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김두한, 국무위원들에게 오물 투척

삼성그룹 계열사 한국비료가 건설 자재를 가장해 2880만 원 어치의 사카린 원료 ‘오스타(OSTA)’ 60t을 밀수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이 들끓을 때였다. 여기에 밀수로 벌어들인 돈이 공화당의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어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이던 1966년 9월 22일, 다혈질의 열혈남아 김두한 의원이 국회 발언대 위에 섰다. 그가 “나는 무식하기 때문에 주로 행동에 옮기기를 잘한다”고 발언할 때도, “불의와 부정을 합리화시켜준 장관들을 심판하겠다”며 마분지로 둘러싸인 상자를 들고 각료석으로 다가갈 때도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헤아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각료석에는 정일권 총리와 장기영 부총리 등 다수 각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윽고 김두한이 “이건 국민들이 주는 사카린이니 골고루 나눠먹어라”고 고함을 지르며 느닷없이 상자 안에 든 물통을 들어 각료석에 퍼부었다. 파고다공원에서 가져왔다는 똥물이었다. 국민은 속시원해 했지만 김두한은 이틀 뒤 제출한 사직서가 국회에서 통과되어 그날 밤 국회의장(議場) 모독과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수감되었다. 한독당 내란 음모사건으로 갇혔다가 석방된 지 9개월만이었고 횟수로는 45번째 철창행이었다.

9월27일 구속적부심에서 김두한은 “처음엔 덜질 생각없이 위협만 하려 했는데 각료석서 웃음소리가 들려 순간적으로 분노가 폭발해 똥물을 던졌다”고 진술함으로써 김두한 다운 면모를 보였다. 10월 20일 구속기소되었다가 12월 21일 병 보석으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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