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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선운산 ②] 선운사~수리봉~견치산~천마봉~도솔암~선운사 코스

↑ 소리재 부근 조망바위에서. 정면 가운데가 사자바위이고 소나무에 가려진 곳이 천마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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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지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13㎞(산행길 8㎞, 평지길 5㎞) 6시간
☞ 선운사~마이재~수리봉~견치산~소리재~낙조대~천마봉~도솔암~선운사

 

2023년 3월 4일 고교 동창인 남수 선근 정형 종훈 태훈 5인이 고창 선운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선운사계곡~도솔계곡 옆 평지길(5㎞)을 제외하면 산길 거리는 8.5㎞다. 개인적으로는 1년 4개월 전, 아내와 선운산의 다른 코스(투구바위~청룡산~천마봉)로 산행했을 때 산세와 경관에 감탄하며 이번에 우리가 걸어간 코스를 꼭 다녀오리라 마음먹었던 터라 더욱 반가웠다.

 

■선운산 개괄

선운산은 일곱 난장이 같은 산이다. 최고봉인 경수산의 높이가 444m에 불과하고, 그 외 10여개 봉우리도 200~400m 높이에서 서로 키재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당하게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고 ‘100대 명산’의 존재감을 뽐내는 것은 높이로만 계량할 수 없는 수려한 산세와 거대한 암봉 덕분이다. 여기에 문화재청이 ‘대한민국 명승’으로 지정한 도솔계곡이 더해지니 금상첨화다.

10여개 봉우리 중 최고봉은 경수산(444m)이다. 하지만 선운산 공원에서 정상으로 치는 봉우리는 경수산보다 100m나 낮은 수리봉(336m)이다. 선운산에서 가장 멋지고 인기있는 봉우리는 천마봉(248m)이다. 이곳 암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단연 최고다. 견치산(개이빨산)으로 불리는 국사봉(346m)은 건너편 수리봉~경수산 능선을 바라보고 서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매력이 있다. 그 외 봉우리들은 고만고만하다. 여기에 용문굴바위, 병풍바위, 사자바위, 투구바위 등 기암괴봉이 능선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이들 암봉이나 바위들을 오르거나 감상하며 산행하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선운산 지도

 

■주요 산행 코스

선운산은 정상다운 정상이 딱히 없고 10여개 봉우리 높이도 고만고만해 코스를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 짧게는 3시간 길게는 10시간 정도 걸리는 산행에서 자신이 원하는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선운산에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뻗어있는 능선이 3곳이다. 서쪽 능선은 수리봉(도솔산)~천마봉~청룡산 능선이고 중앙 능선은 쥐바위~사자바위~투구바위 능선이다. 동쪽 능선은 희여재~비학산~안장바위~구황봉~형제봉으로 이어진다. 서쪽 능선과 중앙 능선 사이에는 도솔계곡이 흐르고 있고, 중앙 능선과 동쪽 능선 사이에는 희여계곡과 도솔제(저수지)가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산책과 등산을 겸한 3시간 코스(편의상 A코스)다. 거리는 짧지만 도솔계곡의 멋진 풍광과 선운산 기암의 조망을 한껏 누릴 수 있어 인기가 많다. 도솔계곡을 끼고 선운사~도솔암까지 산책하듯 걸어간 뒤 그곳에서 천마봉으로 올라가 낙조대를 거쳐 용문굴로 내려와 도솔암과 마애불상을 둘러본 뒤 도솔계곡을 따라 선운사로 하산한다. 천마봉 오름길이 약간 경사가 있긴 하나 높지는 않아 전체적으로 등산 코스라기보다는 산책 코스로 적합하다.

▲산행·산책을 모두 즐기는 코스 중에는 능선을 마주보며 걷는 5~7시간 코스(편의상 B, C코스)도 있다. B코스(말굽형 U자 능선)는 초입의 도솔계곡을 지나 도솔제쉼터에서 도솔제(저수지)로 올라가 투구바위~청룡산~낙조대~천마봉을 거쳐 도솔암으로 하산한 뒤 도솔계곡을 따라 매표소로 원점회귀하는 타원형 코스다. 6~7시간 걸린다. C코스(선운사계곡~도솔계곡 서쪽 능선)는 선운사 뒤쪽의 마이재~수리봉~견치산~소리재~용문굴을 거쳐 낙조대와 천마봉에서 선운산의 멋진 풍경을 조망한 뒤 도솔암으로 내려가 선운산으로 원점회귀한다. 5~6시간 걸린다. D코스는 B코스와 C코스를 합친 것이다.

▲가장 긴 코스(E코스)는 주차장 우측에서 경수산으로 올라가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타고 천마봉~청룡산까지 갔다가 동쪽의 희여재~비학산을 거쳐 북쪽의 형제봉에서 공원관리사무소로 내려오는 타원형의 원점회귀 종주산행이다. 지나는 산과 봉우리가 15개 정도나 되어 10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산이든 봉우리이든 높지는 않지만 거리가 길어서 주말 등산객이라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B코스 쥐바위에서 바라본 낙조대와 천마봉(가운데). 그 오른쪽은 수리봉과 경수산이다.

