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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홍도 여행] 중장년층 일색에 옛날식 관광 방식이어도 홍도 유람선 관광은 명불허전… 깃대봉 산행 추가되니 즐거움이 두 배

↑ 깃대봉 오르다가 내려다본 홍도 모습. 왼쪽부터 선착장, 1구마을,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 몽돌해변이다. 앞의 봉우리가 양산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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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지

 

대학동창 희용 부부와 2박 3일(2002.9.23~25) 일정으로 전남 신안군 홍도와 흑산도를 다녀왔다. 희용만 세 번째이고 다른 3인은 초행이다. 홍도와 흑산도에서 각각 1박을 하고 목포로 돌아와 유달산을 오른 뒤 귀경했다. 두 섬을 경유하는 목포 출발 여객선은 하루 2편이다. 오전 7시50분과 오후 1시다. 목포→도초도→흑산도→홍도 순이다. 목포에서 흑산도까지는 2시간, 홍도까지는 2시간 30분 걸린다. 여객선이 도초도를 벗어날 때까지 바다는 여러 섬들에 포위된 내해(內海)여서 잔잔하다. 하지만 도초도를 빠져나가면 곧바로 외해(外海)로 진입해 파고가 높다. 여객선이 대형이긴 해도 거친 파도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니 속이 울렁거리고 심하면 멀미를 한다.

여객선에서 바라본 홍도 전경. 누에고치처럼 길쭉하다.

 

■단체여행의 한계

본론부터 말하면 홍도는 만족스러웠으나 흑산도는 아니었다. 흑산도에 실망했다기 보다는 촉박한 단체여행 일정에 대한 실망이다. 둘째날 오전 홍도 유람선을 즐기고 오후 4시 20쯤 흑산도에 도착해 여행사가 준비한 버스를 타고 25㎞의 일주도로를 돌았는데 버스기사가 시간 부족을 이유로 두 군데만 정차하고 나머지는 스쳐 지나가며 말로 때운 게 문제였다. 결론은 홍도 위주의 여행 일정에 구색갖추기 목적으로 흑산도를 끼워넣는 방식의 단체여행으로는 흑산도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수박겉핧기라도 홍도 일정에 흑산도를 꼭 끼워서 가야겠다면 우리처럼 홍도에서 흑산도로 오후 4시 전후 배를 타지 말고 오전 11시 쯤 홍도에서 흑산도로 떠나 다음날 오후 4시 배로 흑산도에서 목포로 떠날 것을 권한다. 그래야 그나마 흑산도 여행 시간을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도만 따로 갈 때는 목포항에서 오전 오후 배 상관없이 타고 갔다가 홍도에서 다음날 오후 3시 30분 출항하는 배를 타고 목포로 철수하면 깃대봉 등산과 유람선 관광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홍도로 다가가는 여객선

 

■홍도 개요

홍도의 행정지명은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리다. 목포항에서 서남쪽으로 115㎞, 흑산도에서 22㎞ 떨어져 있다. 본섬은 남북 길이가 6.7㎞, 동서 길이가 2.4㎞로 누에고치처럼 길쭉한 모양이다. 그외 작은 무인도가 20여 개다. 홍도 명칭에 대해서는 조선왕조 때 편찬된 지리지에 홍의도(紅衣島), 홍어도(紅魚島)라고 불렸다는 기록이 있으나 해방 이후 섬 전체가 홍갈색을 띠고 저녁 노을에 섬 주위가 온통 붉게 물든다 해서 홍도로 명명되었다. 홍도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 거친 파도와 수천 수만년 바람이 빚어낸 해안절벽,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뤄 섬 전체가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으로 불릴 만큼 전경이 아름답다. 과장하자면 지중해의 보석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카프리 섬을 닮기도 했다. 그리하여 섬 전체가 1965년 천연기념물 제170호, 1981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제478호로 지정되었는데 이 때문에 돌맹이든 풀 한 포기든 채취와 반출이 금지되어 있다.

