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의거 후 2개월 만에 100만의 인파가 다시 서울거리를 가득 메웠다. 얼굴에는 분노 대신 반가움이, 두 손에는 돌멩이 대신 국기가 잡혀있는 것이 그때와 다른 점이었다. 1960년 6월 19일, 드와이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1882년 한미수호통상조약 이후 78년 만의 첫 방문이었고, 아이젠하워로서는 두 번째였다. “당선되면 한국을 방문,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한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해 1952년 12월 당선자 자격으로 방문했었다.
오후 4시3분, 우리 공군기 21대의 호위비행을 받으며 미 대통령 전용기 콜럼바인호가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원래는 필리핀(14일)·대만(18일)·일본(19일)을 거쳐 22일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내 좌익 세력의 극렬 반대로 방일을 포기하고 한국을 앞당겨 찾았다. 용산 미군기지로부터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숙소인 덕수궁 뒤 미 대사관저로 가려 했으나 “아이크(Ike·아이젠하워의 애칭)! 아이크!”를 연호하며 서울역부터 시청 앞까지를 가득 메운 인파로 결국 샛길을 이용해야 할 만큼 그를 맞는 한국인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신문들도 1면 전체를 도배하다시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1면에 ‘Dear Ike, Welcome to New Korea’라는 장문의 영문기사를 쓴 신문도 있었고, 조병화 시인은 ‘세기의 날개’라는 제목의 시를 신문에 기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