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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무의도는 ‘잘 차려진 백반 상차림의 섬’] 2-② 해안둘레길·해상관광탐방로(데크로드), 실미도해변, 하나개해수욕장

↑  해상관광탐방로(데크로드)

 

☞ 종주산행(국사봉~호룡곡산)과 소무의도 둘레길이 궁금하면 클릭!!

 

by 김지지

 

■무의도 트레킹

누군가 인천 무의도를 가리켜 “잘 차려진 백반 상차림의 섬”이라고 했다. 산(山)과 해변(海邊)과 섬(島)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산은 호룡곡산(244m)과 국사봉(230m), 해변은 하나개해수욕장과 실미도해수욕장, 부속섬은 소무의도와 실미도다. 데크로드를 갖춘 해변둘레길과 해상관광탐방로까지 더해지니 산행과 트레킹에 적격이다.

무의도를 소개하는 전편(2-①) 글에서는 국사봉·호룡곡산 종주 산행과 소무의도 둘레길을 소개했다. 이 글에서는 최근 무의도 서쪽 바닷가에 조성한 해안둘레길을 중심으로 데크로드와 부속섬을 소개한다. 둘레길 전체 코스는 무의도 북쪽 큰무리선착장 부근에서 출발한다. 해안둘레길(데크로드) 두 코스를 걷고 하나개해수욕장에서 휴식을 취한 뒤 환상의길(숲길)과 해상관광탐방로(데크로드)를 거쳐 다시 하나개해수욕장으로 되돌아와 버스를 타고 원점회귀하는 순서로 진행한다. 해안둘레길은 2020년 말 조성되었기 때문에 아직 일반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글은 썰물(간조)에 맞춰 진행한다. 따라서 밀물(만조) 때와는 코스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간조 시에는 바닷길만 따라가므로 별 문제 없으나 만조 시에는 해변 뒤 숲길을 일부 걸어야 해서 약간 헷갈리 수 있다. 그래도 무의도 산이 깊지 않아 표지판이나 지도를 참고하면 크게 어렵지는 않다. 거리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대충 10㎞ 이상은 되는 거 같고 점심시간을 빼면 5시간 정도 걸린다.

무의도 해안둘레길과 해상관광탐방로 지도

 

■해안둘레길(데크로드)

해안둘레길은 산 속의 숲길과 바닷가 데크로드를 합친 이름이다. 이 길이 유명해진 것은 데크로드 때문이다. 해안둘레길의 1코스 전체 길이 2.21㎞ 중 데크로드는 0.46㎞이고 2코스 전체 길이 2.96㎞ 중 데크로드는 1.12㎞다. 막상 걸어보니 데크로드는 잘 만들었으나 둘레길 안내는 약간 부실하다. 간조 때라면 상관없으나 만조 때는 숲길로 가야 하는데 안내가 부족해 헷갈리기도 한다.

들머리는 무의도 종주 산행과 같다. 육지에서 무의대교를 건넌 직후 만나는 회전교차로 우측 무의카페 옆이다. 전편(2-①)에서도 소개했지만 무의카페 옆에 차량 7~8대를 세울 공간이 있다. 무의카페 옆 데크계단으로 10미터 정도 올라가면 바로 삼거리다. 왼쪽이 당산 → 국사봉 방향이고 오른쪽이 실미도 해수욕장으로 이어진 해안둘레길 1코스다. 길은 호젓하다. 북쪽의 무의대교와 잠진도가 바라보인다. 들머리에서 20분 거리에 화려한 색상의 ‘구낙구지’ 안내판이 서 있다. 조선 후기 명장인 임경업 장군이 연평도로 가기 위해 무의도를 주둔지로 삼고 진을 치던 곳이란다. 구낙구지는 군인들이 모여있는 군락(軍落)과 적에게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 곳을 뜻하는 ‘구지(九地)’의 합성어라고 쓰여있다. 1코스의 별칭이 ‘구낙구지길’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화려한 안내판과 달리 현지 모습은 평범하기 이를데 없다. 스토리텔링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했음을 알 수 있다.

200~300m 지나면 무의도 북쪽 끝이다. 그곳에도 스토리텔링을 입힌 화려한 색상의 안내판이 서 있다. 이름하여 ‘웬수부리’다. 과거 어민들이 물질을 나갈 때 원수(怨讐)와 부딪치는 것처럼 파도가 거세게 몰아친다고 해서 붙여진 ‘웬수’에 ‘짐승의 주둥이’를 뜻하는 ‘부리’를 더한 말이다.

