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美 FDA(식품의약국), 경구 피임약 승인

1960년 5월 9일, 인류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산아제한용 경구(經口) 피임약 ‘에노비드 10’을 마침내 승인한 것이다. 이로써 여성들은 임신 공포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필’(PILL·경구 피임약)은 의료계와 여성운동의 합작물이었다. 오래 전부터 여성의 산아제한운동을 펼쳐온 마거릿 생거는 1950년 미국의 내분비학자 핀커스에게 피임약 개발을 의뢰하면서 제약회사 G D 썰을 재정후원자로 연결시켜 ‘필’ 개발을 촉진시켰다. 핀커스는 1930년대에 이미 야생 토끼의 난세포를 체외수정시켜 ‘프랑케슈타인을 만드는 박사’라는 비난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핀커스 말고도 초창기 피임약 개발을 주도한 사람이 또 있었다. 화학자 러셀 마커였다. 그는 1940년대 중반 남부 멕시코의 밀림에 자생하고 있는 야생 고구마에서 ‘프로게스테론’(황체 호르몬)을 생산하는데 성공했고, 이 연구 성과는 ‘필’ 개발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필’이 여성의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난포 호르몬)과 똑같은 작용을 하는 합성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썰사(社)는 푸에르토리코와 아이티 여성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벌인 뒤 곧 ‘에노비드’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를 시작했지만 FDA의 승인을 받기 전이라 산부인과 질환 치료에만 한정했다. 승인 후에도 구토, 가슴통증 등 부작용과 뇌졸중 보고가 잇따르자 FDA는 복용시 의무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따르게 했다. 피임약 개발은 이후에도 발전을 거듭, 최근 10년 동안만 해도 피부에 이식시키는 피임약, 성교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는 사후 피임약, 피부에 붙이는 피임약 등이 FDA의 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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