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이 발발하자 영국은 적대국인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배후에서 교란시킬 목적으로 아랍인과 유대인을 꼬드겼다. 수백 년 동안 오스만이 지배해온 팔레스타인 지역이 이들에게 던져진 미끼였다. 영국은 먼저 ‘팔레스타인에 독립을 보장해주겠다’는 이른바 ‘맥마흔 선언’으로 아랍인들의 참전을 끌어냈다. 당시 주 카이로 영국 고등판무관 맥마흔이 1915년 1월부터 1916년 3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영국의 생각을 메카의 태수 후세인에게 편지로 알린 것이 ‘맥마흔 선언’이다.
당연히 아랍인들은 환호하며 오스만에 반기를 들었지만 전쟁이 끝나고 이 약속이 공약(空約)이었음을 알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1917년 11월 2일 영국 외무장관 밸푸어가 ‘맥마흔 선언’과는 양립할 수 없는 ‘밸푸어 선언’을 발표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국은 1916년 5월, 전쟁이 끝나면 프랑스와 아랍 지역을 분할해 통치한다는 ‘사이크스·피코 협정’을 비밀리에 체결, 애당초부터 아랍 독립에 관심이 없었다.
유대인 금융재벌 로스차일드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을 통해 발표된 ‘팔레스타인에 유대민족 국가건설을 지지한다’는 밸푸어 선언은 곧 시온주의자들 사이에 열광적인 기대를 불러일으켜 훗날 이스라엘 국가 건설의 초석이 됐지만 아랍인들에게는 용서할 수 없는 영국의 배신이었다. ‘피의 역사’ 중동의 갈등은 이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