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구석구석

[강화도 마니산] 암릉 산행의 묘미를 즐기면서도 넓게 펼쳐진 서해 갯벌과 초록의 간척지 조망하며 걷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 참성단을 지나 단군로로 하산하던 중 용준이 세계 5대 갯벌인 동막갯벌을 바라보고 있다.

 

by 김지지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코스와 거리 : 총 7㎞

     함허동천 → 능선로(계곡로) → 참성단 → 단군로(계단로) → 마니산국민관광지

☞ 산행 시간(휴식 포함) : 4시간

 

강화도는 서울에서 멀지 않아 비교적 자주 간다. 그런데도 강화도 최고봉인 마니산과는 인연이 없었는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1년에 4~5차례 강화도에서 백팩을 하거나 마니산에 오른다는 대학후배 용준과 뜻이 맞았다. 그래서 떠난 2020년 10월 3일은 마침 마니산 참성단과 관계가 깊은 개천절이다. 함허동천 능선로로 올라가 단군로를 통해 상방리의 마니산국민관광지로 내려갔다.

다녀와 산행기를 쓰려는데 자꾸 마니산의 다른 코스가 어른거린다. 마니산의 주요 코스는 3개이지만 코스를 세분하면 6개나 된다. 그런데도 2개 코스만 다녀와 마니산을 아는 양 산행기를 쓰려니 영 내키지 않는다. 해서 다른 코스를 경험할 때까지 산행기를 묵혀두었다. 그러다가 다른 코스에 도전한 것은 2021년 8월 14일이었다. 아내가 동행했다.

강화도 위성 사진. 오른쪽이 강화도이고 맨 아래가 마니산이다. 지도상 왼쪽 위는 교동도이고 아래는 석모도다. (출처 강화군청)

 

■마니산은

 

마니산(472m)은 강화도에서 가장 높다.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이곳에 참성단을 세웠다는 옛기록 덕분에 오늘날까지도 신령스러운 장소로 대접받고 있다. 정상에는 고려사지리지, 세종실록지리지 등에 단군 왕검이 천제를 올린 곳으로 기록된 참성단(사적 제136호)이 단단히 자리잡고 있다. 지금도 10월 개천절이면 제례를 올리고 전국체육대회 성화가 이곳에서 채화된다.

강화도에 500m 이상의 산은 없지만 300~500m 높이의 산은 8개나 된다. 마니산(472m)에 이어 혈구산(460m), 진강산(441), 고려산(436), 별립산(416), 낙조봉(340), 길상산(335), 덕정산(320) 등이다. 이들 중 바다와 가까운 산에 오르면 서해 특유의 진흙섞인 바다와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갯벌이 반겨맞는다. 강화 북쪽에서는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강 건너 북한 땅이 보이고, 날씨 좋은 날에는 아스라이 솟아있는 개성 송악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길게 이어진 암릉에서 다양한 산행의 묘미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마니산의 진짜 매력이다.

마니산 지도

 

■주요 산행기점과 코스

산행기점은 크게 두 곳이다. 북쪽 상방리의 마니산국민관광지와 동쪽 함허동천이다. 최단거리 정수사와 최장거리 선수리도 있으나 등산객의 발길이 뜸하다. 상방리 마니산국민관광지와 함허동천 들머리는 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 상방리 코스는 계단로와 단군로, 함허동천 코스는 능선로와 계곡로다. 어느곳으로 올라가든 2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 상방리 마니산국민관광지 코스

상방리 코스는 매표소에서 15분 정도 아스팔트 길을 올라가면 만나는 갈림길에서 단군로(오른쪽)와 계단로(왼쪽)로 갈라진다. 보통은 단군로를 오름길로 삼고 계단로를 하산길로 이용하는 원점회귀 산행을 선호한다. 단군로가 호젓하면서도 부드러운 능선길인 반면 계단로는 이름 그대로 계단이 많은 급경사 길이기 때문이다. 정상의 참성단까지 계단로는 2.4㎞, 단군로는 3.6㎞다.