 

■우리 산행 코스 : C코스

우리 코스는 위에서 소개한 C코스다. 13~14㎞(계곡길 5㎞ 포함) 거리에 5~6시간 걸린다.

 

▲선운사~마이재~수리봉

들머리는 선운사 담벼락이다. 이후 마이재~수리봉(도솔산)~견치산(국사봉)~소리재를 거쳐 용문굴로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능선으로 올라와 낙조대와 천마봉에서 선운산 최고 조망을 감상한 뒤 도솔계곡을 따라 선운사로 원점회귀한다. 욕심 같아서는 초반에 치고 올라가야 하는 선운산 최고봉인 경수산(444m)까지 경유하고 싶었으나 몇 가지 이유로 패스하고 수리봉(도솔봉)을 첫 봉우리로 삼았다. 첫째 이유는 서울에서 출발하는 당일치기 산행으로는 시간이 빠듯하고 체력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거리를 살펴보자. 선운산 주차장에서 경수산까지는 2.78㎞이고 경수산에서 우리가 지나게 될 마이재까지는 2.2㎞이므로 합산거리는 5㎞다. 선운사에서 마이재로 직행하면 1.4㎞이므로 경수산을 거쳐 마이재로 가려면 결국 3.6㎞를 추가해야 한다. 그만큼 체력소모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두 번째 이유는 산행 노고에 비해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다는 한 전문 블로그의 소개글이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그 전문 블로거의 글을 보면 꼭 볼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세 번째는 ‘산불 때문에 경수산은 2월 15일부터 입산금지’라는 안내문 때문이다. 물론 입산금지 사실은 마이재에 올라가서야 알았지만 경수산으로 방향을 정했다면 허탕을 쳤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오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장황하게 세 가지나 들었지만 결론은 체력에 자신이 없다는 것 하나였다.

선운사 담벼락과 완만한 길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석상암이다. 선운사 산내 암자들 중 규모가 가장 작고 딱히 눈길을 끌만한 요소가 없다. 석상암에서 마이재까지는 20분 거리다. 대부분 돌밭길이지만 경사가 완만해 힘들지 않다. 마이재에서 푯말을 보니 수리봉은 0.7㎞ 거리다. 마이재는 과거 산간마을인 선운사에서 바닷가인 심원면 연화리로 넘나들던 고개였다. 마이재에서 수리봉까지는 15분 거리다. 일부 구간에 살짝 경사가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수리봉(336m)에는 쉬어가라고 2개의 데크 쉼터가 놓여있다.

마이재 오름길

 

수리산은 정상 북동쪽 전망바위 조망이 일품이다. 선운산도립공원집단시설지구 공원주차장과 식당가 일원이 제대로 조망된다. 전망바위 동쪽 아래로는 선운사의 동백나무숲과 함께 선운사 경내도 장난감 집인 듯 선명하게 내려다 보인다. 남동쪽 나뭇가지 사이로는 너른 도솔제(저수지)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수리봉 정상의 남측 전망바위에서는 서남쪽으로 견치산 방향 능선과 견치산이 바라보이고 북쪽으로는 곰소만 건너 변산반도도 보인다. 하지만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선명치 않다. 앞서 소개했지만 통상적으로는 경수산(444m)과 견치산(346m)보다 낮은 수리봉(336m)을 정상으로 친다. 선운산의 랜드마크인 선운사를 뒤에서 받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도솔산, 선운산으로도 불린다. 봉우리 이름을 통일했으면 좋겠다. 곧 지나게 될 견치산도 국사봉, 개이빨산 등 명칭이 여럿이다.

견치산에서 바라본 수리봉~경수산 능선

 

▲수리봉~견치산~소리재

수리봉 정상을 지나 능선을 따라 3~4분 진행하니 삼거리다. 그곳 푯말에 따르면 우측이 2.35㎞ 거리의 견치산이고 1㎞를 직진하면 포갠바위를 지나 참당암이다. 포갠바위 아래 너럭바위(약 25m 길이 데크 계단 상단부)에서 바라보는 남동쪽 조망이 일품이다. 투구바위능선과 그 오른쪽으로 쥐바위봉~청룡산~배맨바위~낙조대~천마봉 등이 시야에 와 닿는다. 포갠바위는 어른 키 한 길 반 정도 크기이다. 바위 모양새가 뚜껑 덮은 상자나 뚜껑 덮은 밥그릇처럼 생겼다고 해서 포갠바위다. 포갠바위 능선을 내려서면 참당암이 나오고, 참당암에서 남서쪽 계곡을 경유하면 견치산 방면 길과 만나는 소리재를 밟는다.

우리는 삼거리에서 견치산으로 방향을 정했다. 완만한 능선길로 알았다가 초반부터 10분 정도 급경사 내리막이어서 살짝 당황했다. 내려간만큼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평탄하다가 완만한 오름길이다. 그렇게 40분 정도를 내려가고 올라가니 견치산으로 이어진 능선이다. 그 능선길에 견치산 정상의 전모를 알 수 있는 조망터가 있다. 그곳에서 견치산을 바라보아야 왜 이름이 개이빨산(견치산)인지를 알 수 있다. 조망터에서는 건너편 수리봉~견치산 능선도 바라보이고 참당암도 내려다보인다.