실미도

 

탁 트인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데크로드를 걷노라면 답답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져

들머리에서 20분 정도 지나니 마침내 데크로드다. 탁 트인 서해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460미터 길이의 데크로드를 걷노라면 답답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데크 옆 바위들이 오랜 세월 파도에 부딪혀 다양한 형상을 하고 있다. 멀리 실미도를 바라보며 10분 정도 걸어가니 테크로드 끝이다. 데크로드가 끝난 지점에 실미도와 국사봉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서 있다. 눈앞의 백사장을 따라가면 실미도 유원지이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국사봉이다. 참고로 국사봉 방향 산길은 실미도 해수욕장 뒤쪽길(임도)로 이어진다. 이정표가 없어 살짝 헷갈리지만 걷다보면 아스팔트 도로에 해안둘레길 2코스(까치놀길)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하는 대로 숲길을 걸어가면 2코스 데크로드로 이어진다. 백사장을 관통하려는데 ‘실미유원지는 유료로 운영되는 개인시설이므로 해변 진입을 삼가달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어 잠시 주춤하게 한다.

실미도 해변

 

그렇다고 눈앞에 빤히 보이는 실미도 해변을 포기할 수 없다. 진입 장벽이나 철조망 같은 게 없어 그냥 실미도를 바라보며 백사장을 걸어갔다. 실미도까지는 사방 4면 중 3면이 탁 트인 너른 백사장이다. 실미도는 만조 때는 건너갈 수 없지만 간조 때는 여유롭게 건너간다. 실미도 곳곳에 보이는 하얀색의 조개껍질 언덕이 눈길을 끈다. 실미도 안을 관통하는 길을 걷고 싶었으나 가야할 길이 멀고 길도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되돌아 나왔다. 나중에 2코스 데크로드를 걸어가며 실미도를 바라보니 생각보다 남북으로 길고 조개껍질 언덕이 곳곳에 많다.

실미도에서 나와 해안둘레길 2코스 데크로드로 가려면 다시 백사장을 지나 온통 바위 투성이인 해변을 거쳐야 한다. 다만 만조라면 바윗길로 갈 수 없으니 해변 뒤쪽 트레킹 둘레길을 찾아야 한다. 이정표가 없어 살짝 헷갈리지만 무의도 숲이 깊지 않아 시행착오는 크지 않다. 2코스 데크로드(1.12㎞)의 백미는 데크로드 끝 전망대다. 주의깊게 살펴보면 전망대 앞에 턱수염의 링컨 얼굴을 빼박은 바위가 누워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절로 ‘링컨얼굴바위’ 이름이 떠오른다.

링컨대통령 얼굴 바위

 

전망대에서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100미터 정도 되돌아 나가 숲길을 우회해 해변으로 내려 간다. 만조라면 해안으로 내려가지 않고 산속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간조를 이용해 해변의 바윗길을 걸었다. 울퉁불퉁했으나 걸을 만하다. 그중 30~40도 경사의 너른 바위가 인상적이다. 바닷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바윗길을 30분 정도 걸어가니 작은하나개해변까지 이어진 무명의 데크로드가 우리를 반긴다. ‘무명’이라고 한 것은 정해진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데크로드를 따라 100미터 지난 곳에 표지판이 있다. 실미유원지로 되돌아가는 산속 둘레길이 1.5㎞이고 작은하나개해변까지 0.7㎞라고 표시되어 있다. 작은하나개해변은 저 멀리 보이는 하나개해수욕장 못미친 곳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작은 백사장이다.

무명의 데크로드가 끝난 곳에 둘레길이 시작되고 곧이어 ‘셋째 공주와 호랑이’ 전망대다. 설명을 보니 지어낸 이야기여서 와닿지도 않고 눈길도 가지 않는다. 작은하나개를 지나면 하나개해수욕장이 넓고 길게 펼쳐진다. 들머리에서 하나개해수욕장까지 거리는 8~9㎞ 정도다. 하나개해변 부근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하고 다시 걷기를 시작한다.

