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야쿠자 두목 살해한 권희로, 31년 8개월만에 일본 감옥에서 석방

1968년 2월 20일 일본 시즈오카현 시미즈시의 밍크스 나이트클럽에서 한 야쿠자 두목이 권희로(김희로)에게 돈을 갚으라는 협박과 함께 “조센징, 더러운 돼지새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분노한 권희로는 엽총으로 야쿠자 두목과 부하를 사살하고는 현장에서 45㎞ 떨어진 온천여관으로 달아나 여관주인과 13명의 투숙객을 인질로 잡아 장장 88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였다.

이 모습이 TV와 신문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어 재일교포 차별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긴 했지만 일본인에게 권희로는 그저 ‘엽총을 든 살인범’일 뿐이었다. 더구나 권희로는 어려서부터 경찰서를 제집 드나들 듯 하며 일본인과 일본사회에 대해 반항심을 키워온 인물이었다. 결국 사건 나흘만에 기자로 위장한 경찰에 체포됐고 1975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31년 8개월. 일본 내 최장기 복역 기록을 세우며 어느덧 71세 노인이 된 그에게 마지막으로 세상 구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다는 조건으로 1999년 9월 7일 가석방된 것이다.

석방 당일 그는 어머니의 유해를 가슴에 안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리 국민들은 권희로가 평소 민족차별을 없애기 위해 애쓴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항일 영웅처럼 대했다. 고국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1979년 옥중 결혼한 부인과 한국에서 잠시 결혼 생활을 하는 듯 했으나 그녀가 권희로의 전 재산을 갖고 도주하는 바람에 알거지가 됐고 다시 한 여인과 내연관계에 들어가 정착하는가 싶더니 결국 그녀의 남편을 살해하려고 공모하다 살인미수와 건물방화 등의 혐의로 또 다시 구속됐다. 일본으로부터 당연히 그것보라는 식의 반응이 왔다. 한순간 영웅대접을 해주다 패대기친 세상 인심 탓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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