홍도 지도

 

홍도에는 마을이 두 곳 있다. 여객선이 드나드는 동남쪽의 1구마을과 북서쪽의 2구마을이다. 1구마을에서 2구마을로 가려면 배를 이용하거나 홍도 최고봉인 깃대봉(365m)을 넘어가야 한다. 4㎞ 남짓 거리의 산길은 2개 마을을 이어주는 유일한 육로길이다. 이 육로길보다 더 빠르고 편한 게 뱃길이다. 그렇다고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배는 없다. 유람선을 이용하거나 두 마을을 오가는 어선을 물색해야 한다. 물론 파도가 높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산길을 이용해야 한다. 2구마을은 남동쪽에서 올라오는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 1구마을보다 먼저 사람들이 살았고 인구도 많았다. 그러다가 큰 배가 드나들기 좋은 해안 조건을 가진 1구마을이 관광의 중심지로 개발되면서 2구마을은 상대적으로 낙후되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 섬 안의 오지가 되었다. 현재 1구마을에는 100가구, 350여 명이 거주 중이고 2구마을은 50여 가구 80여 명이 살고 있다.

홍도는 가운데 언덕을 사이에 두고 남쪽의 양산봉(236m)과 북쪽의 깃대봉(367m)으로 나뉜다. 두 봉우리는 아름드리 동백림과 후박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사람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벼랑 등에는 아직도 풍란과 분재같은 노송들이 자태를 과시한다. 특히 유명한 식물은 한여름에 섬 곳곳을 뒤덮은 원추리 꽃이다. 6월부터 꽃망울을 터트리는 원추리는 8월까지 섬 전체를 노란색으로 물들인다. 다른 지역 원추리에 비해 꽃이 유난히 크고 아름답다. 홍도의 자연은 단풍이 없어 사시사철 비슷한 초록이다. 홍도는 바위섬이어서 물이 부족했다. 빗물을 받아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했으나 1995년 지하 암반수를 개발하고 1998년 해수담수화 시설을 만들어 지금은 주민이든 관광객이든 물을 펑펑 사용하고 있다. 내연발전소도 있어 전력도 충분하다.

데크둘레길에서 내려다본 선착장과 1구마을

 

▲홍도 1구마을

홍도 1구마을 선착장에 내리면 비탈진 경사에 세워진 3층, 4층 높이의 건물들이 먼저 눈에 띈다. TV에서 봐온 유럽의 구도시 골목을 보는 듯하다. 바다 쪽으로 기울어진 비탈에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과 좁은 골목 그리고 주황색의 지붕이나 옥상이 그런 인상을 준다. 물론 유럽의 구도시와 비교하기엔 아직 갈길이 멀다. 건물 대부분은 식당과 모텔을 겸한다. 차가 다닐 수 없어 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차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모텔에서 TV를 켜니 종편과 케이블은커녕 KBS1도 나오지 않는다. 결국 밤시간에 관광객이 할거라고는 방파제를 어슬렁거리거나 포차에서 하는 음주 뿐이다. 노래방이 있긴 한데 코로나가 아직 풀리지 않아 밤에 하는지는 알 수 없다.

홍도 1구마을 골목

 

모텔에 침대가 없다며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곳 모텔은 세련되지는 않아도 기대 이상으로 깔끔하다. 비탈인데다 태풍을 의식해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지었다. 마을에 흙바닥은 없고 온통 콘크리트길 뿐이다. 종교 시설은 천주교 공소(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예배소나 구역)가 있고 2개 교회가 있다. 다만 절은 없다. 술집은 따로 없고 음식점과 겸하고 있는데 소라와 해삼 등을 파는 방조제 포장마차가 성업 중이다. 술판은 낮에도 밤에도 이어지지만 다행히 풍악은 없다. 식당은 그 나물에 그 밥이어서 맛집은 기대할 수 없다. 홍도 유일의 학교는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다. 1949년 개교했으니 꽤나 유서깊은 학교지만 학생은 3명 뿐이고 교사는 2명이다. 대부분 목포로 유학을 떠났다.

홍도 1구마을 뒤 언덕을 넘어가면 600~700m 길이의 몽돌해변이 나타난다. 몽돌은 모가 나지 않고 둥근 돌을 말하는데 이곳 해변의 몽돌은 작은 것은 별로 없고 대부분 크다. 20여 년 전 해변에 선착장이 생기면서 바닷물 흐름이 바뀌어 작은 돌들이 파도에 쓸려가고 호박만 한 큰 돌만 남았기 때문이다. 맑고 깨끗한 무공해 해수욕장을 자랑하지만 백사장이 없고 해류 타고 쓸려온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해수욕을 즐길 분위기는 아니다. 물론 여름 상황은 알지 못하니 지금 이 글이 경솔 할 수도 있다.

