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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솔향수목원은 소나무를 테마로 한 전국 유일의 수목원… 자생 금강송 군락지인 칠성산 자락과 경치 좋기로 이름난 용소골에 터 잡아

↑ 솔향전망대 앞의 소나무들. 하늘로 뻗어 있고 빽빽하긴 하나 아름드리는 아니다.

 

by 김지지

 

길 이름이 5개에 테마 식물원이 10개나 되어 초입부터 헷갈리는 게 문제

2020년 8월 17일(토), 오늘의 목적지는 강릉솔향수목원이다. 1년 전 가을 무심코 갔다가 월요일 휴원이라 입장하지 못한 경험이 떠올라 미리 홈페이지를 살펴보았더니 이번에는 월요일이 공휴일이라 가능하고 대신 화요일에 휴원한다고 한다.

강릉솔향수목원은 ‘솔향 강릉’ 브랜드를 내세운 강원도 강릉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나무를 테마로 2013년 10월 개원한 수목원이다. 입지부터가 경쟁력 있다. 자생 금강송 군락지인 칠성산 자락과 강릉에서 경치 좋기로 이름난 용소골에 터를 잡았다. 대단지는 아니어서 동네 뒷산과 공원을 산책하거나 트래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체를 다 도는데 3시간이나 걸리니 가벼이 볼 코스는 아니다.

수목원 입구

 

숲과 계곡이 좋아 한여름에는 강릉 현지인들의 피서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내가 찾아갔을 때는 기록적으로 길었던 장마 끝에 모처럼 찾아온 맑은 날씨여서 반가웠으나 한 여름이라 오전인데도 해가 뜨겁다. 정오를 지나 오후로 접어들었을 때는 기온이 36도로 치솟는다.

대형 바위에 ‘강릉 솔향수목원’이라 쓰여있는 입구로 들어가니 곧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자신을 밟고 지나갈지말지를 묻는다. 입구에서 안내도를 살펴봤지만 갑자기 첫 방문자에게 이런 물음은 낯설고 당혹스럽다. 한 번이라도 찾았던 강릉 주민들이라면 코스를 정해 조용히 다녀올 수 있겠으나 문제는 나같은 외지인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계곡이 있고 그 양쪽으로 20개도 넘는 온갖 이름의 길과 각종 테마 식물원이 있어 잘 만든 안내지도를 보아도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도무지 헷갈려 당혹스럽다. 이런 외지 방문객들을 위해 복잡한 코스를 단순화시켜 설명한다.

수목원 안내도

 

넓게는 산책길과 트래킹길, 좁게는 하늘정원길, 전시온실길, 용소숲길로 세분

강릉솔향수목원을 넓게 구분하면 산책길과 트래킹길로 나뉜다. 트래킹길에는 계곡을 중심으로 왼쪽 산의 하늘정원숲길(1.4㎞, 30분)과 오른쪽 산의 진달래숲길(1.4㎞, 30분)이 있다. 산책길은 세 갈래다. 하늘정원길(1㎞, 20분), 전시온실길(1㎞, 20분), 용소숲길(0.8㎞, 20분)이다. 세 길은 서로 연결되어 있긴 하나 길이 복잡하고 지나치게 세분되어 있어 코스를 금방 이해하는 게 쉽지는 않다. 따라서 입구에 들어서 곧 만나게 될 계곡 다리를 중심으로 계곡의 왼쪽과 오른쪽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계곡 왼쪽은 숲과 산책로이고 오른쪽은 각각의 주제가 있는 식물원으로 꾸며져 있다.

수목원 가운데를 흐르는 계곡(출처 강릉관광개발공사)

 

먼저 왼쪽부터. 초입을 지나 계곡 다리를 건너갈 경우 목적지는 하늘정원이다. 초입에서 1㎞(20분)의 짧은 거리에 완경사이고 소나무 사이에 설치한 나무데크가 많아 걷기에 편안하다. 하늘정원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왼쪽의 천년숨결치유의길이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의 산림욕장이다. 따라서 고민하지 말고 왼쪽으로 올라가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된다.

