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로마올림픽 마라톤 우승

로마올림픽 마라톤 경기가 열린 1960년 9월 10일. 검은 피부에 깡마른 체구, 더구나 맨발까지 한 아베베 비킬라가 로마의 콘스탄틴 개선문에 제일 먼저 들어섰을 때 관중들은 어리둥절해했다. 듣도 보도 못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주최 측도 이름을 두 번이나 정정하며 우왕좌왕했다. 6·25 참전용사였던 에티오피아 황실 근위병 아베베는 이렇게 세계 마라톤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2시간15분16초2, 세계 신기록이었다. 아프리카 흑인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었고 이후 세계 마라톤계를 평정할 검은 돌풍의 서막이었다.

아베베로서는 25년 전 그의 조국 에티오피아를 침공한 이탈리아에 대한 멋진 설욕이기도 했다. 아베베는 4년 후 도쿄 올림픽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운동화 차림이었다. 그리고 1964년 10월 21일, 아베베는 또 우승했다. 2시간12분11초2, 역시 세계 신기록이었다.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황제는 ‘맨발 의 영웅’을 일등병에서 중위로 수직상승시키고 승용차 폴크스바겐을 하사했다.

그러나 승용차는 그에게서 다리를 빼앗아간 흉기가 되고 말았다. 1969년 자동차 사고로 하반신 불수가 된 것이다. 그래도 아베베는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 양궁과 탁구선수로 최선을 다하며 자신을 ‘영원한 스포츠맨’으로 세계인의 기억 속에 각인시켰다. 그리고는 1973년 10월 25일에 세상을 등졌다. 41년의 짧은 생이었지만 오직 스포츠 정신으로 일관했던 삶이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