마니산 국민관광지 입구

 

☞ 함허동천 코스

함허동천(涵虛洞天)은 마니산 동쪽 기슭 계곡 이름이다. 조선 전기 때 기화 스님이 마니산 정수사를 중수하고 이곳에서 수도했다고 해서 그의 당호인 함허를 따 ‘함허동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을 들머리로 삼는 코스는 능선로와 계곡로다. 참성단까지 둘 다 2.7㎞다. 두 코스는 1.5㎞ 지난 능선에서 다시 만난다. 함허동천은 서울 근교 서쪽에서 비교적 널리 알려진 야영장이기도 하다.

함허동천 야영장

 

☞정수사 코스

정수사는 함허동천 서쪽 가까이 있다. 도로에서 완만한 아스팔트길 수백 미터를 올라가야 하는데 승용차로는 가깝고 도보로는 약간 멀다. 다만 아스팔트길이 숲속에 나 있어 걸어가도 좋을 만큼 쾌적하다. 도로 폭이 넓지 않아 차량 1대는 별 문제 없이 지나가지만 차량 2대가 마주칠 때는 살짝 조심해야 한다. 매표소와 주차장은 정수사 입구에 있다. 참성단까지 1.7㎞다.

매표소를 지나 진달래고개로 올라가면 갈림길이다. 오른쪽 길은 함허동천 계곡로에서 넘어오는 길이고 주능선은 왼쪽 길이다. 암릉길에서 스릴 넘치는 산행을 하려면 왼쪽 능선길로 올라가고 안전산행을 하려면 오른쪽 허릿길을 따른다. 암릉길은 살짝 위험해보이지만 위험 구간에는 굵은 로프가 매달려 있다. 진달래고개에서 40~50분 오르면 암릉이 끝난다. 뒤이어 칠선녀계단과 칠선교를 지나면 참성단으로 이어진 주능선 아래 언덕마루에서 함허동천에서 올라온 길과 만난다.

암릉 제1봉에서 내려다본 정수사 코스

 

■우리 산행 코스는

 

▲함허동천 능선로~참성단~단군로

용준과 함께 오른 산행길은 함허동천 능선로~참성단~단군로~마니산국민관광지 코스다. 함허동천 매표소를 지나 5분 정도 올라가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이 능선로이고 왼쪽이 계곡로다. 어느쪽으로 올라가든 마니산 정상인 참성단까지는 2.7㎞다. 오른쪽 능선로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니 함허정 전망대다. 주변의 야트막한 산들과 논밭 평지가 시원하게 펼쳐 있다. 서쪽 바다의 산과 섬들도 나무사이로 보인다. 능선로가 좋은 것은 이처럼 가끔 조망이 터진다는 것이다.

능선로는 흙산이다. 오른쪽은 함허정

 

산길은 흙산이어서 편하다. 생김새가 특이한 바위들이 흙산에 드문드문 박혀있다. 내가 이름지은 바위만도 잠수함바위, 껄떡쇠바위, 개미핧기바위, 시루떡바위 등 여러개다. 초입의 갈림길에서 헤어진 계곡로와 능선로 두 길은 1.5㎞ 지난 7부 능선에서 다시 만난다. 초입에서 1시간 걸린다. 계곡로와 능선로 합류지점을 지나면 비로소 조망이 제대로 터지는 자연 조망터가 나온다. 조금 더 올라가면 데크 전망대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면 함허동천 능선로와 계곡로가 뚜렷하다. 능선로 뒤로는 초피산이 길게 이어져있다.

산행 중 발견한 기암기석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웃음바위, 껄떡쇠바위, 개미핣기바위, 잠수함바위. 바위 이름은 내가 임의로 지었다.

 

마침내 주능선 암릉에 오른 것은 초입에서 1시간 30분 정도 지나서다. 봉우리가 아니어서 이름이 없다. 그래서 등산객끼리의 의사소통을 돕고 내 산행기의 이해를 위해 편의상 제1봉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곳에서 사방을 바라보면 멀리 북서쪽으로 참성단 방향 주능선이 꼬불꼬불하면서도 시원하게 펼쳐있고 남동쪽으로 정수사에서 올라오는 바위능선길이 뱀꼬리처럼 길에 이어져 있다. 남서쪽 아래로는 세계 5대 갯벌인 동막갯벌이 넓게 펼쳐있다. 그 너머에는 장봉도, 모도, 시도, 신도가 가족처럼 나란히 줄지어 있다. 그 뒤로 영종도가 흐릿하다. 동막갯벌과 마니산 사이에는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조성한 흥왕리의 간척지 논이 누렇다.