계곡 다리를 건너면 곧 왼쪽이 숲속광장이고 오른쪽이 가늘긴 하나 쭉쭉뻗은 소나무 사이에 놓인 숲생태관찰로다. 두 곳은 강릉솔향수목원의 대표 숲길인 천년숨결치유의길로 이어진다. 길진 않지만 천년숨결치유의길도 나름 분위기가 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소나무에 둘러싸인 솔향전망대다. 다만 이름이 강릉솔향수목원이어서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을 것 같으나 그렇지는 않다. 그럼에도 하늘로 쭉쭉 솟아있는 소나무가 많아 눈으로나마 힐링이 된다.

 

산책길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하면 딱!

전망대에서 하늘정원까지 거리는 130m에 불과하다. 비탈길이지만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그 길 끝에 하늘정원이 있다. 수목원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해발 261m에 자리한 하늘정원에 서면 강릉 시내와 바다가 내다보인다.

하늘정원

 

하늘정원은 다시 두 갈래로 가지를 친다. 한 갈래는 산림욕장으로 내려가 계곡을 끼고 상류로 올라가는 용소숲길이다. 이 길은 향기원을 지나 수목원의 오른쪽 끝 지점인 전시온실로 이어진다. 용소숲길은 0.8㎞ 거리에 20분 정도 걸린다. 다른 한 갈래는 산 위로 더 올라갔다가 능선을 빙 돌아 숲속광장으로 내려가는 하늘정원숲길이다. 1.4㎞ 거리에 30분 정도 걸린다. 하늘정원숲길은 뒤에서 설명한다.

이번에는 계곡 오른쪽의 전시온실길(1㎞, 20분)을 알아보자. 전시온실길은 각종 테마 식물원을 지나 전시온실에서 끝난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곳에서 계곡 건너편의 용소숲길을 지나 하늘정원으로 갈 수 있다. 전시온실길은 길 중간중간에 각각의 특색을 살린 이런저런 식물원으로 꾸며져 있다. 사계정원, 수국원, 창포원, 관목원, 암석원, 난대식물원 식이다. 다만 식물원이라고 해서 규모가 클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곳의 식물원은 그렇지 않다. 아담한 사이즈 수준이다. 50~100평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전시온실(출처 강릉관광개발공사)

 

계곡 양쪽의 전체 산책 거리는 3㎞이고 시간은 60~80분 정도 잡으면 된다. 전체적으로 완경사에 길이 편하고 나무가 많아 가족·연인과 함께 산책하면 딱이다. 다만 1㎞ 밖에 안되는 하늘정원길을 숲생태관찰로, 천년숨결치유의길로 잘게 나누어 마치 길이 세 개나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은 확실히 과잉이다. 차라리 3개 길을 모두 합쳐 그냥 하늘정원길이라고 하면 간단하고 길찾기도 쉬울 것을 작명과 세분의 과잉이 오히려 외지 방문자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전시온실길

 

하늘정원길은 산길에 오솔길… 조용하고 호젓

세 곳의 산책길을 다 둘러보았으니 이번에는 트래킹 코스다. 코스는 하늘정원숲길과 진달래숲길 두 곳이다. 둘 다 1.4㎞ 거리에 30분 걸린다. 가볍게 산책하려는 사람들은 하늘정원에서 되돌아 내려오지만 그 정도 거리로 직성이 풀리지 않는 사람들은 하늘정원에서 산 위로 조금만 더 올라가 왼쪽 능선을 따라 빙 돌아 내려오는 하늘정원숲길까지 다녀온다. 하늘정원길이 있는데 또 하늘정원숲길이라니. 역시 작명의 과잉이다. 게다가 넓지 않은 공간에 식물원을 잘게 세분해 무슨무슨 원(園)을 만든 것도 첫 방문자들을 무지무지 헷갈리고 당혹스럽게 한다. 길이든 원(園)이든 이름을 최소화해야 한다. 머리를 비우고 힐링하려고 온 사람들의 머릿속을 오히려 복잡하게 해서는 안된다.

