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구석구석

[강원 인제 방태산] 정상 조망은 장쾌하고 능선은 부드럽고 계곡물은 콸콸콸 쏟아져 내리는 심산유곡

↑ 적가리골의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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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지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11㎞에 6시간

☞ 방태산자연휴양림 주차장 → 능선삼거리 → 주억봉(정상) → 능선삼거리 → 구룡덕봉 → 매봉령 → 주차장(원점회귀)

 

수년 전부터 강원도 인제군 소재 방태산이 궁금했으나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던 중 동행자가 생겼으니 대학 후배 용준이다. 우리가 산행을 떠난 것은 2022년 7월 17일. 그런데 산행에는 동참하진 않지만 우리가 산행 후 방태산자연휴양림 야영장에서 하룻밤을 지낼 때 야영에만 동참하기로 한 친구가 있으니 고교 동창 영일이다. 셋의 만남은 2018년 9월 8일 충남 오서산에서 백팩을 한 후 4년 만이다.

 

■방태산과 자연휴양림

방태산(芳台山·1444m) 아래 숲은 조선 말기 예언서 ‘정감록’에서 ‘재난을 피할 수 있는 피장처(避藏處) 중 한 곳’이라고 기록한 심산유곡이다. 방태산 주변은 삼둔·사가리로 유명하다. 삼둔은 홍천군 내면 방태산 자락에 사람이 살 만한 3개의 평평한 둔덕이고, 사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에 있는 네 곳의 작은 경작지를 뜻한다. 사가리 중에는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자리잡은 적가리골도 있고 계곡 트레킹으로 유명한 아침가리계곡도 있다. 적가리골은 마을 심마니들과 여행 마니아들만 알던 곳이었으나 1997년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생기면서 세상에 알려져 산림청과 불랙야크 지정 100대 명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도 워낙에 오지여서 교통이 불편했으나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전부 뚫리면서 가까워졌다.

등산객들이 방태산을 찾는 이유는 산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여름 계곡을 즐기거나 방태산자연휴양림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다. 방태산자연휴양림은 전국 자연휴양림 중 최대 면적을 자랑한다. 물론 휴양림 배후 숲이 최대라는 것이고 휴양림 자체 규모는 다른 지역 휴양림과 별반 차이가 없다. 자연휴양림은 숙소와 산책로 등산로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자연휴양림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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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지도

 

■산행

 

▲코스 개괄

방태산 산행 코스는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있는 적가리골을 비롯해 미산리 용늪골, 개인약수산장, 살둔 등 여러곳이다. 그중 정상으로 가장 빨리 올라서는 코스는 상남면 미산리의 개인약수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코스는 방태산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한다. 자연휴양림 코스 경우 교통편에 따라 들머리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승용차를 타고 온 등산객은 휴양림 매표소에서 2.5㎞ 올라간 곳에 있는 제2주차장을 들머리로 삼지만 대중교통(버스)을 타고 온 등산객은 방동2리 약수터 정류장에서 내려 휴양림 입구까지 30분 정도(2㎞)를 걸어야 하고 여기에 매표소부터 2.5㎞를 추가하니 9㎞ 정도를 더 걷는다.

 

▲자연휴양림~주억봉(정상)

매표소에선 입장료(1000원)와 주차료(3000원)를 받는다. 산행 들머리에 해당하는 매표소에서 제2주차장까지는 적가리골과 숲 사이에 난 2.5㎞ 거리의 아스팔트 길이다. 매표소에서 1.5㎞를 걸어올라가면 산림휴양관(숙소)이다. 주변에 널찍한 암반 와폭지대가 있어 무더위를 피하는데 더 없이 좋다. 다시 아스팔트길을 따라 200m 남짓 올라가면 주민들 사이에 ‘이폭포 저폭포’로 불리는 이단폭포가 나온다. 10m 높이의 위쪽 ‘이폭포’는 위에서 떨어져내린 후 잠시 널찍한 소(沼)에 머물다가 다시 3m 높이의 아래쪽 ‘저폭포’를 거쳐 시원하게 떨어진다. 하루 전 내린 비 덕에 물줄기는 거세고 장쾌하며 물소리는 우렁차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이 폭포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적가리골 최고 절경을 자랑한다.

