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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황장산]은 맷등바위 능선 조망이 일품… ‘100대 명산’ 믿고 일부러 먼곳에서 찾아간 등산객에게는 약간의 아쉬움 있을 듯

↑ 맷등바위 옆을 가로지르는 데크길. 오른쪽은 벼랑이다.

 

by 김지지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코스와 거리 : 총 5.6㎞

안생달 주차장 → 작은차갓재 → 전망대 → 맷등바위 → 정상 → 황장상 하단 → 안생달 주차장(원점회귀)

☞ 산행 시간(휴식 포함) : 3~4시간

 

수년 전부터 산에 빠졌다. 평소 산에 안 오른 것은 아니지만 원고를 쓰고 책을 출판하느라 10년 이상의 세월을 보냈다. 휴일에 원고를 쓰다가 몸이 찌뿌둥할 때 산에 오르긴 했으나 멀리는 가지 못하고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등 근교산에 만족해야 했다. 산행을 본격화한 것은 10권의 책을 완간한 뒤였다. 처음에는 근교산과 수도권산 위주로 가다가 2~3년 전 부터 전국의 산으로 확장했다. 회사에 묶인 몸이라 시간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틈만 나면 산을 찾았다. 가급적이면 산림청, 블랙야크, 월간산이 지정한 100대 명산을 우선했다. 멋진 조망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동행자는 주로 고교·대학 친구들이다. 여의치 않을 때는 아내가 동행한다. 중년 부부가 함께 산에 오른다는 것은 부러움을 살만하다. 자신의 아내가 등산을 싫어하거나 등산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친구들이 많다. 2021년 4월 7일에도 지인들과의 약속이 정해지지 않자 아내가 구원 투수로 나섰다. 그렇게 떠난 곳이 경북 문경의 황장산이다.

황장산 지도

 

■황장산은

 

황장산(1078m)은 경북 문경시 동로면에 있다. 월악산국립공원의 동남쪽 끝자락에서 백두대간의 일부 구간과 겹친다. 1984년 12월 월악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코스가 막혀있다가 2016년 31년 만에 개방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국립공원 답지 않게 뭔가 투박하고 월악산국립공원으로부터도 홀대받고 있다.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지도에서 황장산을 빼놓았다는 것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산행 들머리는 생달리 주차장이다. 해발고도가 600m나 되어 정상까지 고도를 470m 정도만 높이면 된다. 산세가 평범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산림청, 블랙야크, 월간산 중 산림청만 100대 명산으로 지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저그런 산이려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능선에 올라서면 북쪽 단양 도락산의 도드라진 바위봉우리가 시선을 끌고 남서쪽으론 문경의 백두대간 능선인 대미산과 주흘산 등이 앞서거니뒤서거니 하며 산그리메를 그린다.

황장산 이름은 하늘로 쭉쭉 뻗어있고 목질이 단단한 황장목이 많은 데서 유래했다. 황장목은 조선 왕실에서 대궐이나 임금의 관, 배 등을 만드는 데 쓰는 최고 품질의 금강소나무를 말한다. 조선 숙종 때 황장목 보호를 위해 황장산에서 벌목과 개간을 금지하는 봉산(封山)으로 정한 후 관리를 파견했다. 당시 세워진 봉산 표석이 동로면 명전리에 남아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과도한 벌채 등으로 지금은 황장목이 없다.

황장봉산 표석

 

옛 문헌에 따르면 황장봉산(黃腸封山) 말고도 태봉봉산(胎封封山), 율목봉산(栗木封山), 진목봉산(眞木封山) 등이 있었다. 봉산마다 역할이 달랐다. 태봉봉산은 왕이나 왕비의 능묘를 보호하거나 해산 과정의 태나 태반 등을 묻기 위해, 율목봉산은 제사용 신주목 용도로 쓰기 위한 밤나무를 생산하기 위해, 진목봉산은 배를 만들기 위한 참나무 류의 상수리나무를 생산하기 위해 봉산으로 정했다.

 

■우리 산행

 

▲들머리~작은차갓재

황장산의 원점회귀 산행 거리는 5.6㎞다. 산행시간은 3~4시간이면 족하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쉬엄쉬엄 올라가 4시간 30분 걸렸다. 코스 간 거리는 안생달 주차장 →(0.6㎞)← 와인동굴 →(0.7㎞)← 작은차갓재 →(0.5㎞)← 전망대 →(0.9㎞)← 맷등바위 →(0.4㎞)← 정상 →(0.3㎞)← 황장산 하단 →(2.2㎞)← 안생달 주차장이다.

황장산 지도

 

공식 주차장은 생달리 초입에 있는 안생달 주차장이다. 하지만 좁은 아스팔트 도로가 산 쪽으로 나 있어 일단 차를 가지고 올라갔다. 도로변에 드문드문 주차할 곳이 없진 않으나 새가슴이라 갈등하다가 다시 안생달 주차장으로 되돌아 내려가는데 우연히 마을 주민을 만난 덕에 산 아래에 위치한 그의 집 마당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새가슴이 아니었다면 안생달 주차장~와인동굴 사이 적당한 곳에 주차했을 것이다.

안생달 주차장. 오른쪽이 황장산 방향이다.

 

시멘트길을 따라 몇백m 올라간 곳에 와인동굴이 있다. 탄광을 개조해 와인동굴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실상 폐허 상태다. 와인동굴 옆길을 따라 0.7㎞ 거리의 작은차갓재까지 올라간다. 경사가 완만해 힘들지 않다. 작은차갓재에서 오른쪽 황장산 정상을 넘어 ‘황장산 하단’까지는 백두대간 길과 일치한다. 2.1㎞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어엿하게 백두대간 길을 걷는 것이다.