제1봉에서 참성단까지 암릉은 마니산 최고 조망 지대다.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온다. 쉬엄쉬엄 40~50분 정도 걸리는 암릉은 온갖 바위의 연속이다. 남쪽과 서쪽으로는 바다를 조망하고 북쪽으로는 마니산과 진강산(441m) 사이에 조성한 간척지를 감상하면서 걷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날씨 좋은 날에는 멀리 북한산까지 보인다는데 그렇게 날씨 좋은 날이 드물다는 게 문제다.

참성단으로 뻗어있는 암릉. 왼쪽 야산이 선수리와 가까운 상봉이다.

 

제1봉에서 참성단까지 암릉은 마니산 최고 조망 지대

제1봉에서 암릉을 5분 정도 걸어가니 바다 쪽 절벽 바위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낭떠러지가 무서운지 마니산 쪽으로 기운 채 가지를 치고 있다. 소나무 아래에는 바위가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여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노을을 상상해본다. 어두워져 하산은 힘들겠지만 언젠가 꼭 한 번 올라오리라 다짐해본다.

소나무에서 30~40분 정도 지나면 참성단 가까운 곳의 한 바위에 한문 문장이 새겨져 있다. 1717년(숙종 43년) 강화유수 최석항이 무너져 내린 참성단을 수리하고 남긴 ‘참성단 중수비’다. 글자가 마모되어 식별이 잘 안된다. 그래서 옆에 한자와 한글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그곳에서 5분 거리에 헬기장이 있고 그 옆에 ‘摩尼山 472.1m’이라고 쓰여있는 안내목이 서있다. 안내목 뒤가 참성단이다. 함허동천에서 참성단까지 2시간 20분이 걸렸다. 용준 홀로 올라왔다면 1시간 30분도 안 걸릴 거리를, 주변 경관을 감상하고 그것을 사진에 담느라 분주한 나 때문에 많이 늦어졌다. 그런데 참성단은 ‘문화재 보호’ 혹은 ‘보수 공사 중’이라며 철망을 빙 둘러쳐놓아 들어설 수 없다. 그날은 개천절인데도 코로나를 이유로 막아놓았다. 우리의 산행거리와 시간은 7㎞에 4시간이다. 현지 지도상 거리는 6㎞이지만 GPS상 거리는 7㎞로 찍혀있다.

동막갯벌. 논이 있는 지역은 흥왕리다.

 

참성단 바로 아래는 갈림길이다. 왼쪽이 우리 하산길인 단군로이고 오른쪽이 계단로다. 두 길은 끝 지점인 마니산국민관광지 입구에서 합류한다. 우리는 단군로로 내려갔지만 단군로로 올라오는 등산객을 위해 오름길 중심으로 소개한다. 단군로는 마니산국민관광지 매표소를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선 뒤 단군로·계단로 갈림길에서 오른쪽 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완경사 사면길과 계곡길을 30분쯤 따르면 314m봉 북릉을 타고 마니산 서릉으로 올라붙는다. 다시 1시간 정도 오르면 미끈하게 생긴 데크전망대다. 이후 아기자기한 바윗길을 거쳐 계단과 데크가 반복되는 된비알을 오른다. 372계단은 나무데크 위에 타이어 고무를 깔아 편하다. 계단 없는 길은 전반적으로 유순하고 평탄한 흙길이다. 수종도 다양하고 풍성해 그늘이 짙다. 그렇게 오르면 곧 참성단이다. 대개는 참성단 옆 472m봉에서 조망을 즐긴 다음 계단로를 따라 원점회귀한다. 단군로~참성단~계단로 산행은 3시간 정도 걸린다.

