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한국 축구대표팀 처음 출전한 월드컵 첫 경기에서 대패

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것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다. 이 대회부터 본선 참가국이 16개국으로 늘어난 덕분이었다. 그렇다고 지역별 예선을 거치지 않은 무임 승차는 아니었다. 당초 아시아 지역 예선에 출전 신청을 낸 국가는 한국·일본·중국 3개국이었으나 마지막 순간 중국의 기권으로 한·일 대결로 압축됐다. 홈앤드어웨이 방식이었으나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 감정을 이유로 일본팀의 국내 입국을 불허해 한국은 예선 2경기 모두 일본에서 치러야 했다.

다행히 1승1무의 전적으로 본선티켓을 따냈으나 스위스까지 가는 길이 문제였다. 1954년 6월 9일 여의도비행장을 떠나 일본에서 3박4일을 기다렸으나 비행기표를 12장밖에 구하지 못해 먼저 코치 1명과 주전선수 11명이 비행기에 올라야했다. 선수단은 몇 차례의 중간 기착끝에 54시간이나 걸려 경기 전날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했다. 연습은커녕 여독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당시 세계 최강 헝가리와 첫 경기를 가졌다. 헝가리는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등 국제대회 32전 전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는 천하무적팀이었다.

6월 17일 오후5시에 시작된 첫 경기에서 한국은 예상대로 헝가리에 0-9로 대패했다.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월드컵 사상 최다 점수차 패배였다. 선수라곤 11명뿐이었으니 경기 중 부상을 당해도 교체할 수 없었다. 3일 뒤 열린 터키와의 경기에서도 0-7로 대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탈락이 확정돼 같은 2조에 속한 서독과 경기를 갖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또 한 번 망신을 당할 뻔했다. 1954년부터 1998년까지 5회나 출전해 4무10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단 한차례도 16강에 오르지 못한 한국이 세계 축구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였다. 4강신화. 꿈★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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