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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남측면 데크길] 청와대 뒤편 북악산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면 개방된다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서둘러 다녀왔지요

↑ 청운대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시내

 

by 김지지

 

■북악산 남측면 개방

청와대 뒤편 북악산의 남측면 개방 하루 전인 2022년 4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걸었던 데크길을 4월 11일과 13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두 차례 다녀왔다. 11일은 코로나19 터널에서 막 빠져나온 대학친구 희용의 리드를 따르고, 13일은 회사 선배를 안내했다. 특히 13일엔 시계(視界)가 너무 좋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혼자라도 올라오라”고 했더니 나와는 동선이 겹치지 않아 만나지는 못했으나 진짜로 그날 오후 홀로 다녀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데크계단과 안내판 등 인공 시설물들은 새것이어서 전체적으로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으나 54년 간 출입할 수 없었던 금단의 땅치곤 숲이 빈약했다.

북악산 지도. 오른쪽 아래가 이번에 공개한 북악산 남측면 지역이다

 

북악산이 서울시민에게서 멀어진 것은 북한의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1968년 1·21사태 후였다. 군사상 보안 등의 이유로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해 도무지 접근할 수 없었던 북악산이 일부 구간이나마 다시 서울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38년만인 2006년 4월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북악산 능선을 따라 쌓은 서울 성곽 중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 구간(1.1㎞)을 먼저 개방하고 1년 뒤인 2007년 4월 창의문~백악마루~숙정문~와룡공원 전 구간(4.3㎞)을 개방했다. 그후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1월 북악산 성곽과 북악스카이웨이 사이의 북악산 북측면을 개방한데 이어 2022년 4월 6일 마침내 북악산 남측면까지 개방했다. 이제 북악산에 해금되지 않은 마지막 땅은 청와대와 북악산 정상 사이 경사면인데 이곳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시민 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북악산 남측면 데크길

 

■남측면 안내

북악산 남측면 들머리는 삼청안내소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종로11번 마을버스 종점(삼청공원)이 안내소와 가장 가깝다. 종점 부근 1차선 도로(삼청로) 옆 데크를 따라 2~3분 정도 걸어가면 삼청공원 후문이 나오고 그곳에서 다시 데크를 따라 2~3분 정도 올라가면 삼청로와 다시 만나는데 삼청안내소는 그 길 건너편에 있다. 삼청안내소 입장 시간은 계절별로 다르다. 11-2월은 오전 9시~오후 3시까지, 3~4월과 9~10월은 오전 7시-오후 4시까지, 5~8월은 오전 7시-오후 5시까지다. 북악산에서 나와야 하는 퇴장시간도 계절별로 다르다. 11~2월은 오후 5시, 3~4월과 9~10월은 오후 6시, 5~8월은 오후 7시까지다.

편의상 코스를 구분하면, A코스(2.2㎞)와 B코스(3.9㎞)로 나뉜다. A코스는 삼청안내소 →(825m)← 청운대전망대 →(500m)← 만세동방 →(900m)← 삼청안내소(원점회귀) 순서로 진행된다. B코스는 A코스 중간 지점인 청운대전망대에서 왼쪽 만세동방(약수터) 방향으로 가지 않고 오른쪽 숙정문을 경유하는 코스로, 서울 성곽 능선길인 숙정문 ~ 곡장 ~ 청운대쉼터를 거쳐 청운대전망대로 내려와 만세동방으로 진행한다. A코스보다 1.7㎞ 정도 길다. 소요시간은 A코스 1시간, B코스 1시간 30분 정도를 잡으면 된다. 삼청안내소를 지나려면 패찰을 받아 목에 걸어야 하는데 이 패찰에는 위치 표시 칩이 심어져 있어 산행객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체크된다. 북악산 성곽길과 마찬가지로 길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 그야말로 “꼼짝마라!”다.