몽돌해변

 

▲홍도 2구마을

홍도 2구마을의 랜드마크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홍도 등대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의 한 곳이자 한국의 등대문화유산 제3호로 등록된 명품 등대다. 홍도 등대는 목포항과 서해안의 남북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의 뱃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2월 대륙진출을 꿈꾸는 일본이 자국 함대의 안전항해를 위해 건립했다. 불빛은 20초에 3번 반짝이고 45㎞나 떨어진 선박에까지 불빛을 전달한다. 등탑의 높이(14m)는 높지 않으나 언덕 위에 홀로 우뚝 서 있어 존재감이 뚜렷하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다른 등대와 달리 사각형 콘크리트구조에다 내부에 상부로 올라가는 주물제 계단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등대 뒤쪽에는 높은 산의 절벽이 버티고 있고, 바다가 보이는 앞쪽에는 낙락장송이 자라는 정원이 꾸며져 있다. 2구마을에서 등대로 가는 길은 아랫길 윗길 두 가지인데 산길인 윗길로 올라갔다가 바다를 바라보며 아랫길로 내려오는 게 정석이다. 노을이 질 때 등대 앞에 서면 망망한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낙조와 정면으로 마주 설 수 있다. 2구 마을에도 민박집이 있다. 성당과 교회도 있다.

홍도 등대
유람선에서 바라본 2구마을

 

■홍도 여행 개요

홍도 안에서 느끼는 홍도의 모습은 그저 그런 보통 섬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람선을 타고 섬 밖으로 나가 섬 외곽을 둘러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해안절벽의 진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홍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달라지지 않은 여행지’를 뽑는다면 단연 1등이다. 자연 풍경도 그렇고, 관광시설도 그렇지만, 관광하는 방식에도 별 변화가 없다. 모든게 옛날 방식이다. 그럴듯한 베이커리나 카페도 없으니 연인이나 젊은 부부가 홍도를 찾을 일이 없다. 실제로 관광객을 둘러보면 대부분 중장년층이다. 홍도의 이런 여행 패턴은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홍도 관광의 주요 포인트는 유람선 관광과 깃대봉 산행이다. 여기에 두 곳의 트레킹 코스가 추가되는데 하나는 일출전망대 데크로 올라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연발전소를 다녀오는 데크 산책길이다. 이에 맞춘 우리의 홍도 일정을 소개하면 첫째날 오후 12시 40분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3시 20분 쯤 홍도에 도착했다. 곧바로 숙소에 짐을 풀고 깃대봉에 올라갔다가 하산하면서 일몰전망대에서 붉은해가 서쪽으로 떨어지는 노을을 감상했다. 다음날 오전엔 마을 입구 골목길을 통해 죽항당산을 거쳐 일출전망대로 올라가 선착장을 조망한 뒤 내려가 몽돌해변을 둘러봤다. 이후 내연발전소로 이어진 데크 산책로를 걷고 내려와 이른 점심을 먹고 유람선을 탔다. 그리고 오후 3시 30분 홍도를 떠나 흑산도로 향했다.

홍도 원추리

 

■유람선 관광

홍도의 최고 매력은 해안절벽의 아름다움이다. 혹자는 그것을 가리켜 국어사전에도 없는 ‘해벽미(海壁美)’로 표현한다. 크고 작은 무인도와 갯바위, 깎아지른 절벽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절경을 바라보면 황홀하기까지 하다. 따라서 홍도 관광의 백미는 해벽미를 감상하는 유람선 관광이다. 홍도에서 유람선을 타지 않으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은 것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도로가 없으니 배를 타지 않으면 섬을 둘러보기 어려운 것도 유람선을 타야 하는 이유가 된다. 유람선 관광은 해안절벽과 바다 위에 떠 있는 바위섬을 돌면서 2시간에 걸쳐 이뤄진다. 요금은 2만8000원이다.

