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전차 개통식 성대하게 열려

명성황후 사후, 고종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청량리 홍릉(명성황후 릉)을 빈번하게 찾아가자 미국인 사업가 콜브란이 전차를 가설하면 행차 비용도 절감되고 백성들도 편리해질 것이라고 고종을 설득한다. 궁궐 내 전등 설치로 근대문명의 편리성을 이미 알고 있는 고종은 출자액의 절반을 부담하기로 하고 전차 설치를 허락한다. 이런 인연으로 전차가 도입됐고, 개통식은 1899년 5월 4일 동대문 발전소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첫 구간은 동대문~경희궁 흥화문 간이었다. 개통식을 마친 후 화려하게 장식된 전차가 줄지어 “댕! 댕!”거리며 종로거리를 지나가자 이 ‘기묘한 괴물’을 지켜보려는 사람들로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차운영이 본격화되면서 전차를 타기위해 일부러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전차는 한동안 북새통을 이뤘다. 노선도 늘어나 그해 말 종로 4거리에서 남대문까지, 다시 이듬해 1월 남대문에서 구 용산(원효로 4가)까지 선로가 연장됐다.

첫 불상사가 일어난 것은 개통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5월 26일 파고다공원 앞을 지나던 전차가 5살 난 아이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치어 숨지게 한 것이다. 그해 봄 유난히 극심했던 가뭄이 전차 탓이라는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일어난 전차사고는 답답했던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흥분한 군중은 사고를 일으킨 전차 운전원을 끌어내려 몰매를 가했고 전차는 뒤엎어 불살라 버렸다. 군중은 반대편에서 오던 전차까지 파괴한 뒤 동대문에 있는 발전소로 몰려갔다. 콜브란이 미국인 직원들을 총기로 무장시키고 발전소 주변 철조망에 600V의 강한 전류를 흘려보낸 덕에 발전소는 무사할 수 있었으나 신변에 위협을 느낀 일본인 운전원과 기관사가 귀국하는 바람에 전차운행이 한동안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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