야 했고, 1933년 정권을 장악한 히틀러는 레마르크의 작품들을 모두 불태우고 국적마저 박탈(1939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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