홍도 유람선

 

절경 중 으뜸은 독특한 형상을 한 기암괴석들이다. 남문바위, 촛대바위, 칼바위, 독립문바위 등 하나를 보고 감탄하고 나면 또 다른 절경이 펼쳐진다. 이렇게 감상하는 바위가 33경이다. 그중 특히 빼어난 곳이 홍도10경이다. 제1경 남문바위는 바위섬에 구멍이 뚫려 소형선박이 내왕할 수 있는 석굴석문이다. 홍도의 관문으로 과거 TV 화면에서 보았던 애국가에도 소개되었다. 유람선이 바위 앞에 다다르면 가이드가 원하는 승객들의 휴대전화로 남문바위와 촛대바위를 배경으로 연신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난다. 멀든 가깝든 새로운 기암괴석이 눈 앞에 나타날 때마다 가이드가 무슨 무슨 바위라고 설명하지만 일일이 기억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게 신기하고 경외스러우니 그냥 감탄사만 연발하면 된다. 바위들이 빚어낸 절경도 절경이지만, 흙 한 줌 없을 것 같은 절벽 바위틈에 뿌리 내린 노송을 보면 끈질긴 생명력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홍도 암석은 사암과 규암이 대부분이다. 파도의 침식 작용에 의해 층리(암석의 겹친 상태)와 수직 절리(틈새)가 잘 발달했는데 이것이 홍도의 독특한 해벽미를 이루는 근원이 되고 있다. 흑갈색과 흑색을 띠는 홍도 바위는 풍화되어 쌓인 것으로 전체적으로 붉은 색조를 띤다. 유람선에서 바라봐야 왜 홍도인지를 알게 된다. 거대 암벽이 섬 전체를 에워싸고 있지만 산 능선은 흙산이다. 깃대봉에 올라야 느낄 수 있다.

전라도 특유의 사투리를 구사하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보면 섬 한바퀴(21㎞)를 도는데 2시간 남짓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그 사이 놓칠 수 없는 절경들이 쉼 없이 펼쳐진다. 도무지 질리지 않을 비경의 연속이다. 유람선은 홍도 2구마을에서 잠시 멈춘다. 깃대봉을 넘어 1구마을과 왕복 4시간 거리이기 때문에 유람선을 교통수단으로 삼아 2구마을에 내리고 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유람선은 막바지 단계인 슬픈여바위 부근에서도 정박한다. 그러면 생선회를 파는 작은배가 다가온다. 승객들이 한 접시에 3만원하는 광어회와 소주를 사서 선상에서 즐기느라 이곳에서도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해안절벽

 

■깃대봉 산행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나면 홍도 관광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산책을 하든 산행을 하든 땅을 밟아야 홍도를 더 자세히 보고 느낄 수 있다. 사실 산책이나 산행을 하지 않으면 홍도에서는 땅을 밟을 일이 없다. 산책로는 두 곳이고 산행지는 깃대봉 한 곳이다.

깃대봉은 홍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365m)로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 중 한 곳이다.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섬에서 명산이 태어난 것인데 높이를 기준하면 산림청과 블랙야크 지정 100대 명산 중 선운산(335m) 다음으로 낮다. 홍도에서 두 번째 높은 봉우리는 홍도 1구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솟아있는 양산봉(232m)이다. 홍도에서 유람선만 타고 가면 엄청 섭섭했을텐데 깃대봉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들머리는 1구마을의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다. 직접 시간과 거리를 재보니, 들머리에서 출발해 2개의 전망대를 거쳐 중간 쉼터까지는 0.9㎞에 30분 걸리고, 쉼터에서 제3전망대를 거쳐 깃대봉 정상까지는 1.1㎞에 역시 30분 정도 걸린다. 거리를 합하면 2.0㎞이고 1시간 정도다. 아래에서 소개할 내연발전소를 거치는 제2산책로를 선택하면 전체 거리는 2.8㎞로 늘어나고 시간도 그만큼 더 걸린다. 전체적으로 완만하고 순한 흙길이다. 경사가 있는 곳엔 데크 시설을 설치하고 미끄러운 흙길에는 야자매트를 깔아놓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숲길에는 동백나무, 구실밤잣나무, 후박나무 등 사철 푸르른 나무들로 빼곡하다. 가장 운치있고 편안한 길은 상록 활엽수가 빼곡한 ‘연인의 길’이다. 푹신하고 평탄한 길이 길게 이어져 아늑하고 편안하다. 이후 쉬엄쉬엄 숨골재와 숯가마터를 거쳐 정상에 오르니 들머리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홍도 안내도에는 깃대봉 왕복 시간을 1시간 40분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쉬엄쉬엄 오르내리면 2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깃대봉 올라가는 길

