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세계 최고(最古)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

천년을 버텨온 불국사 석가탑에 1966년은 수난의 해였다. 도굴범들이 9월 3일과 4일 두 차례나 헤집어 금이 간데다 탑을 보수하면서 생긴 상처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9월 7일 석가탑에 금이 간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는 도굴에 의한 것인지도 모르고 막연하게 풍화작용에 의한 자연마멸설과 지진에 의한 충격설이 제기됐다. 며칠 후에야 도굴에 의한 사실을 알게된 문화재당국이 석가탑 해체보수공사를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보수’가 아니라 ‘파괴’가 되고말았다. 10월 13일, 해체공사 중 2층 탑신석을 떨어뜨려 땅에 내려놓았던 3층 탑신석과 부딪치면서 탑신석이 부서진 것이다.

다행히 깨진 탑신석 속에 있던 금동제 사리함은 무사했지만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리함 속에 있던 유리 사리병이 한 승려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이처럼 경황이 없던 때 갑자기 세계를 깜짝놀라게 할 유물이 발견돼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10월 14일, 1200여 년동안 사리함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던 한 유물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無垢淨光大陀羅尼經)’으로 밝혀진 것이다.

세계최고 목판 인쇄물로 인정받아온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가 770년 제작된 것을 아는 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석가탑의 건립연대가 751년인데 당나라 측천무후(690∼705년) 때 일시적으로 쓰였던 한자인 ‘무주제자(武周制字)’ 중 일부가 이 다라니경에서 사용됐으니 다라니경의 제작연도가 751년 이전인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702년·704년·751년 등 제작연도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중국·일본의 견제로 아직까지는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다라니경의 제작연도가 분명치 않으니 ‘백만탑다라니’가 세계최고(最古)라고 주장하고 있고, 중국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702년 중국에서 제작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