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박정희 대통령 서거

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40분쯤, 갑자기 2발의 총성이 청와대 인근 중앙정보부 궁정동 안가의 적막을 뒤흔들었다. 1961년 5·16쿠데타로부터 만 18년 5개월 10일 동안 이어져온 박정희 대통령의 절대권력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였다. 사건의 발단은 8일 전 비상계엄 선포로까지 발전한 부마사태의 대응 방식을 둘러싼 권력 내부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대응을 주장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의견보다 강경 대응을 고집한 차지철 경호실장의 입장을 수용해 강경 진압 쪽으로 방향을 정하자 진퇴 위기에 몰린 김재규가 만찬 도중 박 대통령과 차지철을 살해한 것이다.

이날 생전의 마지막 행사가 된 충남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박대통령이 안가에서 술자리를 가진 것은 오후 6시 5분쯤이었다. 박정희·김재규·차지철과 김계원 비서실장이 동석했다. 오후 6시50분쯤, 가수 심수봉과 대학생 신재순 양이 들어왔다. 저녁 7시 뉴스가 보다가 중간에 TV를 꺼버린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했다. 신양이 노래를 부를 때, 갑자기 “짜식 넌 너무 건방져”하는 김재규의 말소리와 함께 “탕”하는 총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김재규가 차지철을 향해 총을 쏜 것이다.

첫 발이 차지철의 오른쪽 팔목을 관통하고 수 초 후 두 번째 총알이 박 대통령의 가슴에 꽂혔다. 밖에서는 김재규의 부하들이 대통령 경호원을 사살하는 총소리가 연달아 터져나왔다. 김재규는 다시 차지철을 향해 권총을 겨냥했으나 권총이 발사되지 않자 밖에 있는 부하의 권총을 빼어들고 들어와 차지철의 오른쪽 가슴을 명중시켰다. 김재규는 뒤이어 심수봉이 부축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머리에 권총을 겨눴다. 곧 네 번째 총성이 저녁 바람을 갈랐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