초입의 이단폭포. 위가 이폭포 아래가 저폭포다

 

다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단폭포 상단 물줄기를 가르는 다리를 건너고 그후 200m쯤 완경사 아스팔트길을 따라 올라가면 야영장이 나온다. 좀더 올라가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제2주차장이다. 매표소에서 주차장까지 2.5㎞의 아스팔트 양쪽으로 하늘을 향해 마구마구 뻗어있는 나무들이 해를 가리고 있다. 계곡도 깊어 정감록에서 피장처(避藏處)로 정할 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 산행은 제2주차장을 출발해 주봉인 주억봉(1444m)으로 오른 뒤 능선을 타고 동쪽 구룡덕봉(1388m)으로 갔다가 매봉령(1207m)을 거쳐 다시 원점회귀할 예정이다. 주억봉 정상으로 올라갈 때는 급경사이지만 거리가 짧고, 하산시에는 거리가 길지만 능선을 걷거나 완경사여서 전체적으로 무리가 덜하다. 어느 방향으로든 길이 잘 나 있고 이정표도 촘촘히 잘 서 있다.

 

숲에서는 햇볕을 받으려는 나무들의 공간확보 다툼이 치열

제2주차장을 출발한 산행길은 콸콸콸 쏟아져내리는 계곡 옆을 따라 한동안 이어진다. 이곳 계곡에도 엄청난 수량의 계곡물이 폭포를 이루고 소를 만들어 거침없이 흘러내린다. 다른 산이라면 하나하나 고유 이름이 있을만한 장관의 연속이다. 계곡 깊은 곳에는 목교를 설치해 산행길을 편하게 해준다.

주차장에서 20분(0.4㎞)을 걸어가니 주억봉(오른쪽)과 매봉령-구룡덕봉(왼쪽)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다. 그곳에서 매봉령까지 2.7㎞이고 주억봉까지 3.5㎞다. 적가리골의 메인 계곡은 매봉령 쪽에 있고 주억봉 쪽 계곡은 지당골이라고 해서 상대적으로 폭이 좁고 수량도 많지 않다. 적가리골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특이하다고 한다. 운석이 충돌하며 생긴 것이라는 지질학자의 주장이 있을 정도로 주변 지형과 달리 둥그스름하고 평평하게 파여 있다. 옆으로는 촘촘한 주름처럼 많은 지능선들이 계곡을 향해 내려온다. 적가리골의 수량이 풍부한 것은 이 무수한 주름이 많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주억봉을 향해 걷는데 완만하고 순하다. 숲은 비구름을 머금어 운치가 있다. 제2주차장에서부터 편안하게 이어지던 산길은 1시간 남짓 지나 침목계단을 만나면서 급경사 길로 바뀐다. 정상까지 2㎞나 올라야 하는 힘든 오름길의 시작이다. 숲에서는 끝없이 하늘로 향하려는 나무들의 햇볕바라기를 위한 공간확보 다툼이 치열하다. 가지들이 위로 뻗는 데 사력을 다하다보니 아름드리 노거수는 드물다. 급경사길은 1시간 후 오른쪽 주억봉과 왼쪽 구룡덕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만나면서 멈춘다. 그곳 안내판에 휴양림까지는 3.8㎞, 주억봉 정상까지는 0.4㎞, 구룡덕봉까지는 1.9㎞로 표시되어 있다. 삼거리 한 켠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0.4㎞ 떨어진 10분 거리 정상에 오른다.