백두대간은 작은차갓재와 ‘황장산 하단’ 양쪽으로 계속 이어지지만 국립공원 측이 비법정통로로 막아놓았다. 그렇다고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등산객의 발걸음까지 막지는 못할 것이다. 작은차갓재 왼쪽의 차갓재 방향으로 가다보면 ‘백두대간 남한 구간 중간 지점’이라고 새겨놓은 표지석이 있다. 비법정통로여서 우리는 들어갈 수 없다.

작은차갓재

 

작은차갓재를 지나면 바로 키다리 낙엽송 군락지다. 침엽수인데도 가을에 잎이 지는 소나무라고 해서 낙엽송(落葉松)이다. 정식 이름은 일본잎갈나무다. 일본 원산으로 ‘잎갈이하는 나무’라는 의미다. 1900년대 초 일본에서 조림수로 들여와 헐벗은 산을 푸르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침엽수를 간단히 구분하는 방법은 바늘 모양 잎을 보는 것이다. 소나무는 잎이 두 개씩, 리기다소나무는 세 개씩, 잣나무는 다섯 개씩 모여 있고 낙엽송은 20~30개가 무더기로 달려 있다. 메타세쿼이아와 낙우송(落羽松) 역시 가을에 잎이 떨어지는 침엽수다. 두 나무에도 차이가 있다. 낙우송은 잎이 하나씩 떨어지지만 메타세콰이어는 연붉게 변한 잎이 잔가지와 함께 떨어진다.

작은차갓재 주변 낙엽송(왼쪽)과 능선에서 자라는 소나무

 

▲작은차갓재~맷등바위

작은차갓재에서 0.5㎞ 올라간 곳에 전망대가 있다. 생달리 마을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다시 0.9㎞를 올라가면 다소 경사가 있는 너덜바위를 지나 황장산의 하이라이트인 맷등바위가 떡하니 앞을 가로막는다. 불쑥 치솟은 바위를 오를 수 있게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과거에는 고정로프를 붙잡고 힘들게 올라갔을 것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맷등바위

 

맷등바위에서 정상까지 이어진 0.4㎞ 능선은 황장산 최고의 전망 포인트다. 능선에서 바라보는 사방의 전망이 황장산에 올라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도드라진 바위봉우리가 시선을 끄는 북쪽의 도락산 말고는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좌우로 원근으로 산자락들이 파도가 출렁이듯 넘실넘실 춤을 추는 모양새다. 서남쪽으로 대미산·운달산·주흘산, 북서쪽으로 월악산, 동북쪽으로 황정산과 그 뒤로 소백산이 한 폭의 화첩처럼 펼쳐진다는데 산이름을 알지 못하니 내게는 그저 멋진 산봉우리일 뿐이다. 깎아지른 맷등바위 능선에 이런저런 형태의 소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둥치가 굵지 않고 낙락장송도 아니다. 기대했던 황장목은 더더욱 아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단양의 도락산(오른쪽)과 용두산(왼쪽)

 

초봄에 황장산을 찾은 것은 연초록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4월 초 머지않아 온 산하를 뒤덮을 연초록을 서울에서 기다리는데 하루하루가 지루하다. 하루라도 빨리 그를 만나기 위해 남쪽으로 떠났다. 4월 3일 경북 안동으로 떠났으나 막 새순이 돋는 수준이어서 허탕을 쳤다. 그래서 다시 달려간 곳이 황장산이다. 그런데 이곳에도 연초록이 없다. 4월 초여서 숲은 앙상하고 주변 자연은 황량하다. 이런 마당에 맷등바위 능선까지 없었다면 허탈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멧등바위에서 정상까지는 칼날 능선이다. 한 두명 지날 만큼 좁다. 다행히 수년 전 나무뎨크를 설치해 놓아 여유롭게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맷등바위 오름 데크(왼쪽)와 맷등바위 능선

 

▲정상~계곡길 하산

정상은 넓고 정상석도 크다. 다만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은 없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하산하는데 0.3㎞ 지점에 ‘황장산 하단’이 있다. 능선이 아닌 계곡길에서 올라올 경우 만나는 갈림길인데 누가 ‘황장산 하단’이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참 성의도 없고 영혼도 없다.

황장산 정상

 

‘황장산 하단’에서 직진하면 벌재(625m)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계곡으로 연결된 하산길이다. 벌재 너머에 충북 단양군 대강면이 있다. 국도 제59호선이 이곳을 지난다. 벌재 방향 길은 철망으로 막아놓아 갈 수는 없다. 더불어 작은차갓재부터 함께 했던 백두대간 길도 여기서 끝난다.

황장산 하단

 

‘황장산 하단’에서 안생달 주차장까지는 2.2㎞ 내리막길이다. 한동안 급경사 데크길과 너덜지대로 이어지다가 곧 평범한 계곡이다. 산세가 크지 않으니 계곡이 크지도 깊지도 않다. 너덜지대가 꽤나 길게 이어지고 딱히 볼 것도 없고 계곡물도 말라있어 지루하다.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는 것으로 보아 계곡길을 지나가는 등산객도 적은 듯 했다.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올라갈 때는 보이던 등산객이 정상에서 계곡길로 내려갈 때는 왜 보이지 않는지 그제서야 이유를 알 것 같다. 계곡길이 ‘무재미’여서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올라갔다가 다시 올라왔던 능선으로 내려가는 듯 했다. 실제로 산에서 만난 두 팀 모두 그랬다. 나도 다음에 황장산에 다시 오게 되면 계곡길로 내려가지 않고 능선길로 되돌아갈 것 같다. 하산길 막바지에 원시숲 특유의 어둑함이 잠시 나타났다가 곧 확 트이더니 오미자 밭이 넓게 펼쳐진다. 안생달 마을이다.

계곡길의 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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