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시인 이상 27세로 요절

알쏭달쏭한 숫자와 기호, 일상의 어법을 넘어선 난해한 시로 우리 문학사의 이단아로 기억되는 시인 이상이 1937년 4월 17일 새벽 4시 도쿄제국대 부속병원에서 폐결핵 악화로 27세 나이에 요절했다.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 교지 ‘난파선’을 만들면서 문학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그의 작품이 처음 활자화된 것은 1930년 ‘조선’지에 발표한 소설 ‘12월12일’이었다. 이듬해에는 조선건축회지에 시 ‘이상한 가역반응’ 등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인의 길을 걸었다.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발표된 시 ‘오감도(烏瞰圖)’는 ‘미친 수작’ ‘정신병자의 잡문’ 등 빗발치는 혹평으로 예정된 30회 연재를 넘기지 못하고 15회에서 중단됐지만 오히려 작품을 둘러싼 열띤 논란으로 그의 존재가 뚜렷하게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식민지 문인들이 그러했듯 그 역시 다방을 출입하며 세상을 향해 냉소와 독설을 뿜어냈고 ‘제비’ ‘쓰루’ ‘식스나인’ 등의 다방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특히 ‘제비’는 기생 금홍을 마담에 앉히고 뒷골방에 살림까지 차린 곳으로 훗날 그의 대표작 ‘날개’의 무대가 된다.

본명인 김해경이 이상(李箱)으로 알려지게 된 과정도 총독부 건축기사 시절 공사장 인부들이 김해경을 이씨로 알고 ‘리(李)상’으로 불렀다는 설, 아침에 깨끗이 면도한 수염이 오후가 되면 새카맣게 자라 여직원도 자신도 “이상하다”고 말한 데서 연유한다는 설 등 해석이 구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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