능선 삼거리

 

▲주억봉(정상)~구룡덕봉

주억봉(1444m)은 산 모양이 주걱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은 공간이 제법 넓지만 산자락에서 만났던 울창한 숲이 무색할 정도로 밋밋하다. 정상에서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방태산 주억봉’이라고 쓰여있는 정상표지목(木)이다. ‘방태산(주억봉)’이라 쓰여있는 정상표지석(石)은 그곳에서 수십미터 떨어진 수풀 속에 숨어 있다. 운무 때문에 정상 조망은 사실상 제로다. 그러나 날씨 좋은날 이곳을 찾았던 용준의 말에 따르면 주억봉 정상 조망은 장쾌하다. 멀리 점봉산이 보이고 그 뒤로 설악산 서북능선(안산~대승령~귀때기청봉)과 대청봉이 산그리메 물결을 이룬다. 남한 땅에서 방태산(1444m)보다 높은 산은 15개 정도에 불과하다.

2020년 2월 3일 주억봉 정상에서 촬영한 사진. 구름 위 왼쪽이 설악산 서북능선이고 가운데가 대청봉이다.(용준 촬영)

 

정상에서 내려오는데 용준이 2년 전 2월 백팩했던 숲속 자리를 보여준다. 한겨울인 2020년 2월 2일, 나로서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20㎏의 배낭을 지고 눈쌓인 방태산에 혼자 올라왔다가 백팩 자리를 찾기 위해 400m 떨어진 삼거리와 정상 사이를 오르내리다가 겨우 찾아낸 자리라며 그날의 힘들었던 순간을 전해준다.

정상에서 내려와 조금 전 지나온 삼거리를 거쳐 동쪽의 구룡덕봉으로 향한다. 구룡덕봉까지는 1000m대 고지의 능선길이다. 5월부터 한여름까지 수많은 야생화가 피어 천상의 화원을 연출한다는 능선인데 그날 내가 발견한 건 몇 종류 뿐이다. 능선길 역시 부드럽게 잘 나 있고, 수령이 오래된 거목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좁은 능선길 옆으로는 가슴까지 올라온 나무줄기가 숲을 이룬 곳도 있다.

정상표지목(왼쪽)과 정상표지석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40~50분 정도 걸어가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넓은 봉우리다. 하지만 볼썽사나운 시설물이 가운데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어 전체 조망을 방해한다. 시설물은 오래전 설치된 군사시설 중 마지막 남은 잔해다. 그곳에 주둔하던 군인들이 철수하면서 쓰레기가 나뒹굴고 풀과 나무가 말라죽어 한때는 방태산의 흉물로 불렸다. 그러다 10여년 전 인제군이 폐벙커와 막사 등을 철거하고 산림청이 산림복원사업을 펼친 덕에 지금은 온갖 종류의 야생화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다만 지금 남아있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시설물은 그대로 남겨두어 전체 조망을 가로막고 있고 경관을 해치고 있다.

 

구룡덕봉 안내판 없는 것은 대표적인 불친절과 무성의

공터 가장자리 세 곳에 나무데크 전망대를 설치해 주변을 조망할 수 있게 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전망대에서는 북으로는 점봉산과 설악산, 남으로는 오대산과 계방산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문제는 외형상 모습만 보면 그곳이 구룡덕봉이어야 할 것 같은데 구룡덕봉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곳 전망대에서 바라볼 때 해발고도가 비슷해 보이는 바로 앞의 구릉이 구룡덕봉이다. 전망대와 구룡덕봉 사이 넓은 공터에 헬기장이 있고, 헬기장으로 향하는 완만한 능선길에 목장의 펜스같은 나무 기둥들이 세워져 있다. 오래된 기둥은 고사목과 같은 회색이고 고풍스러워 짧지만 걷는 맛이 있다.

