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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가봐수까 ⑧-2] 궷물오름과 족은노꼬메오름… 궷물오름은 초지(草地)가, 족은노꼬메는 원시림(原始林)이 일품

↑ 궷물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족은노꼬메(왼쪽)와 노꼬메

 

☞ 내맘대로 평점(★ 5개 기준). 등산 요소 ★★★ 관광 요소 ★★★

 

by 김지지

 

2019년 11월, 고교 동창들과 노꼬메오름에 오른 후 바로 옆 족은노꼬메와 궷물오름까지 오르려 했으나 촉박한 일정 때문에 포기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다가 2021년 4월 26일 아내를 모시고 궷물오름과 족은노꼬메오름에 다녀왔다. 궷물오름, 족은노꼬메, 노꼬메는 노꼬메오름 삼형제다. 이 세 오름을 한꺼번에 오를 때는 주로 노꼬메 주차장을 이용하지만 궷물오름과 족은노꼬메 두 오름만 오를 때는 궷물오름 주차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궷물오름은 가수 이효리와 아이유가 다녀간 후 유명해져

 

궷물오름은 뒷동산 수준이다. 해발고도는 597m로 높지만 비고(순수 높이)가 57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완만한 길을 따라 비고를 57m만 올리면 되니 엄밀히 말하면 언덕이나 다름없다. 사시사철 초록의 초지를 빼면 딱히 빼어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언젠가부터 이곳에 젊은이들이 몰려든 것은 2017년 JTBC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가수 이효리와 아이유가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궷물오름은 제주어인 궤(땅속으로 팬 바위굴)에 샘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마도 그 옛날 이곳에서 소나 말을 키우던 목동들이 이름 붙였으리라. 궷물오름 주차장은 비교적 큰 편이다. 족은노꼬메를 오를 때도 이곳을 이용한다. 족은노꼬메 주차장이 별도로 있긴 하나 내비에서조차 검색이 안되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진입로도 좁기 때문이다.

궷물오름 지도

 

궷물오름 주차장에서 출발해 아스팔트길을 가다보면 첫 삼거리다. 오른쪽이 궷물오름이고 왼쪽이 족은노꼬메 오름이다. 오른쪽을 가리키는 궷물오름 안내판은 이후에도 서너 차례 나오는데 어디로 올라가든 정상으로 이어진다. 숲이 크지 않고 거리가 짧아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왼쪽길로 진행하면 족은노꼬메로 향한다. 완만한 길을 10분 정도 올라가면 바로 족은노꼬메로 올라가는 왼쪽길과, 30분 정도 지나면 나타나는 안부(산의 능선이 말안장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부분)에서 족은노꼬메로 올라가는 직진길로 나뉜다.

나는 삼거리에서 족은노꼬메로 바로 진행하는 왼쪽길 대신 오른쪽 궷물오름길을 선택했다. 궷물오름에 오른 뒤 안부를 거쳐 족은노꼬메로 올라갈 예정이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궷물오름 방향으로 6~7분 정도 진행하면 테우리막사다. 테우리는 말과 소를 들에 풀어놓아 먹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나 목동을 일컫는 제주도 말이다. 따라서 테우리막사는 목동들의 휴식처다.

테우리막사에서 다시 5분 정도 직진하면 멀리 노꼬메와 족은노꼬메 두 오름이 한 눈에 보인다. 고개를 돌리면 제주경마장도 내려다 보인다. 부근에는 ‘궷물오름 정상 57m’라고 쓰여진 조그만 자연석이 아담하게 세워져 있다. ‘정상 57m’가 그곳에서 정상까지 57m인 줄 알고 그냥 지나쳤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57m는 비고 표시였다. 정상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친 셈이다.

궷물오름 정상표지석

 

초지가 사유지여서 철조망 친 것 이해하나 뭔가 대책이 필요

정상에서 다시 3~4분 정도 완만한 내리막길을 걸어가면 우측에 싱싱한 풀이 자라는 넓은 초지가 나타난다. 그 뒤로는 노꼬메와 족은노꼬메가 봉긋하게 솟아있다. 이효리가 다녀간 후 한동안 인터넷에 올라있는 초지 사진을 보면 풀밭에서 온갖 포즈를 취하며 인증샷을 찍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초지 밖에 철조망이 처져 있고 ‘출입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들어갈 수 없다. 그래도 젊은 여성들이 삼삼오오 철조망 밖에서 초지를 배경으로 멋진 인증샷을 찍느라 분주하다. 바라보기만 해도 흐믓하다.

사유지여서 ‘출입금지’는 이해하겠으나 아쉬운 마음에 뭔가 대책이 세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궷물오름은 이곳 초지가 핵심이다. 초지 말고는 딱히 내세울 게 없다. 오름의 대표적 특징인 시원한 조망이 궷물오름보다 더 빼어난 곳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초지를 활용할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궷물오름을 찾는 이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궷물오름 초지에서 바라본 족은노꼬메(왼쪽)와 노꼬메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이곳의 안내표지판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안내판은 많으나 그곳을 기준으로 위치와 거리 표시가 없어 전체적인 윤곽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노꼬메오름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곳곳에 거리와 위치는 물론 경사도까지 표시해 둔 것과는 대조적이다.

