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최규하 대통령, 대통령직 사임 발표

1980년 4월 14일 오후5시, “공석 중인 중앙정보부장에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서리로 임명됐다”는 뉴스특보가 흘러나왔다. 5개월 전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 자격으로 한 차례 얼굴을 내비친 적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전두환은 낯선 인물이었다. 그러나 보안사령관의 중정 부장 겸직이 신군부 정권 장악의 분명한 신호탄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공개적인 그의 등장은 1980년대 한국 정치의 행로를 결정지은 중대 사건이었다.

전두환을 정점으로 한 신군부 5인방이 정권 장악 시나리오를 작동시킨 것은 3월부터였다. 권정달·정도영·허삼수·이학봉·허화평이 전두환을 무등태운 5인방이었다. 이들은 군 선배인 노태우·정호용·유학성·황영시 등 12·12 쿠데타 주도 세력들과 함께 전두환 대통령 만들기에 온 힘을 쏟았다. 5·17 계엄조치로 3김(金)에 족쇄를 채운 신군부는 국회 문까지 전차와 총검으로 막아버렸다.

표면상 광주사태가 진정된 5월 31일, 이광표 문공장관이 ‘국가보위비상대책위’ 설치를 발표했다. 민·군이 뒤섞인 희한한 기구였지만 단연 눈에 띠는 인물은 전두환이었다. 보안사령관, 계엄사 합수부장, 중정부장 서리에 급기야는 국정 전반을 통제하는 국보위 상임위원장까지 꿰찬 것이다. 이제 신군부의 마지막 장애물은 최규하 대통령 뿐이었다. 신군부의 요청으로 군 원로 김정렬이 최규하를 찾았다. 몇 차례의 설득과 우여곡절 끝에 한 시대의 획을 그은 담판은 7월 30일에야 끝이 났다. 다음날 최대통령은 전두환을 불러 하야 결심을 밝혀 형식을 갖춰주었다. 그리고 8월 16일 대국민 특별성명을 통해 대통령직 사임을 발표했다.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걸린 쿠데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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