해안둘레길 2코스

 

■환상의길과 해상관광탐방로(데크로드)

우리는 하나개해수욕장에서 해안가 절벽 위에 놓인 ‘환상의숲길’로 1키로 정도 떨어진 해안가까지 갔다가 바다 위 해상관광탐방로(데크로드)를 거쳐 하나개해수욕장으로 되돌아 올 예정이다. 두 길의 들머리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 찰영지 옆이다. 5분 정도 걸어가면 갈림길이다. 왼쪽이 환상의길이고 오른쪽이 데크로드다. 환상의길은 중간중간 전망대가 있어 데크로드를 내려다보는 맛이 있다. 25분 정도 걸어가니 환상의길 끝이다. 하나개해변에서 1.2㎞ 거리다. 그곳에서 1.49㎞를 걸어올라가면 호룡곡산 정상이다.

데크로드를 걷는데 만조여서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다. 왼쪽으로는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는 산쪽을 바라보면 걷는다. 붉은빛이 감도는 해안 절벽이 압권이다. 사자바위 만물상 해식동굴 불독바위 햄버거바위 총석정 등을 확인하며 걷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이곳 데크로드는 높고 튼튼하다. 인천시가 많은 공을 들인 것을 알 수 있다. 데크로드를 걸어 하나개해수욕장까지 천천히 걸어가니 20분이 걸린다.

환상의길에서 내려다본 해상관광탐방로

 

마지막 남은 과제는 하나개해수욕장에서 승용차를 주차해둔 큰무리선착장 부근 무의카페까지 가는 것이다. 걸어가면 1시간 10분 거리다. 이미 10㎞ 이상을 걸은 데다 아스팔트 길이어서 피하고 싶다. 당초 계획은 하나개해변에서 버스를 타고 원점회귀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무의도를 오가는 무의1번 버스가 우리의 이동을 도와줄 것이다. 다만 큰무리선착장 → 하나개해수욕장 → 광명항 → 하나개해수욕장 → 큰무리선착장 순서로 진행되는 버스가 1대 뿐이어서 배차 간격이 40~50분으로 길다. 결국 복불복이어서 운좋으면 1분 운나쁘면 50분이다. 그리하여 하나개해수욕장 정류장에서 무작정 버스를 기다렸다. 10분 20분을 기다리는데 버스는 오지 않는다. 일행 중 한 명이 2022년 12월 작성된 <인천 무의1번 마을버스, 적자 쌓여 재정지출 한계로 ‘노선 운행 중단’> 기사를 보여준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선착장까지 태워주겠다는 귀인을 만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하나개에서 5분 정도 이동했을 무렵 저쪽에서 무의1번 버스가 오지 않는가. 그것도 하나개를 거쳐 큰무리선착장으로 빠지는 버스였다. 우리는 불편을 겪었어도 무의1번 버스가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무의1번 버스의 실시간 상황을 살펴보려면 버스앱을 까는게 편리하다.

해상관광탐방로 해식동굴

 

■실미도와 하나개해수욕장

 

▲실미도

실미도는 1960년대 후반 이곳에서 훈련받은 북파공작원들이 1971년 8월 23일 실미도를 빠져나가 인천 송도에서 버스를 탈취한 후 서울로 진입하려다가 실패하자 서울 대방동에서 자폭한 실미도 사건의 실제 현장이다. 사건은 영화 ‘실미도’(2003년)로 일반 대중에 알려진 후 유명해졌다. 만조 때는 무의도 쪽에서 건너갈 수는 없으나 간조 때는 바닷길이 열려 가능하다. 실미도 해변은 차박의 명소로도 인기가 있다. 입장료, 주차료, 캠핑료를 받는다.

 

☞ ‘실미도 사건’이 궁금하면 클릭

 

▲하나개해수욕장

하나개는 ‘우리 섬의 하나뿐인 개펄’에서 유래한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개펄이 발달하고 모래 해변도 넓다. 비탈이 완만하고 모래가 고와 가족 단위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특히 해수욕장으로는 드물게 개펄을 개방하기 때문에 조개류 등을 잡으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2003년), ‘칼잡이 오수정’(2007년) 등 방송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호룡곡산과 국사봉으로도 올라갈 수 있다. 해수욕장 바로 뒤에 산림욕장도 있다. 호룡곡산 정상으로 나있는 등산로와 자연생태 탐방로가 겹처 있어 두배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재빼기 구름다리로 올라가는 길 왼쪽으로 국립무의도자연휴양림도 있다. 바다가 보이는 국사봉 사면을 깎아 도로를 내고 건물을 지어 인기가 높다.

하나개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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