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9월 18일 오전 9시, 이 땅에 근대의 여명을 알리는 기적소리가 요란했다. 노량진과 제물포 간 33.2㎞를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 경인선이 개통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곧 닥쳐올 식민시대의 어둠을 예고하는 고통의 소리이기도 했다. 조선 식민지배 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과 러시아 침략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위해 해외에 처음 부설한 철도가 경인선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정을 알 리 없는 이튿날자 독립신문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화륜거 구르는 소리가 우레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거의 굴뚝 연기는 반공에 솟아오르더라.… 산천초목이 모두 활동하여 닿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
한국에서 철도사업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미국인 사업가 모스였다. 그는 1896년 3월 29일 경인철도 부설권을 따내 친구인 타운센드와 철도회사를 설립했다. 1897년 3월 22일 인천 우각리 쇠뿔고개에서 인부 350명을 모아놓고 역사적인 기공식까지 가졌으나 자금 부족으로 속도가 더뎠다. 여기에 부설권을 놓친 일본의 집요한 매수 공작이 더해지자 모스는 부설권을 일본의 ‘경인철도인수조합’에 170만 원을 받고 팔아넘겼다. 일본은 1899년 4월 23일 인천역에서 제2차 기공식을 갖고 공사에 급피치를 올렸다. 9월 18일 가영업을 시작하고 개업식은 1900년 11월 12일 서대문에서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