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영복 대회에 비키니 수영복 처음 등장

태평양 마셜제도에 속한 산호초 비키니(Bikini)가 세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46년 7월 1일, 미국이 이곳에 기자단을 불러놓고 공개 핵실험을 하고부터였다. 그날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폭탄과 같은 급의 원자폭탄이 미국의 전략폭격기 B29에서 투하되는 순간 아름답던 비키니 바다는 순식간에 불바다가 됐다. 표적용으로 모아놓은 항공모함 ‘사라토가’와 일본과 독일의 군함 75척 가운데 17척이 침몰되거나 대파됐다. 나머지 배도 온전한 것이 거의 없었다.

나흘 뒤인 7월 5일, 오랜 전쟁이 끝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충만하던 프랑스 파리에서도 강력한 대폭발이 있었다. 파리의 한 수영장에서 수영복 대회가 열린 이날, 대회장을 가득메운 1만 여 명의 사람들 앞에 한 여성 모델이 가슴과 아랫도리만 조그만 천으로 가리운 채 자신의 알몸을 드러낸 것이다. 여성의 다리를 노출시키는 것 자체가 외설로 치부되던 때였다.

며칠 전의 핵실험 장면을 떠올린 디자이너 루이 레아는 자신이 만든 수영복에 ‘비키니’라는 이름을 붙였고 상표로도 등록했다. 노란 물방울 무늬에 상하의 투피스로 된 이 해괴한 수영복에 보수적인 사람들이 경악했음은 물론이다. 부도덕하다는 바티칸의 비난에 이탈리아·스페인 등은 법적으로 수영복 사용을 금지시켰고, 소련은 “퇴폐적 자본주의의 또 다른 샘플”이라며 매도했다. 비키니가 처음부터 성공적인 출발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모델들이 비키니를 입으려 하지 않아 카바레 스트립 댄서에게 옷을 입혀 대회에 내보내야 할 정도였다. 유행의 물결을 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에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비키니를 즐겨 입으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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