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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안양 수리산] 3개 경기도립공원 중 한 곳… 지하철로 갔다가 지하철로 돌아오는 코스를 소개합니다

↑ 병풍바위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태양산(가운데)과 오른쪽 뒤의 수암봉. 도로는 수리터널과 수암터널을 잇는 제1순환고속도로이고 그 왼쪽 옆이 병목안이다.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9㎞(평탄길 3㎞ 포함), 4시간

☞ 성결대~관모봉~태을봉~슬기봉~임도오거리~철쭉공원~수리산역

 

by 김지지

 

수리산은 경기 남부의 명산이다. 북쪽으로 안양시, 동남쪽으로 군포시, 서쪽으로 안산시 경계에 있다. 고만고만한 높이의 봉우리가 너덧개나 되고 도시에 둘러싸여 있어 등산로가 여기저기에 많다. 이런 산일수록 중요한 게 들머리와 날머리다. 이 글에서는 지하철로 갔다가 지하철로 돌아오는 코스를 소개한다.

 

■수리산 소개

수리산은 해발고도가 높진 않지만 산세는 비교적 웅장한 편이다. 안양, 군포, 안산시와 붙어있어 이곳 주민들에게는 서울시민의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처럼 친숙한 산이다. 주요 봉우리는 북동쪽의 관모봉(426m)을 시작으로 남쪽 태을봉(489m)과 군사시설이 들어선 슬기봉(451m)을 거쳐 서쪽의 수암봉(398m) 등 네 곳이다. 경기도가 성남시의 남한산성(1971년)과 가평군의 연인산(2005년)에 이어 200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했을 만큼 나름 산세가 빼어나다. 그런데도 경기도 홈페이지에서는 수리산에 대한 안내가 없다. 산행 지도 한 장 올라있지 않다. 군포, 안양, 안산시 중에서는 수리산 영역의 55%를 차지하는 군포시가 그나마 홍보와 안내에 적극적이다.

군포시의 수리산 지도

 

■지하철 접근법

수리산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은 4호선의 수리산역과 대야미역, 1호선의 수리산역이다. 명학역은 북쪽 안양시에, 수리산역(동쪽)과 대야미역(남쪽)은 동남쪽 군포에 속하므로 각자의 여건에 맞춰 들머리와 날머리를 정하면 된다. 수리산역을 기점으로 삼을 경우 10분이면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들머리는 철쭉동산이고 처음 만나는 봉우리는 슬기봉이다. 다만 이 글은 북쪽의 관모봉에서 출발해 남쪽의 태을봉과 슬기봉을 거쳐 군포쪽 임도오거리로 하산하는 코스를 소개하기 때문에 명학역에서 출발해 수리산역으로 하산하는 순서로 진행한다.

명학역에서 내려 관모봉을 목표로 할 때 들머리는 두 곳이다. 가까운 곳은 명학역 1번 출구 → 성결대사거리 → 성문교회 뒷길 → 안양 상록마을 선일빌라 → 인화하이츠빌라로 진행하는데 10분 거리다. 상대적으로 먼 곳은 명학역 1번 출구 → 성결대사거리 → 성결대학으로 진행하는데 20분 정도 걸린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위성사진으로 살펴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아래 지도에 붉은 선으로 표시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살펴본 들머리 지도

 

■나의 코스 : 명학역~성결대~관모봉~태을봉~슬기봉~철쭉동산~수리산역내가 떠난 날이 마침 수리산 철쭉제 기간이어서 명학역→성결대를 들머리로 잡고 슬기봉 아래 철쭉동산→수리산역을 날머리로 잡았다. 명학역(1호선)과 수리산역(4호선)은 한 번은 갈아타야 해서 30분 정도 걸린다.

 

▲명학역~성결대~관모봉~태을봉

명학역에서 성결대까지는 도보로 20분 거리다. 들머리는 성결대를 바라볼 때 우측 성결대 대학원 경비실 우측에 난 작은 길이다. 성결대에서 첫 봉우리인 관모봉까지는 1.15㎞ 거리다. 35분 정도 오르니 이름없는 조망바위다. 멀리 관악산과 청계산이 바라보이고 과천시내가 내려다보여 조망이 관모봉에 못지 않다. 그곳에서 10분을 오르니 관모봉(426m) 정상이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정상 암봉 옆으로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조망이 사방팔방으로 거침없다. 관악산, 청계산, 모락산, 광교산이 낮고 길게 뻗어있다. 발아래는 안양시와 군포시의 아파트 숲이다. 해돋이 명소로도 유명해 매년 첫날 새벽이면 등산객들이 줄지어 오른다. 정상에서 앞으로 30분 정도 가야할 태을봉까지는 0.8㎞ 거리다.