단군로 데크 전망대

 

▲함허동천 계곡로~참성단~계단로

함허동천 계곡로~참성단~계단로~마니산국민관광지 코스를 아내와 함께 오른 것은 2021년 8월이다. 계곡로는 한동안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올라가는 콘크리트길이다. 말라있는 계곡 부근에는 야영장이 있다. 수년전 용준·민재와 그곳에 텐트치고 백팩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야영장에서 5분 정도 완만한 경사길을 오르니 최근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단검마니숭묘다. 비석 측면에 대종교 기본경전으로 우주창조의 이치를 81자로 풀이한 천부경이 새겨져 있다. 수분 뒤 콘크리트길이 끝나고 가파른 오름길로 이어진 데크 계단이 시작된다. 그 사이 산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것을 본 아내가 6월에는 하얀꽃, 초가을엔 열매가 빨갛게 된다고 오늘도 한 수 가르쳐준다.

그 지점 왼쪽 너럭바위에 함허동천 와폭(경사가 완만한 폭포)이 있다. 평소 같으면 와폭에서 시원스럽게 물이 흐르겠지만 오늘은 바위를 적시는 수준이다. 와폭 바위에 ‘涵虛洞天(함허동천)’ 네 글자가 새겨져 있다. 조선 전기의 기화 스님이 정수사를 중수하고 새긴 것이라 한다. ‘함허’는 그의 당호이고 ‘동천’은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을 뜻한다. 글씨가 하늘을 향해 휘적휘적 걷는 것처럼 보인다.

함허동천 와폭(왼쪽)과 데크 전망대

 

데크 계단을 지나 10분 정도 오르면 함허동천에서 1.1㎞ 올라온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0.6㎞ 걸어가면 정수사이고 직진하면 계곡로를 만나 1.6㎞ 떨어진 참성단으로 이어진다. 정수사 방향으로 가다가 만나는 진달래능선에서도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그 갈림길에서 계곡로와 능선로가 만나는 또다른 갈림길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계곡로에도 능선로와 마찬가지로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낸다.

갈림길에서 첫 번째 자연 조망터까지는 20~30분 거리다. 비로소 사방의 조망이 트인다. 능선로와 연결되는 초피산이 길게 늘어서 있다. 남서 방향 바다 쪽으로는 길상산(335m)이 바다를 향해 내달린다. 첫 조망터에서 다시 10분 정도 오르면 데크 전망대다. 그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간척지 논마다 온통 초록 옷을 입고 있다. 눈을 왼쪽으로 돌리면 석모도가 보이고 정면을 바라보면 진강산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멀리 왼쪽 섬은 석모도이고 오른쪽 산은 진강산이다. 그 사이 초록 논은 간척지다.

 

마지막 데크계단을 오르니 왼쪽 정수사에서 올라오는 암릉과 만나는 제1봉이다. 제1봉에 올라서야 비로소 마니산이 온통 바위산임을 알게 된다. 이후 참성단까지 암릉 코스는 위에서 기술한 내용과 같다. 하산은 참성단을 지나 계단로로 내려간다. 계단로 역시 상방리 매표소에서 참성단으로 올라가는 순서로 기술한다. 계단로는 단군로보다 1.2㎞ 짧지만 경사가 심해 헉헉대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918개나 되는 급경사 계단을 어떻게 오르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막 걱정은 묶어두시라. 남녀노소 누구나 오늘도 내일도 그 길을 오르기 때문이다. 초입의 계단로·단군로 갈림길에서 숲속에 조성된 완경사 아스팔트길을 따라 20분(0.7㎞) 정도 올라가면 918계단길의 본격 시작이다. 그렇게 올라가면 참성단 바로 아래 갈림길에서 단군로와 만난다.

 

▲택시 활용법

나의 등산 스타일은 종주가 가능하다면 부챗살식 원점회귀 보다는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른 종주를 선호한다. 이럴 경우 날머리로 내려와 차가 주차되어 있는 들머리로 이동해야 하는데 대부분 택시를 이용한다. 마니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함허동천 주차장에는 대기하는 택시가 보이지 않으나 상방리 국민관광지에는 택시가 대기 중일 때가 많다. 대기 중인 택시가 없으면 카카오택시를 이용한다.