삼청안내소

 

■삼청안내소~청운대전망대

삼청안내소를 지나 군부대 철조망 펜스와 잘 조성한 시멘트길을 따라 3분 정도 걸어가면 삼청쉼터다. 최근까지 군인들이 즐겨 사용한, 계곡을 막아 물을 가둔 야외수영장(7mx2.5m)과 너른 정자인 옥호정이 있다. 야외수영장을 보니 계곡 물을 막아놓고 돈을 받았던 어렸을 때 풀장이 생각났다. 삼청쉼터는 만세동방(왼쪽)과 법흥사터(오른쪽) 갈림길이다. 오른쪽이 왼쪽길보다 경사가 완만하고 거리가 짧아 오른쪽길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삼청쉼터에서 7~8분을 걸어가니 법흥사터다. 바닥에는 야자수 매트를 깔아놓아 편하다.

삼청쉼터 갈림길. 왼쪽이 만세동방 방향이고 직진길이 법흥사터 방향이다.

 

법흥사터 현장 안내판을 보니 “신라 진평왕 때 나옹 스님이 창건한 법흥사터라고 전해지는 곳”이라며 “문헌에 따르면 조선시대 세조가 연굴사 동쪽(지금의 삼청터널 근처)에서 호랑이를 사냥했다는 내용을 통해 연굴사 터로도 추정된다. 절터 주변에서 15세기 상감분청사기 조각들이 발견되어 조선 전기부터 건물이 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언론의 팩트체크에 따르면 이 설명은 잘못된 것이다. 진평왕은 신라 26대 왕으로 재위 기간이 579년~632년이고 기록상 전해지는 나옹스님은 고려 때인 1320년 태어나 1376년 입적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라 법흥사 터라는 사실은 구전으로만 전해질 뿐 문헌 기록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니 연굴사 터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설명에는, 1955년 청오 스님이 사찰을 증축했으나 1968년 1·21사태 이후 신자들의 출입을 제한해 지금은 건물 터, 초석, 축대, 주춧돌 등만 남아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4월 5일 성물(聖物)인 연화문 초석에 앉았다며 일부 불교계가 비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초석이 1960년대 갖다 놓은 자재이고 현장에서 직접 살펴본 초석 생김새가 현대식 기계로 깎아놓은 초석이기 때문이다.

사실 전국의 폐사지(廢寺址)에서 사람들이 초석에 앉아 쉬거나, 그 위에 서서 사진 찍는 풍경은 흔하다. 대표적인 곳이 국가 사적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황룡사 터다. 신라 진흥왕 14년(553) 창건한 신라 최대 사찰 황룡사 터에는 초석이 64개 놓여 있고, 금당 터엔 지대석(址臺石·건물을 세우기 위해 잡은 터에 빙 둘러 쌓은 돌) 수십 개가 널려 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초석에 앉거나 밟지 말라는 제지는 없다.

법흥사터를 지나 왼쪽 데크계단으로 올라가면 청운대전망대와 가까운 청운대삼거리다. 청운대삼거리에서 왼쪽이 만세동방~삼청쉼터 방향이고 오른쪽이 촛대바위쉼터를 지나 숙정문~곡장 능선을 거쳐 청운대쉼터로 진행하는 방향이다. 이번에 공개한 남측면 구간에는 대부분 데크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걷는데 불편함이 없다.

법흥사터

 

■청운대전망대~숙정문~곡장~청운대쉼터

우리 계획은 숙정문과 곡장을 지나 능선 위 청운대쉼터에서 청운대전망대로 내려와 만세동방~삼청안내소로 원점회귀하는 것이므로 청운대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진행한다. 거리 상으로는 청운대전망대 →(650m)← 숙정문 →(370m)← 곡장 →(350m)← 청운대쉼터 →(150m)← 청운대전망대 순이다.