헬기장을 지나 구룡덕봉으로 다가가니 두 갈래 길이다. 왼쪽은 숲길이고 오른쪽은 임도다. 구룡덕봉 안내 표시가 없어 한동안 고민하다가 숲길을 선택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두 길은 10분 뒤 다시 만난다. 펑퍼짐한 지형에 만들어진 숲길을 걸어가는데 삼각점만 박혀있을 뿐 봉우리도 없고 안내 표시도 없다. 결국 그렇게 걷다보면 조금전 임도와 만난다. 분명히 있어야 할 구룡덕봉이 안보여 임도를 따라 거슬러 올라갔더니 중간에 살짝 올라가는 산길이 나타난다. 올라가봤더니 조금전 우리가 지나온 숲길과 만난다. 결국 펑퍼짐한 숲길 어딘가가 구룡덕봉(1388m)이라는 의미다. 방태산자연휴양림 모든 지도에 구룡덕봉 표시를 해놓았으니 숲길이든 임도든 구룡덕봉 안내표시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 참으로 불친절하고 무성의하다. 차라리 구룡덕봉 봉우리가 없으니 찾지 말라고 안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숲길 자체도 그저그러 하고 조망도 없으니 그냥 임도로 가는 것이 현명하다.

봉우리 공터에서 바라본 구룡덕봉이고 그 아래가 헬기장이다.

 

▲구룡덕봉~매봉령~자연휴양림

구룡덕봉 옆 임도를 따라 내려서면 곧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0.8㎞ 아래 매봉령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다른 곳으로 내려가는 임도다. 매봉령 방향 길은 한동안 급경사이다가 곧 완만한 숲길이다. 갈림길에서 30분을 걸어내려가니 쉼터 역할도 하는 매봉령(1249m)이다. 이후 하산길은 한동안 급경사의 연속이다. 20분 정도 지난 곳에서 조망이 한 번 터질 뿐 계속 급경사 숲길이다. 마침내 적가리골 상류를 만난 것은 매봉령에서 30분 지나서였다. 급경사는 매봉령 0.8㎞ 아래 지점에서 완만한 숲길로 바뀐다. 그곳에서 휴양림까지는 2.6㎞ 거리지만 계곡을 끼고 숲 한가운데를 내려가는 완만한 흙길이어서 편안하다. 그렇게 1㎞ 정도를 내려가면 휴양림에서 조성한 숲체험코스(전체 길이 1.5㎞)인 산책로와 만난다.

다시 0.7㎞를 내려가면 출발할 때 지났던 삼거리에 도착하고 다시 0.4㎞를 내려가면 제2주차장이다. 총거리 10.7㎞를 걷는데 6시간 남짓 걸렸다. 지도에 따르면 총거리 10.7㎞는 제2주차장 (0.4㎞) 아래 삼거리 (3.5㎞) 능선삼거리 (0.4㎞) 정상 (1.8㎞) 구룡덕봉 (1.5㎞) 매봉령 (2.7㎞) 아래갈림길 (0.4㎞) 주차장이다. 매표소에서 출발하는 등산객은 여기에 5㎞(매표소~주차장 왕복)를 추가해야 하므로 총거리가 16㎞에 육박한다. 물론 5㎞는 완만한 아스팔트길이고 숲길이어서 힘들진 않다.

 

■야영

주차장에서 가까운 야영장으로 내려오니 고교동창 영일이 홀로 간이의자에 앉아 옥수수를 먹다가 우리를 반긴다. 당초 예정대로 용준과 나는 방태산에 오르고, 하산 후에는 서울에서 홀로 찾아온 영일을 만나 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가무없는 음주를 즐겼다. 방태산 야영장에는 야영데크가 20여개 있어 미리 예약만 하면 얼마든지 야영을 즐길 수 있다. 온수 샤워시설(유료)과 화장실까지 완벽해 불편한 게 없다. 야영데크 한 개당 이용료는 15,000원에서 16,500원이다. 우리는 야영장 가장자리에 야영데크를 2개 빌려놓은 터여서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중간에 폭우가 쏟아져내려 살짝 걱정했으나 1시간 후 비가 그쳐 방태산 야영장에서의 하룻밤은 산행과 수다의 추억을 쌓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밤은 지나고 다음날 아침 개운한 몸으로 방태산 자연휴양림을 떠났다.

우리 야영 공간

 

방태산에서 만난 꽃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긴산꼬리풀 천궁 말나리 둥근이질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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