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심훈의 ‘상록수’, 동아일보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

35년의 짧은 생(1901∼1936)이었지만 심훈은 흐트러짐이 없었고, 작품에는 늘 강한 민족의식이 배어있었다. 재능 가운데 먼저 빛을 발한 쪽은 영화였다. 영화 ‘장한몽’에 이수일 역으로 출연했고, 최초의 영화소설 ‘탈춤’(1926년)을 동아일보에 연재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정통으로 영화를 공부한 뒤에는 원작·각색·감독으로 영화 ‘먼동이 틀 때’를 제작해 큰 성공을 거뒀으나 ‘어둠에서 어둠으로’라는 영화의 원제(原題)가 물의를 빚자 영화계를 떠났다.

심훈의 타고난 운명은 기자였고 작가였다. 1924년부터 1931년까지 7년간을 동아일보·조선일보·조선중앙일보 기자로 지내며 많은 작품들을 쏟아냈다. 조선일보 기자 시절에는 장편 ‘동방의 애인’과 ‘불사조’를 연재했으나 둘 다 검열에 걸려 중단됐다. 1932년 조국의 광복을 염원하는 시집 ‘그날이 오면’을 출판하려 했으나 또 일제의 검열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선친의 고향인 충남 당진으로 낙향해 ‘필경사(筆耕舍)’라는 초가집을 손수 짓고 소설 ‘상록수’ 집필에 몰두했다. 필경사는 밭을 가는 농부들의 심정으로 글을 쓰겠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55일 만에 소설을 탈고한 심훈은 동아일보의 소설 현상공모에 응모했고 상록수는 1935년 8월13일에 당선되었다. 9월 10일부터 신문에 연재되면서 심훈은 일약 유명작가가 됐다. 장조카 심재영을 남자모델로 한 농촌 계몽소설 ‘상록수’는 여자 주인공 채영신을 이웃 화성에서 농촌운동을 하다 과로끝에 숨진(1935년 1월) 신여성 최용신을 모델로 설정해 더욱 유명해졌다. 그러나 심훈은 명성도 잠시 뿐 이듬해 장티푸스에 걸려 요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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