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한국 최초 영화 ‘의리적 구토’ 단성사에서 상영

연쇄극(連鎖劇)은 무대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야외신이나 특수 장면을 미리 필름에 담아두었다가 무대 사이사이에 보여주는, 이를테면 무대극과 영화를 합친 것이다. 1919년 10월 27일, 첫 연쇄극 영화이자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義理的 仇討)’가 서울 단성사에서 처음 상영됐다. 100% 필름영화가 아닌 탓에 1923년에 상영된 최초의 극영화 ‘월하의 맹서(月下의 盟誓)’를 우리 영화의 출발점으로 삼는 영화전문가도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영화의 날’은 1962년부터 기념하고 있는 10월 27일이다.

‘월하의 맹서’ 외에 다른 영화를 한국영화의 기점으로 삼는 영화전문가도 있다. 김종원은 “1917년 당시 매일신보에 연재됐던 심천풍의 원작소설 ‘형제’가 ‘과거의 죄’란 제목의 활동사진으로 만들어져 황금관에서 일반에 공개됐으며 매일신보가 독자할인 영화감상회까지 주최했다”는 매일신보 기사를 근거로 ‘과거의 죄’를 한국최초의 영화로 주장한다. 하지만 조희문 영화평론가는 ‘과거의 죄’가 일본영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한다. 조 교수는 또 근거도 없이 ‘의리적 구투(義理的 仇鬪)’로 잘못 불려온 영화제목을 ‘의리적 구토’로 바로 잡기도 했다.

영화는 단성사 주인 박승필이 돈을 대고 김도산이 각본·감독·주연을 맡았기 때문에 김도산은 자연 한국 최초의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31세 때인 1922년에 본격적인 전편영화 ‘국경’을 연출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김도산이 이끄는 신파극단 신극좌 단원이 배우로 출연했지만 여배우가 없던 때라 여자 역은 여장 남배우가 맡았다. 개봉 첫날부터 신파극에 식상해있는 사람들이 몰려와 만원사례를 기록했고 관객들 중에는 기생이 200명이나 됐다고 당시 신문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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