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미 해병대, 일본의 이오지마섬 상륙

일본 도쿄 남쪽 약 1200㎞ 지점에 위치한 오가사와라(小笠原) 열도의 화산섬 이오지마(硫黃島). 태평양전쟁이 종전으로 치닫던 1945년 2월 19일, 미 함대의 맹렬한 함포사격과 함께 미 해병대가 이 섬에 상륙했다. 4일 간의 공방전이 지나고 태평양전쟁 중에서도 최악의 날로 기록된 2월23일, 산의 모습을 바꿀 정도의 맹폭으로 마침내 산 정상 스리바치산이 미군에 함락되었다. 이 전투로 일본군은 거의 90%에 가까운 1만 9900여 명이 옥쇄하고, 미군은 6800여 명이 전사했다. 그야말로 대혈투였다.

이오지마 함락으로 일본은 개전 후 처음, 식민지가 아닌 자신의 영토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해야 했지만 미국인들은 곧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게다가 성조기를 스리바치산 정상에 힘있게 꽂는 6인 용사들의 모습이 AP통신을 타고 미 언론에 보도되자 감동과 환희의 물결이 전국으로 퍼져갔다. 7번째 전시 국채를 발행한 미 정부도 피비린내 나는 잔혹한 장면보다 이 영웅적인 화면이 국채 판매를 도울 것으로 기대했다.

사진은 기자에게 퓰리쳐상을 안겨주며 우표와 아이스크림 등에도 사용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사진 속의 주인공들은 진짜 영웅이 아니었다. 뒤늦게 산에 올라 함락 순간을 놓친 사진기자 로젠탈스가 연출한 영웅이었다는 사실이 훗날 밝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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