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5월 1일 오전 7시30분경, 소련 상공을 침범한 미국 정찰기 ‘U2기’가 소련 우랄산맥 상공 2만m에서 격추됐다. 소련 수상 흐루쇼프가 오전 5시에 U2기의 영공 침입을 보고받고 격추를 지시한 직후였다. 소련은 그동안 U2기의 영공 침범에 대해 수차례 항의했지만 미국은 1956년 7월 이후 줄곧 소련 전역을 정찰하고서도 그때마다 이 사실을 부인해 왔다. 소련은 내심 분통을 터뜨렸지만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데다 요격기나 요격 미사일을 미처 개발하지 못해 속으로만 끙끙앓고 있었다.
U2기는 최대 상승고도 2만 7400m에 속도는 마하 0.7의 제원을 갖고 있는, 록히드사가 극비리에 개발한 첨단 첩보기였다. 목표지 상공에서는 제트 엔진을 정지시켜 소리를 내지않고도 정찰비행이 가능하고, 광선 반사를 막기 위해 기체 전체를 검은색으로 뒤덮어 ‘검은 스파이기’로도 불렸다.
격추된 U2기는 파키스탄의 페샤와르를 발진해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어 소련 영토를 가로지른 후 노르웨이에 기착할 예정이었다. 조종사는 기체가 피격되면 기체를 파괴해야 하는 원칙을 지키지 않고 낙하산으로 탈출했다. 자살용 독약도 사용하지 않고 체포되어 결국 미 CIA의 정찰기라는 사실을 자백하고 말았다. 미국은 이 사실도 모른 채 기상관측기가 실종됐다고 둘러대다가 흐루쇼프가 증거를 들이대자 그제서야 영공 침범 사실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5월 17일 예정된 동서 4개국 정상회담이 연기되어 1년 전 흐루쇼프가 방미때 제창한 ‘평화 공존’ 무드도 일거에 물거품이 되었다. 10년형을 선고받은 조종사는 1962년 2월 소련 스파이와 독일 그리니케 다리에서 교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