청운대삼거리에서 오른쪽 데크길을 따라 진행하면 서울 전역이 발 아래에 펼쳐진다. 창경궁 동쪽의 서울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정면으로는 남산과 눈을 마주친다. 서쪽으로 길게 이어진 말바위 능선길은 완만하게 흘러내린다. 가깝게는 감사원, 금융감독원연수원, 중앙고등학교가 붙어있고 멀리는 잠실의 롯데타워와 그 너머 산들이 서울 전역을 에워싸고 있어 절로 카메라에 손이 간다. 곧이어 나무의자 몇 개를 설치한 촛대바위쉼터다. 그런데 이름만 그러할 뿐 촛대바위와는 무관하다. 촛대바위는 위쪽 능선에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능선의 청운대쉼터에서 청운대전망대로 내려올 때 바라보아야 비로소 일부가 보인다.

청운대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시내

 

숙정문은 청운대전망대에서 650m 거리에 있다. 숙정문에서는 동쪽의 말바위안내소나 북쪽의 숙정문안내소로 내려가거나 능선 위 곡장안내소로 올라간다. 곡장까지는 350m, 청운대전망대로 내려가는 청운대쉼터까지는 450m의 능선 위 성곽길이다. 숙정문은 조선 전기인 1396년(태조 5년)에 세워진 한양도성의 북쪽 대문이다. 현존하는 도성 문 중 좌우양쪽으로 성벽이 연결된 유일한 문으로 문루는 1976년 새로 지은 것이다.

숙정문

 

곡장(曲墻)은 성곽 시설 중 하나로, 방어적으로 중요한 지점에 성곽 일부분을 둥글게 돌출시킨 것을 말한다. 여기서 잠깐. 서울 성곽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곡장을 지나가면서 오른쪽 40m 위에 있는 곡장안내소를 빠뜨리면 안된다. 서울 성곽길 최고 조망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북쪽으로는 북한산 줄기가 길게 이어져있고 서쪽으로는 청와대 뒤 백악마루까지 길게 이어진 성곽길이 내려다보인다. 그 너머에는 인왕산의 거대 암릉이 웅장하다. 북악산 북사면으로 내려가는 출발점도 곡장안내소다. 능선 위 청운대쉼터에서는 서울시 조망이 멀다 싶었는데 청운대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서울시 전체가 가깝게 느껴진다. 청운대쉼터에는 화장실도 있다.

북악산 곡장에서 바라본 서쪽의 백악마루(왼쪽)와 인왕산

 

■청운대전망대~삼청안내소(원점회귀)

청운대쉼터에서 150m 거리의 데크길을 따라 내려가면 청운대전망대다. 데크길은 계속 이어져 만세동방까지는 500m, 만세동방에서 삼청안내소(원점회귀)까지는 900m다. 가지런히 조성한 데크를 따라 만세동방으로 가다보면 경복궁의 전각이 내려다보이고 그 앞 세종대로가 일직선으로 뻗어있다.

곧이어 만세동방이다. ‘음용불가’로 표시된 약수터 위 바위에 ‘萬世東方 聖壽南極(만세동방 성수남극)’이라는 글자가 한자로 새겨져 있다. ‘동방’은 삼천갑자를 산다는 전설 속 동방삭이고, ‘성수’는 임금의 수명이며 ‘남극’은 수명을 관장하는 남극의 별로 무병장수를 뜻한다. 따라서 나라의 번창과 왕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누가 언제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생김새로 미루어 최근에 새겨진 것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만세동방

 

만세동방에서 몇분을 진행하면 청와대 경내로 들어갈 수 있는 철문이고 철문 옆 펜스에는 철조망이 촘촘하다. 안내판에 적혀 있는 장소 이름은 청와대를 에둘러 표현한 특정지 울타리다. 철문 앞은 사복을 입은 초병이 지키고 있어 사진 촬영을 막고 있지만 청와대를 개방할 날이 얼마 나지 않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정지울타리에서 길고 곧게 뻗어있는 데크를 따라 내려가면 백악2교와 백악1교를 잇따라 지나는 오르막 데크길이다. 삼청쉼터를 거쳐 삼청안내소에 도착하니 1시간 50분이 지났다. 촛대바위 쉼터에서 숨을 고르고 김밥으로 배를 채운 20분을 포함한 시간이다.

청와대 경내로 이어진 ‘특정지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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