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서독 적군파, 루프트한자 여객기 피랍

1977년 10월 18일 새벽 2시5분, 요란한 폭발음과 총소리가 아프리카 소말리아 모가디슈 공항에 울려퍼졌다. 서독에서 급파된 서독 국경경비대 소속 GSG 9특공대가 공항에 멈춰있는 항공기의 문을 폭파하고 기내로 진입한 것이다. 항공기는 10월 13일 밤 스페인의 휴양지 마요르카섬을 떠나 서독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비행하던 중 이란 위조여권을 지닌 아랍인 4명에 공중납치돼 로마, 키프로스, 바레인, 두바이, 아덴 등을 거쳐 모가디슈 공항에 도착한 서독 루프트한자의 보잉 737기였다.

납치범들은 서독에 수감 중인 적군파 11명과 거액의 현금을 요구했다. 서독 총리 슈미트는 끈기를 가지고 납치범들과 교섭에 임했으나 범인들이 10월 17일 조종사 1명을 사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경진압으로 선회했다. 게다가 9월 5일 발생한 독일경영자연맹회장 한스 마르틴 슐라이어의 유괴도 납치범들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진 터였다. 특공대는 야음을 틈타 일시적으로 사람의 신경을 마비시키는 화학무기와 최루탄을 기내에 투척한 뒤 여객기를 급습, 납치범들을 살해하고 인질 86명을 구출했다. 납치범 4명 가운데 3명은 현장에서 사살되고 여자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작전은 7분만인 오전 2시12분에 종료돼 인질극은 5일만에 막을 내렸다.

한편 같은 날 오전, 종신형을 선고받고 서독 슈투트가르트 근교의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안드레아스 바더, 그의 정부이자 공동 의장인 구들룬 엔슬링, 그리고 양카일 라스페 3명이 자신을 석방시키려는 게릴라들의 납치 기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자살을 선택했다. 이들은 납치범들이 석방을 요구한 독일 적군파(RAF) 간부들이었다. 이튿날 유괴된 슐라이어도 적군파들이 자행한 피의 보복으로 프랑스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바야흐로 1977년 서독의 가을은 ‘테러로 점철된 뜨거운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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