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혁명 후, 과실을 둘러싼 동갑내기 스탈린과 트로츠키의 암투와 음모가 극에 달했다. 1922년 레닌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는 레닌과 나란히 초상화가 걸릴 정도로 트로츠키가 절대적 우위였다. 그는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였지만 오만했고, 자신보다 열등한 사람은 경멸하기까지 했다. 이에 비해 지적인 능력은 떨어졌지만 ‘강철 사나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스탈린은 강한 의지의 냉혈한이었다. 무엇보다 “회유와 공포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진정한 힘”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무자비한 음모꾼이었다.
1924년 1월, 레닌의 죽음과 함께 전세가 역전되자 스탈린이 정적 제거에 팔을 걷어붙였다. 사냥리스트 제1호는 트로츠키였다. 스탈린의 주구들도 트로츠키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공산당에서 축출(1927년)되고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추방(1928년)됐지만 트로츠키의 고개는 변함없이 꼿꼿했다. 스탈린은 이때 두고두고 후회할 결정을 내린다. 1929년 트로츠키를 소비에트 연방에서 축출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터키·프랑스·노르웨이를 전전하면서도 트로츠키의 펜끝은 언제나 스탈린을 겨냥했다. 스탈린은 마침내 궐석 재판에서 트로츠키에게 사형을 언도하고 그를 제거하기 위한 특별부대를 편성한다. 1940년 8월 20일 오후 5시쯤, 멕시코시티 교외 코요아칸의 한 빌라에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소련 비밀부대원 라몬 메르카데르가 얼음송곳으로 이곳에 은신해있던 트로츠키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찍은 것이다. “It’s the end… this time… they’ve… succeeded(이제 끝이로군… 이번엔…그자들이 성공했어)” 트로츠키는 영어로 마지막을 쏟아내고는 이튿날 병원에서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