능선을 따라 5~10분 정도 걸어가면 견치산과 소리재로 갈라지는 삼거리다. 그곳에서 오른쪽 견치산은 0.5㎞, 왼쪽 소리재는 0.75㎞ 거리다. 길에서 만난 한 등산객 부부가 견치산에 가도 딱히 볼게 없다고 했으나 막상 가보니 조망이 괜찮았다. 다소 지쳤기 때문에 견치산까지 왕복 1㎞가 멀다고 포기하는 것은 후회할 판단이다. 삼거리에서 10분 정도 진행하니 암봉으로 된 견치산(346m) 정상이다. 현장에는 국사봉 철판을 달아놨는데 지도에는 견치산이라고 표기하고 현장에는 국사봉 철판을 달아놓은 선운산 도립공원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 견치산 암봉에 오르면 사방이 트여있다. 건너편 경수산~수리봉 능선은 물론이고 바닷가 쪽 조망도 멋지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가 0.75㎞ 거리의 소리재로 진행한다. 능선을 따라 15분 정도 진행하면 대나무숲 터널이 나오고 다시 5분 정도 진행하면 사통팔달인 소리재다. 견치산(1.25㎞), 참당암(1.0㎞), 용문굴(0.8㎞), 낙조대(1.0㎞) 등 어디든 갈 수 있다.

견치산

 

▲소리재~용문굴~낙조대~천마봉

소리재에서 수 분 정도 지나면 곧 만나게 될 천마봉 만큼이나 선운산 최고 조망을 자랑하는 암릉 조망터다. 일부 지도에서는 그곳을 천상봉이라고 표기하는데 조망터이지 봉우리까지는 아니다. 그러지 않아도 선운산에는 봉우리가 많아 헷갈리는데 조망터까지 천상봉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다. 조망터 아래는 일명 ‘선운산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는 바위협곡(용문굴과 도솔암 사이)이다. 오른쪽 절벽은 천마봉이고 그 뒤는 국기봉과 쥐바위봉이다. 왼쪽 계곡 건너 투구바위 능선 상의 사자바위 뒤는 비학산이다. 조망터에서 조금 내려가면 정면이 낙조대(0.47㎞)이고 왼쪽이 용문굴(0.1㎞)이다. 멀지 않으니 용문굴에 들렀다가 낙조대로 오른다.

용문굴은 화산활동으로 생긴 굴이다. 모양새는 거대 바위 아래를 지나는 통로 형태다. 상상한 것보다 규모가 커 볼만하다. 용문굴은 그 자체로도 멋지지만 한때는 MBC 드라마 ‘대장금’((2003~2004년 방송) 촬영지로도 유명했다. 대장금에서 장금이 엄마가 죽음을 맞는 순간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그래서 장금이 엄마의 돌무덤을 관광상품으로 쌓아놓았다. 곧 오르게 될 낙조대도 최상궁이 자살한 곳이다. 용문굴을 빠져나가 500m 거리를 15분 정도 내려가면 마애불과 도솔암이다. 우리는 용문굴에서 다시 능선으로 올라가 0.5㎞ 거리의 낙조대로 올라간다. 낙조대 옆 독수리바위까지는 비교적 경사가 있는 데크계단길이다.

용문굴

 

낙조대는 높이가 300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날이 좋으면 서해 칠산바다, 곰소만, 도천저수지 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녁 낙조 조망이 최고라는데 대낮 조망은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다.

낙조대

 

낙조대에서 계곡 쪽으로 200m 쯤 들어가면 천마봉(284m)이다. 이곳은 선운산의 핵심 절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 조망터다. 선운산이 왜 100대 명산에 들어가는지 이유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곳이기도 하다. 천마봉에 서면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도솔암과 그 뒤에 들쑥날쑥 자리잡은 여러 암봉군(群), 그리고 도솔계곡의 풍광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아쉬운 것은 저 웅장하고 멋진 암봉군에 마땅한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적당한 이름이 있으면 좋으련만. 도솔계곡 건너편으로는 투구바위 능선과 사자바위~쥐바위 능선이 길게 이어져 있다. 사자바위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지만 천마봉에서 바라본 모습은 흡사 피라미드 같다.

천마봉에서 내려다본 도솔암과 도솔계곡

 

천마봉에서 감탄사를 연발한 후 도솔암으로 내려간다. 데크계단, 바윗길, 철계단을 통해 하산하는데 중간의 암릉 조망터에서 천마봉이 올려다보인다. 거대 암봉이 90도 이상 꺾인 모습이어서 신기하다. 다 내려가면 왼쪽이 용문굴로 올라가는 길이고 정면이 마애불상과 도솔암이다. 이번 산행은 쉬엄쉬엄 걸어 6시간 걸렸다.

천마봉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친구들. 오른쪽 뒤가 사자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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