관모봉 정상. 저 뒤가 관악산이고 관모봉과 관악산 사이에 과천시내가 있다.

 

15분을 하산하니 갈림길 고개다. 왼쪽길이 평탄해보이나 인생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 그 길에도 경사진 오르막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른쪽 급경사 길을 선택했다. 태을봉 정상(489m)은 헬기장이다. 수리산 최고봉인데도 잡목에 가려 조망이 꽝이다. 정상석에 높이 표시도 없다.

관모봉 정상

 

▲태을봉~병풍바위~슬기봉

태을봉에서 슬기봉까지는 1.85㎞다. 숲속 여기저기 활짝 피어있는 연분홍의 산철쭉이 눈길을 끈다. 개인적으로 엷은 색 꽃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곳 산철쭉은 흰색에 가까운데다 맑고 생기가 있어서 그런지 은은한 매력이 있다. 태을봉에서 3분 거리 아래에 병풍바위 전망데크가 있다. 건너편 수암봉에 견줄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 바로 오를 순 없고 병풍바위 암릉을 5분 정도 우회해야 전망데크로 올라갈 수 있다. 과거 병풍바위는 알몸이었다. 그런데 언젠가 병풍바위 일부만 남겨두고 나머지 대부분은 데크로 바위를 덮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수려했던 예전 병풍바위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혹자는 길이 험하면 우회길을 두면 될 터인데, 굳이 왕관 위에 모자를 뒤집어 씌운 모양새라며 불만을 표시한다.

전망데크에서 바라보면 멀리 군사시설을 머리에 인 슬기봉과 수암봉을 잇는 주릉이 길게 뻗어있다. 수암봉 앞에는 태양산이 있다. 다른 곳은 다 ‘봉’인데 왜 이곳만은 ‘산’일까 궁금하지만 답해줄 이가 없을 거 같다. 태양산 오른쪽으로는 수리터널과 수암터널을 잇는 제1순환고속도로이고 그 옆에 병목안이 자리잡고 있다. 병목안은 골짜기가 병의 목처럼 오목하게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골짜기에 형성된 마을 초입이 병목처럼 좁으나 마을에 들어서면 골이 깊고 넓다고 해 병목안이다.

태을봉에서 슬기봉에 이르는 능선길은 수리산 전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거칠다. 대신 기암괴석과 전망 좋은 절벽이 곳곳에 있다. 여러 개의 칼날이 박힌 듯한 칼바위도 있다. 다만 안내표시가 없어 바위 이름을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예전에 이곳은 절벽에 동굴처럼 생긴 바위 안쪽을 타고 내려서는 짜릿한 코스였다고 한다. 밧줄을 잡고 내려서던 슬랩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데크로드가 비집고 덮어 형체나 이름의 유래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병풍바위 내리막(왼쪽)과 오르막

 

병풍바위 전망데크는 수암봉에 견줄 정도로 조망이 뛰어난 곳

태을봉에서 슬기봉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소나무가 올려다 보이는 바위가 있어 무심코 올라갔더니 기대하지 않았던 천하 제일의 낙락장송이 슬기봉과 수암봉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소나무가 워낙에 멋져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수리산 전체적으로 봉우리와 절벽에는 대체로 규암이, 계곡지대에는 풍화에 약한 편마암이 분포한다. 규암은 흰색과 회색이 일반적이나 분홍색, 갈색을 띌 때도 있다는데 이곳 규암은 대체로 흰색 계열이어서 은근히 매력적이다. 칼바위를 지나 경사진 데크로드를 오르다보면 중간 쯤에서 ‘쉼터 포토존’ 구간으로 연결된다. 포토존에서 바라보면 방금 지나온 칼바위에서부터 태을봉까지 능선이 길게 뻗어있다. 다시 데크로드를 따라 올라가면 곧바로 슬기쉼터다. 잠시 쉼터에 앉아 사방의 아파트 숲을 바라보는 맛이 있다.

낙락장송과 그 너머 수리봉

 

슬기쉼터에서 7~8분 진행하니 슬기봉 정상 아래에 나있는 갈림길이다. 뒤로 태을봉은 1.9㎞, 앞으로 수암봉은 2.3㎞, 왼쪽 임도오거리는 0.9㎞ 거리다. 슬기봉은 공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어 오를 수 없다. 결국 갈림길의 양쪽 길 모두 슬기봉을 우회한다. 슬기봉은 속리산에서 힘차게 내달려온 백두대간의 한남정맥이 수리산과 만나는 곳이다. 한남정맥은 속리산에서 갈라진 한남금북정맥의 끝인 안성 칠장산에서 시작해 서북쪽으로 김포의 문수산까지 평야지대의 낮은 산과 구릉을 일군다. 수리산역 부근 감투봉에서 시작해 무성봉~임도오거리~슬기봉을 지나 수암봉까지가 한남정맥 군포구간이다.

