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1966년 6월 13일, 이른바 ‘미란다 원칙’ 고지를 의무화하도록 한 판결이 미 법정에서 처음 내려졌다. 미 연방 대법원이 경찰로부터 묵비권과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사전에 듣지 못한 피의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미란다는 1963년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의 한 극장 앞에서 10대 소녀를 납치·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23세의 멕시코계 청년 어네스토 미란다의 이름이다. 때문에 이 사건은 미국인들에게 ‘미란다 대 애리조나’로 더 잘 알려져있다.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사실을 자백하고 진술조서에까지 서명을 마친 미란다가 돌연 재판과정에서 강요된 자백이라며 진술을 번복함으로써 재판이 잠시 차질을 빚긴했으나 법원은 미란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최고 30년의 중형을 내렸다. 주 대법원의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미란다의 무죄를 주장하는 ‘미국 자유시민 연맹’이 연방 대법원으로까지 사건을 끌고가자 연방대법원은 5대4로 원심을 뒤집고 미란다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후, 인권에 대한 획기적인 판결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않았다. 공교롭게도 판결 이후 강력범죄가 급증했다. 미란다는 그뒤 동거여인의 증언 등으로 다시 유죄가 확정돼 옥살이를 하다가 1972년 가석방됐으나 1976년 술집에서 싸움 끝에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