마니산 국민관광지에서 함허동천까지 택시 요금은 1만원 정도다. 지난 8월 택시 기사에게서 몇 가지 정보를 얻었다. 정수사에 간다고 했더니 부안 내소사의 꽃살문과 함께 우리나라 2대 꽃살문인 정수사 법당의 꽃살문을 꼭 보고 가란다. 막국수 집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는 자신은 큰스님을 모시는 속세 제자인데 자신이 모시는 스님이 자주 간다며 부근 막국수 집을 알려주었다.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수사 꽃살문은 법당 문을 열어놓은 뒤 옆으로 묶어두었기 때문에 보지 못했고 막국수는 강원도 막국수에 길들여진 내 입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강화도와 마니산 관련, 알아두면 좋은 소소한 상식들

 

▲마니산 정상은 어디

등산객들이 알고 있는 마니산 정상은 두 곳이다. 첫 번째는 참성단 부근 헬기장 봉우리이고 두 번째는 참성단에서 제1봉 쪽으로 1㎞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봉우리다. 두 번째 봉우리는 삼각점이 있다고 해서 삼각점봉 혹은 469m봉으로 불린다. 첫 번째 봉우리에 해당하는 참성단 옆 마니산 안내목에는 ‘摩尼山 472.1m’라고 쓰여있다. 469봉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마니산 472.1m’ 높이는 참성단을 합한 높이이고 실제는 465m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469봉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중의 여러 지형지도에는 465m라고 표기된 것이 많다. 이에 대해 국토지리원은 “마니산 정상은 참성단을 제외한 높이가 472.1m”라며 이런 주장을 일축한다.

마니산 정상. ‘摩尼山 472.1m’라고 쓰여있는 안내목 앞에서 등산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참성단과 소사나무

참성단(사적 제136호)에 관한 가장 오랜 기록은 세종실록지리지에 수록되어 있다. 한자는 ‘塹星壇’이다. 그러나 오늘날 참성단의 한자는 혼용하고 있다. 문화재청에서는 세종실록지리지에 표기된 ‘塹星壇’으로 쓴다. 이와 달리 강화군청에서는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된 참성단(塹星壇)이 의미가 통하지 않고, 별만을 특별히 제사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별 성(星)’ 대신에 ‘성 성(城)’이 들어간 참성단(塹城壇)으로 표기하고 있다. 참성단의 구조는 자연석으로 둥글게 쌓은 하원단과 네모 반듯하게 쌓은 상방단 이중이다. 즉 위는 네모나고 아래는 둥근 ‘상방하원(上方下圓)’이다. 상고시대 단군이 쌓았다고 전해질 뿐 정확히 언제 쌓았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1270년(고려원종 11년) 보수하고 1639년(인조 17년) 다시 쌓았으며 1700년(숙종 26년)에 중수했다는 기록은 있다.

참성단과 소사나무 (출처 강화군청)

 

참성단 돌단 위에 소사나무가 홀로 서 있다. 높이는 4.8m, 뿌리부근 둘레는 2.74m다. 수령은 150년으로 추정한다. 사람들은 물기와 양분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참성단 위에서 150년 동안 홀로 살고 있어 신령스런 나무로 여겨왔다. 결국 2009년 천연기념물 제502호로 지정되었다. 문화재청은 외양이 단정하고 균형이 잡히고 특히 돌단 위에 단독으로 서 있는 독특함을 지정 이유로 들었다. 문제는 1947년 촬영 사진에 참성단 어디에서도 소사나무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150년을 참성단에서 자생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향후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 궁금하다.

 

▲정수사와 꽃살문

정수사는 전등사, 보문사와 함께 강화 3대 고찰 중 하나다. 신라 선덕여왕 8년(639년) 회정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1957년 법당을 보수 공사하던 중 1689년(숙종 15년) 보수 당시의 상량문(집을 새로 짓거나 고친 내력, 까닭과 공역한 날짜, 시간 등을 적은 글)이 발견되었는데 상량문을 통해 1423년(세종 5년)에 함허대사가 중창했음이 밝혀졌다. 함허대사는 건물 서쪽에서 맑은 물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 이름을 ‘精修寺’에서 ‘精水寺’로 바꾸었다. 그때 발견한 샘물은 지금도 대웅보전 서쪽에 ‘냉천수’ 이름으로 그대로 있다. 다만 시기에 따라서 마실 수도 있고 마실 수도 없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마시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다. 유서 깊은 가람답게 사찰 안에 300년생 느티나무가 두 그루 자라고 있다.

