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9월 24일, 세계최초의 원자력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USS Enterprise)’가 미국 버지니아주 뉴포트 뉴스 조선소에서 진수됐다. 엔터프라이즈는 미 해군이 전통적으로 즐겨 사용해 온 군함명으로 1∼4대까지는 범선이었고, 5번째와 6번째는 순양함과 초계정이었으며 7번째는 항공모함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투입됐었다.
핵추진이었기 때문에 연료창고 등을 없애 불필요한 공간을 줄였음에도 만재톤수 9만970t에 길이 331.6m, 갑판 너비 76.8m를 자랑하는 당시로서는 세계최대 규모였다. 건조비도 일반적인 다른 항공모함보다 2배나 더 든 4억5100만 달러가 소요됐다. 한번 출항하면 연료의 재공급없이도 지구를 20바퀴나 돌 수 있어 ‘떠다니는 섬’으로 불리고, 전투기·전폭기·공중조기경보기 등 8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최대 5400여 명의 승무원을 탑승할 수 있어 ‘움직이는 항공기지’로도 불렸다.
배안에서 탈영병이 2개월만에 검거되고 형제와 함께 근무했는데도 모르고 지내다가 고국의 부모편지를 받고서야 같은 배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일화가 전해질만큼 규모가 컸다. 1968년 한국에서 푸에블로호 납치사건이 벌어졌을 때 북한의 원산 앞바다에도 급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