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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가봐수까 ⑪] 큰사슴이오름(대록산)… 분화구 능선은 숲 우거진 산책길이고 정상에 서면 동산처럼 솟아있는 오름 군락이 시선 사로잡아

↑ 큰사슴이오름(대록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오름들

 

by 김지지

 

2019년 늦가을, 생전 처음 들어보는 따라비오름에 올랐을 때 그리 멀지 않은 서쪽에서 제법 모양새를 갖춘 오름 하나가 나를 향해 윙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로는 백색의 풍력발전기 10여 기가 쉼없이 자기 밥벌이를 하고 있었다. 당시는 사방에 오름이 워낙에 많아 그 오름의 이름까지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 알고보니 큰사슴이오름(대록산)이란다. 따라비오름과는 직선으로 4.4㎞ 거리다.

두 오름을 축으로 삼아 한 바퀴 도는 쫄븐갑마장길 트레킹 순환 코스(10㎞)가 있다는 것도 낮ㅇ에 알게 되었다. 해서 2021년 5월 1일 아내와 함께 쫄븐갑마장길을 걸으며 트레킹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큰사슴이오름은 갑마장길의 일부여서 자연스럽게 대면 접촉을 했다.

따라비오름에서 바라본 큰사슴이오름. 그곳까지 길게 이어진 삼나무길은 따라비에서 큰사슴이까지 이어진 잣성길이다.

 

■큰사슴이오름은

 

큰사슴이오름(大鹿山·대록산)은 사슴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해서 혹은 모양새가 사슴 같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 물론 지금은 사슴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해발고도 474m, 비고(오름 자체 높이) 125m다.

큰사슴이오름의 접근로는 ‘녹산로’다. 제주 동부 중산간 마을인 구좌읍 송당리와 표선면 가시리를 잇는 1차선 도로다. 봄이면 약 10㎞에 걸쳐 이어진 녹산로를 따라 유채꽃이 펼쳐져 ‘녹산로 유채꽃도로’로도 불린다. 샛노란 유채꽃과 연분홍빛 벚꽃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구간도 있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혔다. 빼어난 자연경관이 많은 제주에서도 아름다운 길로 유명하다.

매년 봄이면 절정을 맞은 유채꽃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와 유채꽃 축제를 연다. 다만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의식해 유채꽃을 트랙터로 갈아엎어버렸다. 2021년에도 축제는 열지 않았다. 녹산로에는 봄이 되면 유채꽃이 만발하지만 가을에는 큰사슴이오름 주변으로 억새가 물결친다. 초입 구릉지의 넓은 들판도 은빛바다를 이룬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큰사슴이오름 가다가 삼거리에서 바라본 큰사슴이오름

 

■큰사슴이오름에 오르다

 

▲탐방로 안내

큰사슴이오름 정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출발점으로 삼을 곳은 크게 두 곳이다. 녹산로 옆 정석항공관 부근에 있는 대록산 주차장과, 역시 녹산로를 지나다 보이는 유채꽃프라자(카페 겸 숙박시설)다. 내비에서 ‘대록산 주차장’을 검색하면 ‘정석항공관 주차장’으로 안내한다, 두 곳 모두 큰사슴이오름과는 지척이고 잘 보인다.

주차장을 출발점으로 삼을 경우, 큰사슴이오름 서쪽 탐방로를 통해 바로 정상으로 올라가거나, 탐방로 전에서 갈라지는 대록산 둘레길 오른쪽으로 15~20분 정도 이동하다가 동쪽 탐방로로 올라간다. 유채꽃프라자를 출발점으로 삼을 경우, 그곳에서 건물 뒤쪽에 있는 큰사슴이오름 쪽으로 가다가 둘레길이 나오면 왼쪽(서쪽 탐방로)이든 오른쪽(동쪽 탐방로)이든 선택하면 된다. 유채꽃프라자와 풍력발전단지 사이에 있는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올라가도 갑마장길을 만나 동쪽 탐방로로 이어진다.