하늘정원숲길은 그냥 산길이고 오솔길이다. 평소 산을 타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전혀 무리가 없다. 오가는 사람들도 없어 조용하고 호젓하다. 다만 이 길에 소나무는 없다. 하늘정원에서 500m 정도 올라가니 우측에 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있어 조금만 올라가면 정상에 닿을 줄 알고 호기심으로 올라갔으나 거미줄이 쳐있을 정도로 사람이 다니지 않고 길도 그저그러하고 산 정상도 나오지 않아 10분 정도 올라갔다가 포기하고 내려왔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산행에 나선 독자가 계시다면 시도조차 할 필요가 없음을 알려드린다. 하늘정원길을 30분 정도 걸으면 숲속광장 바로 옆의 비비추원으로 내려간다.

하늘정원숲길

 

진달래숲길은 안내표시 없어 헷갈리나 사방이 트인 능선을 걷는 맛은 쏠쏠

이번에는 전시온실길 뒤편 산의 진달래숲길이다. 안내도상으로 전시온실 우측 산쪽에 있다고 표시되어 있으나 산쪽으로 임도만 나 있을 뿐 안내 표시가 없다. 불친절하다. 확신이 서지 않아 수목원 관리 사무소에 전화를 거니 직원인데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그 길이 맞는 것 같다고 하고 다른 길도 보이지 않아 임도(처음에는 흙길이었다가 곧 시멘트길)를 따라 산으로 올라가니 작게 만든 태양광 패널이 나타난다. 그 옆 우측에 세 방향을 안내하는 방향목이 있으나 그곳에도 진달래숲길을 안내하는 표시는 없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우측을 가리키는 ‘버들고개 1.4㎞’ 안내가 맞는 것 같아 그 길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니 돌무더기가 있고 그 옆에 방향목이 서있다. 직진하면 버들고개이고 우측으로 (수목원) 샘물쉼터 0.8㎞다. 버들고개 방향으로 가면 수목원을 벗어나는 것이므로 샘물쉼터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시 10분을 지나니 정상을 표시하는 ‘해발 335m’ 안내목이 땅에 박혀 있고 다시 3분 정도 지나니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고고하게 서 있다. 다시 3분을 지나니 직진 방향으로 ‘수목원입구 0.9㎞’, 우측으로 ‘샘물쉼터 0.5㎞’ 방향목이 있다. 샘물쉼터로 가면 전시온실길 중간 지점으로 내려가는 것이고 수목원입구로 가면 진달래숲길의 끝 지점이다.

진달래숲길은 주로 능선에 있는데 인적 없는 길을 홀로 걷는 맛이 쏠쏠하다. 능선에서 하산하는 길 중간 쯤에 세워놓은 전망대에서는 계곡 건너편의 산릉을 감상할 수 있다. 거의 다 내려가면 복두꺼비바위가 나오고 다시 3분 정도 내려가면 진달래숲길 끝 지점이다. 전시온실에서 50분 정도 걸렸으니 트래킹 코스로는 적당하다. 사방이 트인 길이어서 하늘정원숲길보다 멋지다.

하늘정원숲길과 진달래숲길 두 곳은 명품길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쯤 걸을만하다. 하늘정원숲길과 진달래숲길을 합한 총거리는 2.8㎞이므로 산책길까지 포함하면 대충 6㎞ 정도 거리다.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3시간이면 충분하다.

진달래숲길

 

강릉의 명품 막국수는 해동막국수와 남산막국수

산행을 마치고 강릉 시내에서 막국수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두 곳을 다녀왔는데 해동막국수(033-652-0777)와 남산막국수(033-645-2739)다. 해동막국수 집에는 브레이크 타임 즉 점심 시간 후 직원들이 쉬기 위해 손님을 받지 않는 시간이 2시간 정도 되고 게다가 쉬는 날도 있으니 전화로 미리 물어보고 가는 것이 좋다. 남산막국수 집에는 브레이크 타임이 없다. 아내는 해동막국수에 후한 점수를 주고 아들은 두 곳 모두 좋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해동막국수가 이(齒)라면 남산막국수는 잇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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