 

▲슬기봉~임도오거리~수리산역

슬기봉 정상 아래 갈림길에서 수암봉 방향으로 진행하면 곧바로 절벽 중간에 놓여있는 벼랑길 데크로드가 나오고 그곳에 슬기봉을 등진 채 바라보는 조망데크가 있다. 저 멀리 수암봉, 태양산, 태을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절벽 위 조망데크를 지나 데크로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간 곳에 군부대 막사와 레이더 기지가 세워져있다. 데크로드를 따라 한참을 우회하면 군사시설 정문을 지나 수암봉으로 간다. 슬기봉에서 수암봉까지의 산줄기는 U자 형이다. 다만 수암봉 방향으로 가면 지하철역을 들머리와 날머리로 삼는 이 글의 취지에 맞지 않으므로 수암봉은 포기하고 슬기봉 옆구리 갈림길에서 왼쪽 임도오거리로 방향을 정한다.

그런데 지도를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채 올라가다보니 슬기봉 갈림길에서 수리산역으로 가려면 임도오거리를 지나야한다는 것을 알지 못해 등산객 몇 사람에게 물어야 했다. 이유는 안내판에 임도오거리만 표시되어 있을 뿐 임도오거리 방향이 수리산역 방향과 일치한다는 안내가 없어 헷갈렸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지적했지만 태을봉 등에 걸려있는 지도를 봐도 임도오거리에서 수리산역 방향 산길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등산객 입장에서 안내판을 만들었다면 충분히 고려할 만한 부분인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 나랏일을 하시는 분들의 배려와 관심이 아쉽다.

벼랑길 데크로드에서 바라본 태을봉

 

안내판과 지도 사이의 미스매치가 지나치게 심해

슬기봉 갈림길에서 임도오거리까지는 45분 정도 급경사다. 오를 때는 제법 숨이 차는 구간이다. 임도오거리는 이름 그대로 다섯 갈래 길이다. 탐방안내소, 덕고개, 용진사 안내판이 있고 임도오거리 하늘정(정자) 옆에 수리산역(2.6㎞)과 무성봉(0.8㎞)-감투봉(2.7㎞) 안내판이 따로 세워져 있다. 그런데 이곳에도 슬기봉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없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수리산은 전체적으로 안내판과 지도 사이의 미스매치가 지나치게 심하다. 수리산역 방향으로 가는 등산객은 임도오거리 갈림길에서 수리산역과 무성봉 방향 안내판을 보면 누구라도 수리산역으로 정할 것이다.

다만 수리산역 방향으로 바로 내려가면 무성봉을 경유해 수리산역으로 가는 거리보다는 짧으나 도로 구간이 길어 산행 맛이 없다. 대신 무성봉 방향 길은 멋진 숲길이어서 다소 멀더라도 그 길로 가는 것이 좋다. 안내판에서 무성봉 방향 표시에 괄호로 철쭉동산-수리산역을 병기하면 누구나 쉽게 찾아갈 것이다. 동네 주민들이야 눈감고도 가겠지만 멀리서 수리산을 찾아온 나같은 외지인에게는 참 불친절한 안내판의 연속이다.

임도오거리에서 철쭉동산 가는길. 가운데는 무성봉 정상석

 

임도오거리에서 수리산역까지 길은 호젓하고 평탄한 숲속길이다. 하늘을 가린 높고 굵은 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만들어 발걸음이 절로 가볍다. 맨발로 걷는 사람도 있다. 운동화를 신고 하는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수리산행이 아니더라도 이 구간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 같다. 임도오거리에서 무성봉(해발 258미터)까지는 0.8㎞다. 15분 정도 걸린다. 무성봉도 수리산역과 철쭉동산~수리산역 갈림길이다. 수리산역으로 바로 가면 2.33㎞이고 철쭉동산까지는 2.7㎞이므로 수리산역까지는 0.5㎞ 정도를 더하면 된다. 어차피 걷기를 자처하고 수리산으로 왔을테니 거리가 다소 길어도 무성봉~철쭉동산~수리산역이 적격이다. 철쭉동산에 당도하니 마침 수리산 철쭉축제가 한창이다.

군포 수리산 철쭉축제

 

오늘 산행 총시간은 4시간 정도 걸렸다. 임도오거리~철쭉동산 사이 평탄길 3.0㎞를 포함하면 9.45㎞ 거리다. 오늘 코스는 지하철역을 기준하다보니 수암봉을 만나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다음엔 안양 병목안시민공원에서 주차하고 관모봉~태을봉~수리산~수암봉을 한 바퀴 뺑돌아 돌아 원점회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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