녹산로, 큰사슴이오름, 유채꽃프라자 등 주변 지도 (출처 블로그 ‘꿈꾸는 아이’)

 

정상에 올라가면 반대쪽 탐방로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 큰사슴이오름의 전체 모습을 오롯이 즐기기 위해서다. 어느 쪽 탐방로이든 그곳에서 정상에 올라 분화구를 한 바퀴 돌고 반대쪽 탐방로로 내려와 둘레길을 통해 주차장으로 돌아오는데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므로 크게 무리가 없다. 서쪽 탐방로 쪽에 가파른 경사면이 있어 약간 힘이 들긴 하지만 목침 계단이 적당한 보폭으로 놓여 있어 천천히 쉬어가며 오를 수 있다.

먼저 주차장 코스부터 살펴보자. 주차장에서 큰사슴이 쪽을 바라보면 목책(木柵) 문이 보인다. 문을 지나 호젓한 길을 1.6㎞ 정도 걸어가면 ‘대록산 정상 1.3㎞’ 안내판이 보인다. 이후 평탄한 길을 10분 정도 걸어가면 푸른초원(촐왓)이 나오는데 정상길과 둘레길로 갈라진다. 왼쪽은 곧바로 정상으로 오르는 서쪽 탐방로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동쪽 탐방로로 이어지는 둘레길이다. 15~20분 정도면 동쪽 탐방로에 닿는다. 빨리 오르려면 경사 급한 서쪽 탐방로로 오르고 천천히 오르려면 오른쪽 둘레길을 통해 동쪽 탐방로를 이용하면 된다. 둘레길은 완만한 경사여서 정상까지 손쉽게 오를 수 있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큰사슴이오름 입구

 

▲우리는 동쪽 탐방로

우리는 쫄븐갑마장길 트레킹의 부분 코스로 큰사슴이오름에 올랐기 때문에 동쪽 탐방로를 선택했다. 녹산로에서 유채꽃프라자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유채꽃프라자가, 오른쪽으로 10여 기의 풍력발전기가 있는데 그 사이에 시멘트 포장길이 있다. 따라비오름에서 출발해 잣성길을 지나면 시멘트 포장길을 만난다. 그곳에서 북쪽으로 15분 정도 이동하니 왼쪽이 정상이고 직진하면 둘레길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그곳에서 15~20분 정도 걸리는 큰사슴이오름 분화구 능선까지는 완만한 오름길이다. 분화구 능선에 올라 능선을 한 바퀴 도는 것도 갑마장길의 일부다.

동쪽 탐방로 오름길. 저 아래에서 올라오면 대록산 둘레길과 주차장으로 갈라지는 안내판이 보인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분화구 능선이다.

 

능선에 오르기 전, 안내판이 나온다. 직진하면 정상이고 왼쪽으로 방향을 정하면 주차장, 유채꽃프라자, 서쪽 탐방로로 이어지는 둘레길이다. 동쪽 탐방로 역시 목침 계단의 연속이고 경사가 완만해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수시로 뒤를 돌아보면 따라비오름과 풍력발전기 그리고 내가 방금 지나온 갑마장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동쪽 탐방로로 오르다가 뒤돌아본 따라비오름(가운데)

 

그렇게 올라 만나는 분화구 능선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정상이다. 능선 오른쪽으로 분화구 둘레를 한 바퀴 돌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호젓한 산책길이어서 능선의 숲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우거진 숲이 많아 그 자체로 충분히 힐링이 된다.

분화구 능선길

 

능선을 돌다보면 북서쪽 방향에서 분화구 안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데 숲이 워낙에 우거져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이곳의 분화구는 2개로 부드러운 곡선의 미학을 보여준다. 말굽형이고 깊이가 55m나 된다. 사면(斜面)이 천연수림의 숲이어서 새들이 보금자리로 쓰고 있다. 분화구 능선의 남쪽은 높은 정상 봉우리이고 북쪽은 야트막하게 내려앉은 모양새다. 능선에는 과거 일본군이 정석비행장을 조성할 때 만든 동굴 진지가 있다는데 초행인데다 안내 표시가 없어 이곳 역시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분화구 숲.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남쪽 정상이다.

