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한국판 ‘로빈슨 크루소’ 조병기 귀국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7월 충북 단양에서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남양군도에 끌려갔던 조병기씨가 전쟁이 끝난 줄도 모르고 13년 간이나 남태평양 고도에서 혼자 짐승처럼 살다가 1955년 7월 5일 마침내 그리던 조국으로 돌아왔다. 한국판 ‘로빈슨 크루소’였다. 조병기가 처음 끌려간 곳은 일본의 요코스카 군수공장이었으나 돈을 많이 벌수 있다는 일본인의 꾐에 빠져 남태평양의 작은 섬 베레레우섬으로 끌려갔다. 그곳에는 250여 명의 한국인 노무자와 2만 명의 일본군이 주둔해 있었다.

도착한지 4개월 만에 미군의 상륙으로 일본군은 전멸당하고 한국인은 3명 만이 살아남았으나 “미군에 사로잡히면 귀와 코를 자르고 혀를 뽑아 죽인다”는 평소 일본군의 선전에 속아 세 사람은 산속 밀림지대로 숨어들었다. 섬에는 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었고 원주민도 2000명이나 살고 있었다. 결국 2명마저 행방불명되고 홀로 살아남은 조병기는 달팽이와 무우 등으로 연명하며 토굴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날짜는 유리병 속에 나뭇가지를 꺾어 넣으며 어림했다. 우연히 주은 미군 성냥으로 지핀 불씨는 11년 동안 꺼지지 않고 조씨와 생사를 같이 했다.

어느덧 13년의 세월이 흐른 1955년 5월 7일, 조병기는 원주민 농장에서 고추를 따먹다가 원주민에게 붙잡혔다. 다행히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원주민의 도움으로 조병기는 미군 측에 넘겨져 괌을 거쳐 일본으로 이송됐다. 조병기가 일본에서 징용노임으로 받은 돈은 5만 599원이 고작이었다. 고국을 떠날 때 생후 수개월밖에 안된 장남은 어느덧 14살로 자라있었고 그가 죽은줄로만 알고 있었던 아내는 재가하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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