정수사

 

정수사에서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대웅보전과 꽃살문 그리고 함허대사 부도다. 대웅보전은 보물 제161호다. 건물 앞면에 툇마루가 있는 특이한 법당 구조가 가치를 인정받았다. 함허대사 부도는 절에서 100m 쯤 떨어진 뒷산에 있다. 길목에 3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는데 사찰에서는 ‘함허대사 느티나무’라고 스토리를 입혔다. 함허대사 부도는 크고 넓게 잘 가꿔져있다. 붉고 넓게 퍼진 소나무가 수호신처럼 옆에서 지키고 있다.

정수사에서 또 하나 유명한 것은 법당 앞면 중앙 출입문에 조각되어 있는 꽃살문이다. 이곳 꽃살문은 널빤지에 화병과 꽃을 그려 통째로 투각한 것을 문짝 중심부에 붙여 놓는 방식을 취했다. 이처럼 통판에 투조한 꽃살문 중 유명한 것은 정수사 꽃살문 말고도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의 꽃살문, 용문사 윤장대의 꽃문이 있다. 이외에 볼만한 꽃살문으로는 논산 쌍계사 대웅전 꽃살문, 양산 통도사 적멸보궁 꽃살문, 속초 신흥사극락보전 꽃살문 등이 있다.

정수사 대웅보전 꽃살문

 

▲강화도 간척사

강화도는 우리나라 섬 중에서 4번째로 크다. 그런데 사실 강화도는 오랜 기간의 간척으로 넓어진 곳이어서 과거 넓이는 지금보다 많이 작았다. 4세기 전까지만 해도 강화도는 김포반도에 연결된 육지였다. 그러다가 오랜 침식작용으로 땅이 낮아진 뒤 침강(지각의 일부가 아래쪽으로 움직이거나 꺼짐) 운동에 의해 떨어져 나가 섬이 되었다.

마니산 또한 지금처럼 강화도의 산이 아니었다. 고려 말까지도 마니산 일대는 고가도라는 독립된 섬이었다. 고가도의 북쪽 가릉포, 동쪽의 선두포 사이로 물길이 열려 있었다. 그러다가 18세기 초에 물길을 막고 간척을 함으로써 오늘과 같은 지형이 되었다. 따라서 마니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너른 들판 대부분은 간척의 결과다. 숙종 때인 1706년 강화유수 민진원이 약 300m에 달하는 둑을 쌓아 만든 제방으로 바다를 막기 전까지는 한가롭게 드나드는 돛단배들이 그 무렵 나온 강화 채색지도에 뚜렷이 나타나 있다. 제방을 쌓은 후 강화 최장 제방인 선두포둑과 가릉포둑이 갯골 수로를 가로막으면서 드넓은 선두평과 가릉평이 만들어졌고, 이로써 마니산이 있는 고가도가 강화 본섬과 연결되었다. 오늘날 선두포둑은 널찍한 아스팔트로 포장되었고 이제는 남쪽 끝자락에 ‘선두포축언시말비’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려 때부터 지금까지 시기별 간척사업 (출처 강화군청)

 

▲마니산은 전국 제1의 생기처(生氣處)

오늘날 기(氣)를연구하는 사람과 풍수전문가들이 남한에서 가장 기가 센 곳으로 인정하는 곳이 마니산이다. 한국정신과학학회가 전국적으로 기가 세다고 알려진 곳을 찾아 엘로드법(땅에서 나오는 전자에너지를 2개의 금속막대로 측정)으로 측정해보니 마니산 정상이 65회전으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이 합천 해인사 독성각 46회전, 청도 운문사 죽림현 20회전, 대구 팔공산 갓바위 16회전 순이었다.

마니산에서 촬영한 야생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산부추, 까실쑥부쟁이, 미역취, 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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