 

▲정상에 올라서니

정상에 올라서자 어느쪽으로든 따라비를 비롯해 동산처럼 솟아있는 오름 군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오름들이 제 모습을 뽐내며 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름 사이사이는 너른 들녘이다. 큰사슴이오름에서 따라비까지는 직선으로 4.4㎞ 떨어져 있다. 그 사이에서 풍력발전기 바람개비가 열심히 돌고 있다. 두 오름은 각각의 개성이 있다. 따라비는 명품 노장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보는 듯하고 대록산은 활기찬 젊은 배우를 보는 느낌이다.

정상에는 목재 벤치 3개가 쉬어가라고 자리를 내주고 있다. 바로 옆에 서쪽 탐방로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이 있다. 서쪽 탐방로 쪽 저 멀리 한라산이 넓게 퍼져있고 한라산 앞으로는 수많은 오름들이 마치 한가족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 방향으로 대한항공 측에서 비행훈련장이나 VIP를 위한 활주로로 이용하는 정석비행장이 보인다. 서쪽 탐방로 가까이에는 정석항공관과 주차장이 너른 들녘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정석항공관(우측)과 주차장

 

▲유채꽃프라자는

유채꽃프라자는 큰사슴이오름 서쪽 탐방로로 이어지는 둘레길에서 멀지 않다. 그래서 큰사슴이오름 탐방을 마친 후 이곳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잠시 쉬어가는 탐방객이 많다. 유채꽃프라자는 숙박시설과 카페, 세미나실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건물은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하는데 2014년 한국농촌건축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녹산로 가까이 있어 큰사슴이오름에 올라가지 않더라도 지나는 길에 들러 차 한 잔 마셔도 좋다.

유채꽃프라자 입구

 

■족은사슴이오름

 

큰사슴이오름에 오른 김에 바로 옆 족은사슴이까지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가보지 않았으나 블로그나 기사를 보고 대충의 그림은 그릴 수 있다. 결론은 딱 한 곳을 빼고는 딱히 매력적인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한 곳이란 정석비행장 쪽 출입로 철문을 지나 5분 정도 걸어가면 보이는 나무숲길인데 그것을 본 사람들이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의 숲” 같다고 한다.

족은사슴이오름의 해발고도는 442m, 비고는 102m, 둘레는 2,685m다. 진입로는 두 곳이다. 주차장에서 큰사슴이오름 서쪽 탐방로 방향으로 가다가 만나는 대록산 둘레길의 왼쪽으로 오르거나, 주차장에서 1㎞ 가량 떨어진 정석비행장 입구 맞은편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정상 옆에 있는 큰사슴이오름 서쪽 탐방로 하산길. 그 너머가 족은사슴이오름이다.

 

정석비행장 부근을 들머리로 삼을 경우, 출입구가 도로에 인접해 있어 잘 살펴야 한다. 주차 시설도 없어 적당한 공터에 차를 세워두어야 한다. 초입을 지나 5분 정도 삼나무길을 걸어가다보면 우측으로 철문이 있는데 그 옆에 출입로가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또다시 미로같은 나무숲길인데 위에서 말한 “해리포터의 마법의 숲”이다. 조금 더 올라가면 편백나무 숲인데 살짝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정상 부근에서 뒤를 돌아보면 멀리 한라산이, 가까이 정석비행장이 보인다. 2002년 월드컵 때 중국 응원단을 태운 비행기가 이착륙했던 곳이다. 정상에 올라가면 기사덤불과 조릿대 일색이고 전망이 썩 좋지는 않다. 정상 표시도 없다. 그래서 정상보다는 입구 쪽 숲이 좋다는 사람이 많다.

큰사슴이오름 옆 둘레길을 통해 오를 때는 큰사슴이와 족은사슴이 사잇길에 있는 중장섯길에서 입구를 찾는다. 정식 탐방로가 없어 잣성을 조금 덜어낸 곳을 찾아 그곳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자칫하면 지나치기 십상이므로 잘 살펴봐야 한다. 이곳 출입로 역시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빽빽하다. 족은사슴이오름은 ‘족은(작은)’이라는 수사에 어울리지 않게 2개의 분화구를 갖고 있는 쌍둥이 화산체다. 말굽 모양의 두 분화구가 남북쪽으로 입을 벌리고 있다. 인적이 드물어 동행자와 함께 가는 것이 좋다.

쫄븐갑마장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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