 

깃대봉 정상은 울릉도 성인봉 만큼은 아니어도 장쾌하다. 흑산도와 가거도, 상태·중태·하태도가 또렷하게 보이고 방금 올라온 길고 부드럽게 뻗어있는 능선도 한 눈에 조망된다. 깃대봉에서 2구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45분 정도 걸리는 가파른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왕래가 많지 않아 거미줄이 쳐있는 곳도 있고 젖은 낙엽과 이끼 때문에 미끄러운 구간도 있다. 그렇다면 이 구간도 등산길로 꾸미면 좋을 것 같다. 건너편 양산봉도 일출전망대와 연결해서 일반인이 갈 수 있도록 꾸미면 홍도 유람선에 이어 2개 봉우리 오르는 등산길도 유명해질테니 그만큼 홍도의 관광 경쟁력이 커질 것 같다. 하산길에 제2전망대에서 일몰을 기다렸다. 건너편 일출전망대처럼 이곳 일몰전망대에서는 몽돌해변 뒤쪽 바위 뒤로 떨어지는 멋진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깃대봉에서 내려다본 바다. 저 멀리 흑산도 모습이 흐릿하다.

 

■홍도 산책로

산책로는 죽항당산을 거쳐 일출전망대에 오르는 코스(편의상 제1산책로)와 데크를 걸어 내연발전소까지 다녀오는 코스(제2산책로)로 나뉜다. 제1산책로는 홍도 1구마을 초입에서 골목길로 들어가 홍도생태전시관과 홍도자생난실을 거쳐 5분 정도 후 만나는 죽항당산을 지난다. 당산숲은 동백군락지인데 300년은 족히 살았다는 노거수도 있다. 홍도자생난실은 들러도 그만 안들러도 그만이지만 홍도생태전시관은 홍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당산을 지나 올라가면 벼랑 위에 나무데크로 잘 조성한 일출전망대가 나타난다. 마을 초입에서 전망대까지 20분, 다시 마을 위쪽으로 내려오는데 20분 걸린다. 전체 거리는 1㎞ 정도다. 분재처럼 생긴 앙증맞은 소나무가 자라는 전망대에 서면 홍도 방파제가 내려다보이고 건너편 깃대봉 능선이 길게 이어져 있다. 양산봉 아래 암릉도 모습을 보여준다. 남문바위 부근에서 바위를 감상하는 유람선도 내려다 보인다.

일출전망대

 

제2산책로는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 옆길에서 시작되는 데크계단에서 시작한다. 산으로 향해 있는 경사진 계단을 따라가면 깃대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이고 오른쪽 평지 데크를 따라가면 내연발전소를 왕복하는 1.2㎞(40분) 거리의 제2산책로다. 데크계단이 해안선 중턱을 따라 나 있어 홍도 1구마을과 선착장 전경이 한눈에 들어 온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에 바다에서 깃대봉으로 이어진 펼쳐진 암릉이 인상적이고 멋지다. 초입에서 0.6㎞ 떨어진 내연발전소에도 깃대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중간 쉼터까지 1.2㎞이고 그곳에서 다시 깃대봉 정상까지는 1.1㎞다. 그렇다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다르게 잡을 수 있어 그만큼 깃대봉 산행이 즐거울 것이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숲길에는 바다 조망이 없으나 이곳으로 올라가면 조망이 괜찮을 듯 하다. 그런데도 홍도 제작의 안내도와 지도에는 내연발전소에서 쉼터까지 올라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왜 그럴까 궁금해 홍도를 관리하는 다도해국립공원에 전화로 문의하니 “그쪽 코스는 멀다”는 대답 뿐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데크둘레길의 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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