 

■족은노꼬메, 숲 무성한 원시림이나 분화구 보이지 않고 조망이 탁 트이지 않은 것은 아쉬워

 

궷물오름 아래 초지를 벗어나 계속 진행하면 상잣성이 나오는데 목장 경계용 돌담을 말한다. 제주에는 상잣성과 중잣성, 하잣성이 있다. 하잣성은 중산간 해발 150~200m 사이, 중잣성은 해발 350~400m 사이, 상잣성은 해발 450~600m 사이에 쌓여있다. 상잣성은 말들이 한라산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 하잣성은 말들이 농지로 들어가 농작물을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돌담이다.

궷물오름 상장질

 

최근 복원한 이 상잣성을 따라 노꼬메 둘레길이 길게 조성되어 있다. 1㎞ 떨어진 노꼬메 주차장도 이 길로 가야 나온다. 상잣성 길 따라 삼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고 궷물오름 아래에서 보았던 초지도 이곳에서 볼 수 있어 호젓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상잣성 길로 들어가지 않고 그냥 직진하면 2~3분 뒤 야자매트길이 나오고 다시 조금 더 직진하면 삼나무숲길이다. 궷물오름과 족은노꼬메오름 부근의 안내판 부실로 길이 헷갈리는 상황에서 야자매트가 보인다면 그곳에서 족은노꼬메까지는 만사형통이다. 야자매트가 사실상 나침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리 말하면 야자매트를 따라 올라가면 족은노꼬메와 노꼬메로 갈라지는 안부가 나타난다.

삼나무숲길 중간 쯤에 방목 중인 소나 말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제주 오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ㄹ’자 목책이 세워져 있다. 그 옆에 노꼬메 방향 표시가 있지만 오히려 헷갈리게 하므로 부실한 방향표시다. 노꼬메 안내판을 본 등산객이 그 길을 족은노꼬메와는 상관없는 길로 잘못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복하지만 그 방향은 두 오름 모두와 연결된 안부 방향이다. 그런데도 노꼬메만 가리키고 있어 헷갈리게 한다.

족은노꼬메와 큰노꼬메 사이 안부로 올라가는 길에 설치된 목책

 

삼나무숲을 지나면 완만한 오름길이고 사방은 자연숲이다. 20분 정도를 오르면 안부다. 그곳에 노꼬메와 족은노꼬메 안내판이 있다. 족은노꼬메 정상 → 0.5㎞, 궷물오름 주차장 → 1.7㎞, 족은노꼬메 주차장 → 1.6㎞다. 이곳에서 올라가는 노꼬메오름길은 급비탈이지만 철도 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어 크게 무리는 없다. 그렇게 올라가면 울창하던 나무들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키 작은 풀과 어린 나무들만 남는다. 그리고 문득 하늘이 열린다. 분화구 주변의 능선이다.

족은노꼬메와 노꼬메 모두 오를 수 있는 안부로 올라가는 깊

 

족은노꼬메 능선 한 바퀴 도는데 30여분 걸려

족은노꼬메 방향으로 10분 정도 오르면 오래전 만든 것으로 보이는 야생오소리 서식지 표시가 있다. 오소리가 지금도 살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안부에서 20분 정도 급비탈을 오르니 족은노꼬메 표지석이다. 정상에는 쉬어가라고 숲 속에 2개의 벤치가 놓여있다. 사방을 둘러보니 숲이 무성한 원시림이다. 이 때문에 숲에 가려 분화구가 보이지 않는다. 노꼬메 정상도 숲에 가려 능선 쪽 일부만 보인다. 이곳 분화구는 노꼬메 정상에서도 보이지 않아 궁금한데 일부라도 보여주는 곳이 있다. 궷물오름 정상에서 보면 엉덩이 같은 분화구 형태 일부가 보이고, 분화구 능선을 돌다보면 언발에 오줌누기 수준이지만 대강의 윤곽이 보인다.

족은노꼬메에서 바라본 한라산

 

숲 때문에 조망도 트여있지 않다. 다만 드문드문 조망이 터질 때는 윗세오름과 백록담 화구벽이 보이고 제주 쪽으로 너른 초지가 시원하게 펼쳐있다. 분화구 주변 능선을 따라걷는데 한 외국인 남성이 대형견을 데리고 올라와 쉬고 있었다. 허락을 받고 외국인과 개 사진을 찍었는데 멋지게 나왔다. 문든 왜 백인들은 사진빨이 좋은지 궁금했다. 나중에 친구에게 물어보니 보더콜리와 보스턴테리어의 교배종처럼 보인다며 엄청 사나운 개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그 무서운 개를 데리고 올라온 외국인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능선을 한바퀴 도는데 30여분 걸린다.

족은노꼬메에서 바라본 큰노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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